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식탁에도 찾아온다.
사과와 더불어 호박은 가을을 상징하는 수확 가운데 하나.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받고 영근 호박이 넝쿨째 굴러다니는 요즘, 고급 레스토랑은 물론 패스트푸드 전문점에도 호박을 이용한 스페셜 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와 잠바주스에는 호박 빵이, 매리 캘린더에는 호박 파이가, 잭인더박스에는 호박 스무디가 메뉴에 올랐고 여러 레스토랑에서는 호박 수프와 호박 샐러드를 선보이고 있다.
어쩌자고 꼭 이맘 때 노란 호박이 익는 건지. 그 호박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주는 가를 알고 나면 자연의 오묘한 질서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호박의 노란 색소는 베타카로틴 계열. 뛰어난 항산화제로 알려진 베타카로틴은 노화와 암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여름내 지친 장 기능을 활성화하고 원기를 보충하는 데도 좋다. 장이 좋아지면 부기가 빠지고 피부가 예뻐진다.
산후 얼굴이 부은 여인들이 호박죽을 먹으며 다시 얼굴에 탄력을 찾는 것은 우리가 눈으로 확인한 바. 특히 옐로 푸드에 풍부한 비타민 C는 면역력을 높여줘 앞으로 다가올 차가운 겨울 날씨에 대항할 만한 몸을 만들어준다.
지친 장기능 활성화 원기 보충에 좋고
이뇨·해독작용 탁월 자양·강장 효과
표면 매끄럽고 꼭지 1~2인치 달린 것을
사계절 단호박을 구할 순 있지만 단호박은 요즘이 제철이다. ‘밤 호박’이라고도 하는데 매끈하게 동그란 모양을 한 것으로 단맛이 많이 난다. 비타민 C가 풍부한 단 호박은 면역력을 높여주며 이뇨와 해독작용에 뛰어나 간이 안 좋고 냉한 체질에 좋다. 닭고기와 함께 먹으면 자양 강장의 효과가 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호박을 요리하는 데뿐만 아니라 약용으로도 사용해왔다. 말린 호박을 주렁주렁 매달거나 쟁반에 담아 집 안팎을 꾸몄으며 호박 줄거리를 말려 바닥매트를 짜기도 했다. 씨앗은 볶아먹고 줄기는 구웠다. 미국 땅에 건너온 정복자들은 우유와 스파이스, 꿀을 첨가해 펌킨 파이를 만들어 먹었다.
요즘 마켓에 가면 신선한 호박이 탐스럽게 진열대를 장식하고 있다. 호박을 구입할 때는 파이용 호박(Pie Pumpkin)인가 아니면 단 호박(Sweet Pumpkin)인가를 확인하도록 한다. 파이용 호박과 단 호박은 보통 핼로윈 때 등을 조각하는 호박보다 크기가 작으며 물기가 거의 없어 더 단 맛이 난다. 정 이런 호박을 구할 수 없는 형편이라면 조각용 호박을 사다가 설탕이나 꿀을 더하면 된다.
호박도 생선만큼 고르는 요령이 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오렌지색의 호박이 보기도 좋은 만큼 맛도 좋다. 꼭지가 1-2인치 정도 달려있는 것을 구입한다. 꼭지가 너무 짧거나 없으면 호박이 쉽게 썩기 때문이다. 표면은 매끄러운 것이 좋고 들어봤을 때 묵직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모양은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다. 구입한 호박은 통째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한다. 한 번 자르면 빨리 물러지니 하루에 다 사용하도록 한다.
호박을 다듬을 때는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꼭지를 떼어낸 후 반을 가른다. 호박씨를 긁어내 말리고 적당한 크기로 썬다. 찬물에 씻은 뒤 커다란 냄비에 한 컵 정도 분량의 물을 넣고 20-30분 정도 호박을 삶는다. 포크가 쉽게 들어갈 정도로 물러지면 불에서 내려 남은 물을 따라버린다.
오븐에 구울 때는 우선 350도로 예열한다. 넓은 쿠키 시트를 깔고 호박 조각을 얹은 후 1시간 또는 그 이상 호박이 물러질 때까지 굽는다.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할 때는 고온에 15분간 굽는다. 아직 물러지지 않았다면 좀 더 조리 시간을 늘린다.
호박이 다 익으면 식혀 껍질을 벗겨낸다. 일단 익고 나면 손가락으로 벗겨낼 수 있을 만큼 껍질 벗기기가 쉬워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칼을 이용한다. 푸드 프로세서로 호박 퓨레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호박 퓨레는 당장 사용할 것이 아니면 냉동실에 보관한다. 냉동 호박 퓨레는 1년 내내 사용해도 된다. 1컵 분량씩 나누어 냉동시키면 이용하기 편하다. 고구마나 윈터 스쿼시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퓨레를 준비할 수 있다.
호박 파이 외에도 호박을 응용할 수 있는 음식은 샌드위치나 수프, 샐러드, 캐서롤 등 다양하다. 호박으로 수프를 끓일 때는 당근, 양파, 리크, 샐러리, 파슬리 등의 야채를 첨가하면 더욱 향이 짙어진다. 호박은 캐서롤, 팟 파이, 수플레에 좋은 재료다. 요리하다보면 호박이 꼭 핼로윈을 앞둔 가을에만 좋은 식 재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을 스튜, 펌프킨 세이지 소스를 곁들인 치즈 라비올리, 펌킨 모짜렐라 라자냐, 펌킨 라비올리 등은 메인 디시로도 훌륭하다. 수프만도 호박 수프, 호박과 고곤졸라 수프, 호박 커리 수프 등 다양하다.
펌킨 브레드, 펌킨 베이글, 펌킨 머핀, 펌킨 스튜들, 펌킨 비스킷, 펌킨 팬케이크, 펌킨 와플, 펌킨 스콘은 아침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스파고 레스토랑의 스타 셰프인 볼프강 퍽은 펌킨 파이(Wolfgang Puck’s Pumpkin Pie)를 가장 자신있는 디저트로 내놓는다. 펌킨 케이크, 펌킨 쿠키, 펌킨 플란, 펌킨 푸딩 등 호박을 이용한 후식으로 자녀들에게도 계절의 향기를 가득 전해주자.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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