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코리아’ 설문조사
대한항공 최우수 회사 선정
믿거나 말거나 주기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녀오지 않으면 몸이 아파온다. 안 아픈 곳이 없다가도 비행기를 타면 거짓말처럼 싹 낳는다. 주변 사람들은 ‘역마살’이 낀 이 증상에 병명을 붙여줬다. 이름하여 ‘기내식 결핍증.’ 비행기를 탄다고 무조건 기내식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내선은 비행시간이 짧아 기내식을 제공할 여유가 없다. 국제선은 짧은 노선일 경우 데우거나 조리하지 않아도 되는 간단한 음식을, 긴 노선에서는 따뜻한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비행시간이 6시간 정도일 경우는 한 끼, 6시간 이상일 때는 2회, 12시간 이상일 때는 3번의 기내식이 서브된다. 2회 이상 기내식이 제공되는 경우 첫 번째 식사는 출발지 식사시간에 따르고 두 번째부터는 도착지 식사시간에 맞춘다.
KAL 비빔밥에 정통한식
아시아나선 궁중정찬
정규메뉴외 건강·유아식도
일본 항공선 벤또 제공
필리핀, 유명 체인 요리
일부선 기내식 줄이고
운임을 대폭 낮춘 곳도
항공사들 기내식은?
▲ 캐세이 퍼시픽 항공의 채식 스타일 기내식.
아시아나 항공의 이코노미 석 기내식, 닭고기 볶음밥.
일본에서 출발하는 항공기는 대체로 일본 고유음식을 제공하는데, 마쿠노우치 벤또라는 일본식 도시락이 대표적이다. 필리핀항공은 des Rotisseur라는 유명한 체인점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국제적으로 유명한 요리를 기내에서 맛볼 수 있다. 에어 프랑스는 별 것도 아닌 기내식을 대단한 5코스 디너처럼 포장하는 데 천재적인 감각을 보인다.
미국 포브스지의 한국어판인 ‘포브스 코리아’는 12월호에서 국내 CEO와 항공운항 전문가 등 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한항공이 기내식 부문 최우수 회사로 선정됐다는 보도를 했다.
기껏 해봐야 쇠고기, 닭고기, 생선 정도의 선택 폭밖에 없을 것으로 알지만 국내 항공사의 기내식만 하더라도 이용좌석 등급에 따라 100여 종이 넘는다. 갈비찜, 갈비, 불고기, 닭찜, 매운 맛 닭고기, 도가니탕, 꼬리곰탕, 설렁탕, 북어국, 미역국, 해장국, 삼계탕, 비빔밥, 잡채밥, 쇠고기 죽, 전복 죽, 조개 죽, 기타 면류(우동 등)에 후식도 약식, 찹쌀떡, 두텁떡, 수정과, 식혜 등으로 다양하다.
일등석의 경우 복날을 전후해서는 삼계탕, 냉면도 즐길 수 있다.
대한항공은 기내식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비빔밥이 전통 한국음식의 기내식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 이로써 대한항공은 1998년 국제기내식협회에서 주는 최고 상, 머큐리 상을 받기도 했다.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비빔밥을 찾는 고객 비율이 60~75%까지 달해 물량이 모자랄 지경이며 총 생산량 1,300만식을 돌파한 지 오래다.
대한항공은 또 지난해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을 영입, 한국 전통의 맛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기내식 개발작업에 착수했다. 윤 소장이 전통과 건강을 고려해 만든 전통한식 메뉴들은 메밀 싹과 배추 속으로 만든 샐러드, 된장 소스와 생유자 간장소스, 떡으로 만든 케이크 등으로 앞으로 대한항공에서 맛볼 수 있게 된다.
아시아나 항공은 2002년부터 일등석 승객들에게 궁중정찬을 선보이고 있다. 각 코스를 초미, 이미, 삼미, 후미로 부르며 기내 상황에 맞추어 개발한 나무상인 궁중 팔각반에 식사를 제공한다. 또한 일률적인 식사시간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때 식사하고 싶은 승객들을 위한 서비스(Flexible Meal Time Service)를 적용한다.
정규 메뉴 외에도 기내식에는 종교식과 건강식, 유아식, 어린이용 기내식이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승객에게 제공되는 야채식, 쇠고기를 뺀 힌두교 기내식, 통 발굽을 가진 네발짐승과 어패류를 먹지 않는 이슬람교도를 위한 기내식, 유대 정교도를 위한 코셔밀이 대표적이다. 또한 당뇨병과 심장질환 환자를 위한 음식과 햄버거, 샌드위치, 자장면 등 아동선호메뉴도 서비스된다.
최근 미드웨스트 항공과 델타 항공으로 보스턴과 뉴욕을 다녀왔다.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비행기에 오른 것은 맛있는 기내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 그런데, 이런 배신이 어디 있담. 스카이 카페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그들의 기내식은 옹색한 샌드위치 하나를 그냥 주는 것도 아니고 ‘10달러’라는 고가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는 “기내 서비스를 줄이는 대신 운임을 대폭 낮춘 저가 항공사들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기내 피크닉 바람’이 불고 있다”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고지방의 형편없는 기내식’이 사라진 것이 승객들에겐 스스로 하늘에서 즐길 피크닉 먹거리를 준비하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 사실 요즘 대도시 공항에서는 도시락과 주스, 와인으로 채워진 아이스박스를 들고 기내에 오르는 여행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이어트 전문가인 멜리사 스펄은 www.WeightWatchers.com.을 통해 기내식과 여행 중의 식사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첫째, 항상 물 한 병을 휴대해 탈수현상을 막을 것. 둘째 스낵은 여행 중 몸에 필요한 미네랄과 비타민을 제공하는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준비한다. 통밀로 만든 저지방 크래커는 에너지 급원이라 혈당수치를 조절해준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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