나를 처음 대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인사가 ‘편안해 보인다’는 거다. 정말 그럴지 모른다.
나의 마음이 항상 평안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인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처해 있는 환경이나 형편을 보면 내가 결코 평안할 수도, 행복할 수도 없는데도 나는 언제나 평안하고 행복하니 이야말로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지난 과거를 돌아보면 사춘기가 시작되면서부터 20대 중반까지 나는 한 번도 내가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객관적으로 볼 때 나는 마땅히 행복했어야 했다. 훌륭하고 좋은 부모님, 오빠들과 남동생들과의 화목하고 친밀한 관계 속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일류학교의 최고의 좋은 교육을 받았고, 부족함이 없는 좋은 환경과 좋은 조건 가운데 있어서 남들은 모두 내가 퍽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본인인 나는 그렇지가 못했으니 이것을 또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행복하기는커녕 내 마음 한 구석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고 허전했고 쓸쓸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 때는 비오는 날, 특히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좋아했고 낙엽이 뒹구는 쓸쓸한 가을 길을 걷기를 즐겼고, ‘해피엔딩’ 영화는 시시하게 여겨지고 눈물을 흠씬 짜내는 비극으로 끝나는 영화를 보고 마음이 절절해져야만 만족스러웠다.
밝은 미국 소설보다는 좀 어두운 듯한, 깊이 있어 보이는 북유럽 작가들의 책을 더 선호했으며, 노래도 장조보다는 슬픔이 담긴 듯한 단조곡이 더 좋고, 피아노도 베토벤의 ‘비창’이라든지 쇼팽의 녹턴 같은 비장하고 애절한 곡들이 그렇게도 좋아 즐겨 쳤다. 그러면서 이유도 없이 괜히 슬퍼하고 괜히 쓸쓸해하며 눈물짓고…
그러던 어느 날, 그때가 20대 중반에 들어설 때였는데 갑자기 내 마음에 예수님이 찾아오셨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내 마음에 예수님이 계시면서부터 모든 게 달라져 버렸다.
죄책감에서 해방되었을 뿐 아니라 그렇게도 공허하던 내 마음이 천국의 좋은 것으로 넘치도록 채워져 그 동안 내 마음을 지배해 왔던 남을 용서 못하는 편협한 마음- 내가 얼마나 소갈머리가 좁았는고 하니 중 1학년 때 내 짝궁이 나에게 좀 거슬리는, 내 자존심을 건드린 말을 했다고 해서 그 친구에게서 토라진 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말도 걸지 않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정도로 바늘 같은 좁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열등감- 나보다 못하다고 여겨졌던 친구가 고 3학년이 되어 같은 반에서 공부하게 됐는데, 글쎄 그 친구가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결과로 우리 반의 부반장으로 뽑힌 거다.
나도 노력하면 될 것을 노력할 생각은 안하고 빈둥거리면서 그 친구가 나보다 성적이 좋을 때마다 열등의식을 갖게 되어 그 일년을 쓸데없는 열등감으로 얼마나 힘들 게 보냈는지 모른다.
더러운 생각들 때문에 생긴 죄책감, 좁은 마음, 열등의식, 공허감 같은 것들이 거짓말처럼 휙 다 날아가 버리고 눈보다 깨끗한 마음, 우주보다 넓은 마음, 자신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만족감이 생기면서 평안, 기쁨, 자유, 행복, 사랑, 믿음, 희망, 의욕, 열심… 같은 좋은 것들로 내 마음이 그득히 채워져 그 이후 지금까지 나는 이 세상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가 장 행복한 사람으로 지내고 있다.
지금 나는 비록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가구들이 없어도 행복하고, 안팎으로 산더미 같은 일이 밀어닥쳐도 스트레스는커녕 짜증 한 번 안내고 ‘즐겁게’ 모든 일들을 해낼 수 있고, TV나 영화를 보지 않아도, 음악회나 여행을 가지 않아도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내가 행복하니까 모든 사람이 다 사랑스럽고 늘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또 늘 행복한 것 같다.
공허하고 어두웠던 나의 마음에 빛으로 오셨듯이 춥고 밤이 제일 긴 동지가 끼인 12월에 오셔서 따뜻하고 훈훈한 빛과 사랑으로 12월을 장식해 주시는 그분을 환영하고 사랑한다.
춥고 어두운 12월에 성탄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성탄이 있음으로 이 춥고 어두운 12월이 따뜻하고 환한 세상이 되었기에 그분이 오신 이 12월을 나는 너무도 좋아한다.
그분이 없는 나의 삶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세상사는 이야기’이다.
신은실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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