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함께 벌써 2,600여마일을 달려왔다.
여행 일지… 두번째 주 <7월19 ~26 일>
풍요, 질서, 기독교의 나라
미국은 이시대 ‘로마 제국’
나는 미국에 산지 20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미국을 잘 모른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의 가사를 물어오는데 솔직히 나는 미국 국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 부르지 못한다.
이곳에서 초등교육을 받지 않은 이민자니 당연한 것 아니겠냐고 스스로 변명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국가도, 역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좀 미안하게 생각될 때가 있다.
지난 열흘 동안 동부 노스캐롤라이나까지 2,600마일을 건너오면서 마음을 사로잡은 미국을 상징하는 몇 가지 단어는 ‘풍요, 질서, 그리고 기독교 정신’과 같은 것이었다. 미국은 이 시대의 로마 제국이다.
미국을 통해 세계가 연결되고, 물질적인 풍요함이 철철 넘치는 나라다. 유럽과 다른 많은 나라를 여행해 봤지만 미국처럼 물질적으로 풍요한 나라는 정말 이 세상에 없다.
미국은 겉으로 보기에 무질서하고 자유 분방한 것 같으면서도 질서가 확실하게 자리 잡힌 나라다.
프리웨이의 운전 질서, 관광지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되는 질서, 깨끗하게 정돈돼 있는 주변환경, 안내판 등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바탕에 깔린 힘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미국은 아직까지 기독교 정신이 강하게 흐르고 있는 나라다.
미국 문화법률 인권단체(ACLU)와 같은 진보 세력들이 나서면서 공공 장소에 세워진 십계명을 철거하게 하고, 교내에서 기도도 못하게 하는 등 보수적인 신앙을 배타적인 것으로 몰아 세우는 분위기가 매스컴을 통해 강하게 뿌려지고 있지만, 그래도 미국은 여전히 기독교 정신이 거대한 강 미시시피처럼 도도하게 힘차게 흐르고 있는 기독교 국가라는 것을 이번 여행기간 느끼고 있다.
▶텍사스-오클라호마 체코타 / 395 miles
텍사스 그룸 지역의 대형 십자가.
텍사스에서는 이틀을 묶은 덕분에 좀 여유를 내서 여행 중 필요한 물건도 구입하고, 저녁 식사는 텍사스에서 유명하다는 Road House 스테이크 식당에서 입에 살살 녹는 고기로 오랜만에 배를 채웠다.
다음날 아침 KOA 캠핑장을 서둘러 나와 점심 전까지 40번 프리웨이에 들어섰다. 목적지까지는 400마일 가까운 거리. 저녁 7시까지 도착할 계획으로 길을 서둘렀다. 텍사스 경계선을 벗어나기 전 그룸(Groom, Exit 148)이라는 곳을 지날 때 프리웨이 옆으로 높이 150피트 (45미터 정도)의 대형 십자가가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 십자가는 텍사스 지역 개신교 성도들이 정성을 모아 지난 1995년에 세운 것이다.
▶오클라호마-아칸소 핫 스프링스 / 255 miles
오클라호마는 의외로 초록의 도시였다. 텍사스 경계를 넘어서며 도로 주변이 초록의 숲으로 바뀌면서 운전자의 눈 피로를 훨씬 덜어준다. 오클라호마 접경을 넘어 40번 프리웨이를 따라 60마일 정도를 운전하니 ‘클린턴’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나온다. 전직 클린턴 대통령의 이름을 따라 벌써 세워진 도시가 있나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쯤, “This City Named for Judge Irwin Clinton and not for Bill” (이 도시이름은 판사 어윈 클린튼에서 따온 것이지 빌 클린턴의 이름은 아니다)이라는 대형 빌보드가 눈에 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오해했기에 이런 간판까지 프리웨이 옆에 세웠구나 라고 생각하며 실소를 머금었다. 오클라호마 캠핑장은 깊은 숲 속, 그리고 뒤편에 낚시하기 좋은 호수가 자리잡고 있는 아름다운 장소였지만, 결사적으로 달려드는 모기로 인해 큰 고생을 했다.
▶ 아칸소 테네시 내슈빌 / 395 miles
오클라호마에서 찬밥 신세였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아칸소에서는 이야기가 많이 다르다. 오랜만에 40번 프리웨이를 벗어나 71번, 270번 국도를 따라서 3시간 정도 운전해 들어가니 핫 스프링스라는 관광도시가 나온다.
이 조그만 도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태어난 곳으로 그의 생가가 사적지로 보존돼있다. 클린턴은 아칸소의 주지사를 다섯 차례 위임한 후, 1992년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96년 재선에 성공한, 아칸소가 낳은 출중한 인물이다. 그래서 리틀락 주정부 청사에 들어가보면 이건 완전히 빌 클린턴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주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군인의 사진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 인천상륙작전을 진두 지휘했던 맥아더 장군의 사진이다. 그도 역시 아칸소가 배출한 출중한 인물중 한 사람이었다.
▶테네시 내슈빌-테네시 뉴포트 (Smokey Mt. National Park)/250 miles
테네시주로 들어서면서 미국의 강, 미시시피를 건너게 된다. 미시시피 강은 문화적으로 미국의 동부 문화권과 서부 문화권을 가르는 거대한 강이다. 강을 건너면서 서부의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지고, 흑인이 더 많이 눈에 띄면서 미국 동남부지역의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미시시피강은 강폭이 무척 넓고 깊은데도 물이 무척 빠르고 힘차게 흘러 마치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를 휘어잡고 있는 미국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강을 건너면서 바로 만나는 접경 도시가 테네시주에서는 가장 큰 멤피스다. 멤피스라는 이름은 이집트 나일강변의 도시에서 따온 것으로, 미시시피 강변에 30층 높이의 대형 피라미드 건물이 세워져 있어 이집트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정취를 보인다. 그런데 뭐니 뭐니해도 멤피스는 엘비스 프레슬리로 먹고사는 도시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가 살았었고, 그의 유품들이 보관된 그레이스 랜드(별로 볼 것도 없는데 입장료는 15달러씩이나 한다)를 비롯해 시내 곳곳은 엘비스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내슈빌의 한 음반 상점에는 엘비스의 복장을 한 사람이 ‘Love Me Tender’등 엘비스의 히트곡을 몇 곡 부르고 원하는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면서 엘비스 사진 한 장에 10달러씩을 받고 있다.
▶ 테네시 뉴포트-노스 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우/288 miles
테네시 뉴포트는 스모키 국립공원과 근접하고 있어 이곳에서 하루 밤을 자고, 죽마고우인 최유찬 목사가 사역하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우로 향했다. 뉴포트 캠핑장에서 생전 처음으로 반딧불을 보았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날아다니는 불을 보고 겁나하더니 조금 지나서는 한번 잡아보려고 토끼들처럼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접어들면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도시가 애쉬빌인데, 이 도시는 유명한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의 작가 오 헨리가 창작 활동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우에는 약 3,000여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400여명의 한인들이 모여 아름답게 사역하고 있는 그린스보로우 한인제일장로교회(담임목사 정재흥)에서 주일예배를 기쁜 마음으로 드렸다. 집을 떠난 지 어느덧 열흘째, LA를 떠나면서 0으로 맞춰 놓았던 자동차 마일리지는 2,612를 기록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