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적인 벌은 금물
얼마전 한국 텔리비전을 보다가 몇년 전에 방송됐던 드라마에 출연한 아역 연기자들을 인터뷰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아역으로 출연했던 너댓 살짜리 아이들이 불과 몇년 사이에 부쩍 커진 모습을 보고 ‘세상에… 쟤들이 벌써 저렇게 컸네. 세월 참 빠르지…’ 하고 깜짝 놀랐다. 역시 흐르는 세월은 자신의 모습에서보다는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에서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물론 해마다 커 가는 신체 지수면으로는 자녀의 성장 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눈에 지난해와 다른 자녀의 모습, 예전보다 철 든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보이는 것일까? 여든이 된 노부모가 환갑이 된 자식 걱정한다는 속담에서처럼 부모의 눈에 자식은 항상 철없는 모습으로, 위태위태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사실 부모에게 자녀는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어도 ‘자녀가 하는 일이 잘못되면 어쩌나’ 근심이 되고 ‘왜 저렇게 일을 데데하게 처리할까’하고 안타까워 할 것이고, ‘쯧쯧 언제나 철이 들려나’ 하고 걱정되는 존재일 것이다.
이처럼 부모의 눈에는 매해 조금씩 철들어가고 성장해 가는 자녀의 모습이 매우 희미하게 보인다. 그래서 자녀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10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가 아직도 자신들을 어린아이 취급한다고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자기가 알아서 할텐데 부모는 원래 걱정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계속 잔소리를 하고 ‘내 너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무시하는 말을 한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부모가 잔소리하기 전에 자녀가 먼저 할 일을 척척 알아서 제대로 하면 당연히 존중과 칭찬을 하지만, 자신의 할 일은 하지 않고 어른 대우만 바라는 자녀의 모습 그 자체가 벌써 철들지 않은 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자녀의 ‘항상 부모가 어린아이 취급한다’는 불평 중에 귀담아 들을 사항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자녀들이 말만 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못마땅한 행동을 했을 때 자녀에게 ‘벌’을 주게 된다. 그런데 그 ‘벌’의 내용은 5학년 자녀이건 10학년 자녀이건 그다지 큰 차이점이 없다. 텔리비전 1주일간 못 보게 하기, 컴퓨터 게임 못하는 것, 1주일 동안 바깥 외출 못하는 것, 용돈 주지 않기 등이 아마 자녀의 나이에 상관없는 대표적인 4대 벌칙이지 않을까?
자녀의 발달단계와 성장에 따라 벌칙은 보다 다양하게 그리고 자녀의 책임감을 유도하도록 개선되어야겠다. 자녀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주도하여 일방적인 지시사항으로 훈육을 시키셨다면 자녀가 점점 자라남에 따라 자녀 쪽에서 부모의 지시에 부당한 점이나 하기 너무 어려운 사항을 지적할 수 있고 협상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자녀를 대하는 방법이라고 여긴다.
특히, 즉흥적으로 벌칙을 주는 것은 청소년기 자녀에게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부모가 즉흥적으로 벌을 주면 벌칙사항 대부분은 감정적이고 빈말에 그치게 되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벌칙은 자녀의 책임감을 북돋워주기에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또한, 자녀의 그릇된 행동과 전혀 상관없는 일로 벌을 주는 것 역시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개선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소위 ‘4대 벌칙’은 자녀가 거짓말을 하던, 약속을 어기던, 성질을 부리던, 학교에 무단결석을 하던 간에 그때마다 다른 상황의 자녀의 그릇된 행동과 관련성 없는 만병통치약으로 남용될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성질을 부렸는데 부모님이 “너 누가 엄마한테 그렇게 대하라고 했어! 안되겠어 너 다음 주에는 용돈 없어!”로 대처하신다면 관련성 없는 다소 엉뚱한 벌칙 사항이라고 하겠다. 오히려 성질을 부린 것에 대해 자녀가 마음이 진정된 후 편지를 쓰게 한다면 보다 관련성 있는 훈육 벌칙이 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자녀가 한해 한해 성장하면서 더 다양한 방식의 훈육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자녀가 약속을 지켰을 때 특권을 주는 것(즉, 자녀의 통행금지 시간을 30분 혹은 한 시간 늘려주는 것, 용돈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것 등) 혹은 약속을 정할 때 자녀의 의견을 보다 많이 수용하여 자녀 쪽에서 부모와의 약속을 지킬 때 하기 너무 어려운 사항을 지적할 수 있도록 하시는 것 등이 지난해보다 성장한 자녀들을 보다 책임감 있도록 지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신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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