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는 친구의 말이 평상시와 달리 가슴에 와 콕콕 박힌다. 이유인즉 바로 내일 모래가 어린아이들 귀신놀이 하는 핼로윈이기 때문이다. 정말 귀신은 뭘 먹나. 그들이 즐겨 먹는 것 가운데 하나는 분명 씨나락 까먹는 것일 게다. 귀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잘 모르겠지만 싫어하는 음식 하나만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드라큘라를 쫓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십자가와 마늘. 그 지독한 냄새를 드라큘라 백작은 도저히 참아내기 힘들었던 걸까. 마늘은 중앙아시아가 원산인 백합과 식물. 중국 문헌에 보면 한나라 때 서역을 탐험한 장건이 들여온 것이 중국 마늘 재배의 시초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건국 단군신화에 마늘이 등장한다. 확실히 마늘은 곰이 사람으로 변신할 만큼 영험이 있는 먹거리다.
미 전국 11개 지역서 7~9월 사이 축제 열려
콜레스테롤 저하 시키고 노화방지·뇌 활성화
발효시켜 먹는게 가장 좋고 장아찌·분말로도
하지만 마늘이 아시아 대륙에서만 식용된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마라톤 주자들이 마늘을 씹으며 힘겨운 언덕을 뛰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세운 사람들에게 마늘을 먹였었다는 이야기는 마늘이 자양강장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를 입증해주는 에피소드들.
한국인, 이탈리아인, 유대인들은 모두 마늘을 즐겨 먹는다. 몸에서 풍겨 나오는 마늘 냄새, 우리들은 모른다. 마늘 냄새는 양치질을 해도 없어지지 않고 땀으로도 배어 나온다. 마늘을 안 먹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얼마나 가까이 하기 힘든 그대였을까.
최근 들어 마늘의 우수한 효능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유럽에선 마늘제품이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마늘 소비의 본고장 한국에서도 웰빙 열풍이 불면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6쪽 마늘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서산, 태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6쪽 마늘은 서해안의 갯바람을 맞고 자라, 맛과 향이 독특할 뿐 아니라 암세포 성장억제 성분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역시 10여 년 전부터 마늘이 약으로 재평가되면서 이젠 마늘에 대한 연구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1990년부터 5년 동안 미국 국립암연구소(NCL)에서는 어떤 식품이 항암효과가 있는가, 연구를 실시했다. 실제로 야채나 과일 향신료 등 가운데서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큰 48가지의 식품을 골라 항암효과를 비교해 봤다. 효과가 큰 식품을 정점으로 피라미드 모양으로 나열한 것의 꼭대기에 놓인 식품이 바로 마늘이다. 마늘이 함유하고 있는 특수성분이 강한 살균작용과 강장작용을 하는 것이다.
위암이나 위궤양의 원인이라는 헬리코박터 필로리 균도 마늘 먹는 사람들에게는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위암, 대장암, 피부암, 간암 등 마늘은 모든 종류의 암에 있어 탁월한 퇴치제다. 정상인은 하루 2쪽, 환자들은 6쪽을 먹으면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
마늘은 또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노화방지와 뇌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뇌의 위축을 억제하고 기억학습 능력을 개선한다.
건위, 이뇨, 정장, 동맥경화, 고혈압, 각기병, 백일해, 폐결핵, 해독에도 마늘은 효과적이다.
현재 미국에선 어느 건강식품점이나 마늘제품이 진열돼 있으며 마늘건강식품은 인삼, 은행잎과 함께 이른바 3G(Garlic, Ginseng, Ginkgo)로 불릴 정도로 인기다. 미국에서 마늘의 인기를 뒷받침해주는 또 하나는 미 전역에서 열리는 마늘 축제. 올해에도 워싱턴을 비롯한 11개 지역에서 7-9월 사이에 마늘 축제가 열렸다.
이렇게 신통력이 있는 마늘은 어떻게 먹어야 가장 효과적일까. 믿거나말거나 발효를 시키는 게 최고란다. 김치에 양념으로 들어가 발효된 마늘을 먹는 방법이 이에 해당한다. 마늘장아찌를 담가먹어도 좋다. 연구 결과 생마늘보다 마늘장아찌가 훨씬 영양이 높다 한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마늘 한 통을 전자렌지나 오븐에 적당히 구워서 하루에 한통씩 간식처럼 먹으면 껍질 때문에 영양소가 보존되거나 맵지 않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깐 마늘을 식초에 한 달 이상 담가두고, 익히거나 분말로 먹어도 좋다. 본래 성분이 일부 손상되지만 냄새도 줄어들고 쓰라린 맛도 없앨 수 있다. 정 마늘 냄새를 참기 힘든 사람은 껍질을 깐 마늘을 냄비에 넣고 마늘이 잠길 정도로 우유를 붓고서 중불로 우유가 절반 정도로 줄때까지 달여 먹으면 된다. 마늘을 먹은 후 녹차 잎을 씹으면 녹차 안의 후라보노이드라는 물질이 마늘 냄새를 흡수해 준다고 한다. 파슬리 잎을 씹어도 효과적이다.
베벌리힐스에는 마늘 전문 레스토랑, 스팅킹 로즈(Stinking Rose)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통째 구운 마늘에서부터 마늘 아이스크림까지, 마늘을 듬뿍 넣은 메뉴들은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55 N. La Cienega Bl. Beverly Hills, CA 90211. 전화 (310) 652-7673.
마늘 전문 레스토랑, 스팅킹 로즈의 마늘 로스트.
마늘을 꼬치에 끼워 구운 요리. 향과 맛이 비교적 잘 보존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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