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오레올
가을의 뉴욕은 일년 중 그 어느 계절보다 멋스럽다.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거리의 가로수가 노랑, 빨강 단풍을 갈아입는 것과 때를 같이 해 멋쟁이 뉴요커들이 치렁치렁 까만 코트를 꺼내 입고 색색의 머플러를 둘러대기 때문이다.
세계서 요리사 스카웃 창조적 음식 선봬
클래식 프랑스 메뉴에 아시아 향을 가미
욕의 먹거리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선 거리의 핫독 스탠드다. 모든 생활이 차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LA는 스트릿 푸드라는 것이 사실 상 전무한 도시. 하지만 롱아일랜드, 자메이카, 뉴저지 등 교외에서 기차를 타고 타임 스퀘어에 내린 뉴요커들은 맨해턴의 일터까지 걷는 경우가 많다.
뉴욕의 명물, 핫독 스탠드.
숨쉴 틈도 없이 총총 걸음인 그들도 가끔씩은 발걸음을 멈추고 뉴욕의 명물인 핫독을 사먹는다. 핫독 스탠드에는 또 왕소금이 박힌 프리츨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리시 스프링 생수와 함께 사먹는 길거리 핫독은 아주 독특한 뉴욕의 맛이다.
뉴욕을 방문하며 가슴이 설렌 또 한 가지 이유는 LA와 함께 본토보다 낫다는 뉴욕의 한식을 맛볼 기대 때문이었다.
뉴욕의 한인타운 역시 LA와 함께 규모면에서 엄청난 진화를 거듭했다. 포트 리의 대원 식당은 뉴저지 쪽에서 맨해턴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식 외에도 신선한 사시미와 스시를 제공하는 이곳은 귀빈 접대와 가정 대소사 축하 디너가 자주 열릴 만큼 품격을 갖춘 곳.
플러싱의 금강산은 한 상 푸짐한 반찬과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솥밥이 인상적이다. 맨해튼의 대동면옥은 감칠맛 나는 갈비와 시원한 냉면이 지금 생각해도 침이 넘어갈 정도.
맨해턴의 업타운 이스트사이드, 세련된 대형 2층 유리 건물의 오레올.
토박이 뉴요커 찰리 파머와 셰프들.
맨해턴에는 골목마다 멋스런 레스토랑과 바가 들어서 있다. 이걸 놔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결코 길지 않은 일정 가운데 어느 곳에서 식사를 하면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1997년부터 를레 앤 샤또(Relais & Chateau) 회원 레스토랑인 오레올(Aureole)을 찾았다. 맨해턴의 업타운 이스트사이드에 자리 잡은 오레올은 대형 2층 유리 건물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은은한 조명과 화사한 꽃꽂이가 따뜻하고 우아한 실내를 연출하는 이곳은 서비스 또한 5 스타 감이다.
소믈리에가 선별한 와인을 전자 이 와인 북(e-wine book)을 통해 주문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오레올의 주인 찰리 파머(Charlie Palmer)는 레스토랑 업계에서 상당한 유명인사. 뉴욕 시에만도 3개의 레스토랑을 갖고 있고 라스베가스 멘델레이 베이 리조트의 와인 셀렉션 좋기로 유명한 오레올(Aureole) 역시 그의 소유다.
프랑스의 죠르주 블랑에서 머물던 그는 대문 앞까지 치즈를 배달해 주는 장인 푸드 프로듀서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미국인 가운데서도 이렇게 장인 정신을 가지고 음식 재료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수소문 끝에 그들을 발굴해냈다. 그의 독특한 요리 세계를 뜻하는 ‘진보적인 아메리칸 요리(Progressive American Cuisine)’는 미국의 재료들을 사용했다는 데서 탄생된 표현. 그는 세계 곳곳에서 요리사들을 스카우트해 더욱 창조적인 요리들이 태어날 수 있는 터를 마련하기도 한다.
오리 컨포트와 보리밥 리조또.
튜나 타르타르.
소시지를 곁들인 양고기 요리.
조갯살 요리와 함께 내온 거위 고기.
현재 오레올의 셰프는 단테 보카찌(Dante Boccuzzi). 최상의 계절 식품을 모아 구성한 메뉴는 클래식 프랑스 메뉴에 미묘한 아시아 향을 가미한 것들. 역겨운 냄새 하나 없이 바삭하게 구운 오리 콘포트와 보리밥 리조또(Crisp Duck Confit and Farro Risotto)를 맛보며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요리 솜씨를 다시 한 법 입으로 확인한다. 프와 그라(Seared Hudson Valley Foie Gras)는 애플 버터케이크와 베리를 넣어 달짝지근한 맛을 냈고 튜나 타르타르(Yuzu Marinated Yellow Fin Tuna Tartare)는 유자 소스로 무쳐 새콤달콤하다. 소시지를 곁들인 양고기 요리(Seared Loin of Lamb and Sausage)는 살구·아몬드 에센스를 얹은 것이 특이하고 조갯살 요리와 거위 요리(‘Surf & Turf’of Duck and Scallops)는 해물과 육류를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좋은 메뉴.
센트럴 파크의 색색으로 변한 나무 색깔뿐 아니라 맨해턴의 풍부한 먹거리도 가을날 뉴욕을 찾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박지윤 객원기자>
Tips
▲종류: 진보적인 아메리칸 요리(Progressive American Cuisine)
▲오픈 시간: 런치, 월-금요일 정오-오후 2시30분. 디너는 월-금요일은 오후 5시30분-11시. 토요일은 오후 5시-11시.
▲가격: 런치 전채는 10-25달러, 메인 디시는 23-34달러. 시즌 마켓 시식 메뉴는 35달러. 3코스 프리 픽스 디너는 79달러. 6코스 시즌 마켓 디너 89달러.
▲주소: 34 E. 61st St. New York, NY 10021. Madison과 Park Ave. 사이
▲전화: (212) 319-1660
▲www.charliepalmer.com/aureole_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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