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으로 먹는 것이 좋다”
수년 전 한국에서 방문하신 외할머니를 모시고 미서부 일대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5박 6일의 일정을 전혀 피곤해하지 않고 잘 소화해내신 할머니가 여행을 하는 내내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고생을 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외할머니는 다음번 여행에는 무짠지를 준비해 가셔서 언제 어디서건 무짠지와 함께 맛있게 식사를 하실 수 있었다. 무짠지 한 가지 반찬만 있어도 무엇이든 맛있게 드실 수 있다는 외할머니를 통해서 무가 한국인의 식단에 얼마나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중국의 재래종 김치용, 일본무는 주로 단무지용
쇠고기나 고등어 요리에 함께 쓰면 소화를 도와
무는 배추, 고추와 함께 한국 3대 채소 중 하나이다. 양귀비목 배추과 한해 또는 두해살이 풀로, 큰 원주형 뿌리의 윗 부분은 줄기이지만 그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무는 재배역사가 오래된 야채이며 발상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카프카스에서 팔레스타인 지대가 원산지로 추정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비문에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재배시기가 상당히 오랜 것을 추정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400년부터 재배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재배되었다고 한다. 문헌상으로 고려시대에 중요한 채소로 취급된 기록이 있다.
무는 세계 각지에서 재배되어 형태적으로 다른 많은 품종이 있지만, 식물 분류학상으로는 모두 단일종으로 되어있다. 한국인이 많이 사용하는 무는 중국을 통하여 들어온 재래종과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일본무 계통이 주종을 이룬다. 재래종에는 진주 대평무, 중국 청피무, 영현무, 의성 반청무 등이 있으며, 깍두기나 김치용으로 많이 쓰인다.
일본무는 주로 단무지용으로 재배되며, 대표적인 품종으로 미농조생무, 청수궁중무가 있다.
서양무에는 파종 후 약 20일이면 수확이 가능한 20일무, 40일이면 수확하는 40일무 등이 있는데, 전자는 붉고 둥글며, 후자는 붉으면서도 보통 무처럼 길다. 전체적으로 회갈색인 검정무도 있는데, 약용으로 서양에서 주로 쓰인다.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무에는 가을무와 봄무가 있는데, 가을무는 8월 중순이나 하순에 파종하여 11월에 수확하며, 봄무는 3~4월에 하우스에서 파종하여 5~6월에 수확한다. 여름무는 해발고도 600미터 이상의 고랭지에서 재배가 가능하며, 한국에서는 대관령에서 많이 재배되나 보통은 가을무 재배가 주종을 이룬다. 무를 수확할 때는, 가을무는 잎을 제거하고 가마니에 넣지만, 봄무는 잎과 같이 수확한다. 재래종의 경우 얼지 않도록 흙 속에 움저장을 하면 다음해 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무는 날것으로 먹거나 익혀서 먹는 등 그 이용 범위가 매우 넓다. 또 썰어서 말리거나 잎을 말려서 이용하는 등 한국사람의 식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성분상의 특징을 보면 뿌리 부분에 소화효소 아밀라아제와 비타민C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이 아밀라아제와 비타민C는 열에 약하여 파괴되기 쉬우므로 날 것으로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식초는 아밀라아제의 활성을 저해하므로 함께 요리하지 않는다. 작은 무와 열무는 샐러드에 이용하고 남지무는 단무지나 무말랭이로 이용하며, 김치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것은 저장성이 좋은 북지무이다.
특히 무의 잎에는 먹을 수 있는 부분 100그램 중에 칼슘 210mg, 카로틴 2600μg, 비타민B 0.13mg 등이 함유되어 있어 영양적으로 우수한 녹황채소이다.
재래 품종 중에는 잎만 이용하는 품종도 있다. 요즘은 생야채로 샐러드에 넣기도 하고 날것으로 먹기도 하며, 하우스 내에서 대량 생산하여 1년 내내 판매하고 있다. 무의 씨앗에서는 식용기름을 얻는다. 무는 특히 생선회를 먹을 때 채를 썰어서 회 밑에 깔려 나오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회의 끝 부분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이유도 있고, 무에는 소화 효소가 들어있기 때문에 소화를 돕기 위한 이유도 있다.
쇠고기와 고등어 등은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으로 꼽히는데, 소화를 돕기 위해 쇠고기국과 고등어 조림에 항상 무가 함께 사용되거나, 쇠고기 구이를 얇게 썬 무에 싸서 먹는 것이 같은 이치이다.
또한 한약을 먹으면서 무를 먹으면 머리가 하얗게 된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약재 중 숙지황이라는 약재는 감초만큼이나 많이 쓰이는 약재인데 바로 이 숙지황이 무와 서로 상극 관계에 있기 때문에 무와 함께 섭취할 경우 약효가 줄어들게 되므로 이러한 말이 나온 것 같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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