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핀을 향한 나폴레옹의 사랑은 끔찍했다. 더운 여름날이면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준비시켰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냉동기술이 따로 없었던 당시. 그는 새벽마다 5명의 장정과 10여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를 알프스로 보내 산꼭대기의 눈을 가득 싣고 파리까지 급히 달려오도록 했다. 장정들이 도착했을 때야 이미 눈이 다 녹아 몇 사발만 남을 뿐이지만 나폴레옹은 여기에다 과일즙과 꿀을 넣어 조세핀에게 바쳤다고 한다.
고대 중국인들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눈과 얼음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4세기 께 알렉산더 대왕이 더위와 피로에 지쳐 쓰러지는 병사들에게 산 정상의 눈을 퍼다 꿀과 과일, 우유를 섞어 먹여 기운을 북돋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지금의 빙수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일제시대 때로 추정된다. 일본인들이 잘게 부순 얼음송이 위에 일본의 전통 단팥죽을 올려 먹기 시작했는데 후에 여러 가지 색소와 향, 과일, 젤리, 저민 떡 등을 첨가해 지금의 팥빙수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다.
팥빙수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은 각별하다. 가수 보아 양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버거킹의 팥빙수라고. 요즘 한국의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나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기존 취급 메뉴에 팥빙수를 더하는 등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요즘은 대형 슈퍼마켓이나 할인매장에 빙수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가수 윤종신은 팥빙수를 너무 좋아해 노래로까지 불렀다. 경쾌한 멜로디에 이어지는 가사는 있는 그대로 팥빙수의 레서피.
“팥 넣고 푹 끓인다. 설탕은 은근한 불, 서서히 졸인다. 빙수용 위생 얼음, 냉동실 안에 꽁꽁 단단히 얼린다… 팥빙수 난 좋아. 여름엔 왔다야… 주의사항 팥 조릴 때 설탕은 충분히. 찰떡젤리 크림 연유 빠지면 섭섭해. 팥빙수야 사랑해. 팥빙수야 녹지마”
요리 책이 뭐 필요할까. 노래 따라 그대로 만들면 되지.
LA의 외국 식당에서 우리의 팥빙수와 비슷한 후식을 대할 때마다 반가운 마음에 부지런히 시식을 해왔다. 한 그릇만 먹어도 입안이 얼얼해지고 흐르던 땀까지 싹 가시는 빙수. 다른 나라의 것들을 맛보고 나면 역시 우리의 팥빙수가 단연 으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한인타운의 카페에 가보면 ‘팥빙수’ 인기를 실감한다.
홍콩 하겐다즈는 한국 하겐다즈에서 개발한 팥빙수 메뉴를 다음달부터 홍콩시내 4개 매장에서 52홍콩달러(약 7달러)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지사와 유럽 하겐다즈에서도 팥빙수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 팥빙수의 세계화는 반가운 일, 우리들은 한국 팥빙수는 물론 전세계의 다양한 빙수를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LA근교에서 맛볼 수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빙수들을 한데 엮어봤다.
페르시아 빙수
페르시아 식 빙수, 장미 향이 좋다.
웨스트우드의 페르시아 레스토랑, 샴쉬리(Shamshiri Grill)에 가면 장미 꽃물을 뿌린 페르시아식 빙수(Faloudsh)를 맛볼 수 있다. 아주 깔끔한 맛의 향기로운 후식. 1712 Westwood Bl. LA, CA 90024. (310) 474-1410.
말레이시아 빙수
말레이시아 식 빙수, 민트 젤리가 첨가된다.
말레이 요리 전문점, 패사디나의 노냐(Nonya)에서는 아이스 가자트(Ice Gajat)를 후식으로 선보인다. 61 N. Raymond Ave. Pasadena, CA 91103. (626) 583-8428.
일본 빙수
일본식 빙수, 갈은 얼음에 시럽을 듬뿍 넣었다.
다운타운의 일식당 고라쿠(Koraku)에 가면 얼음을 한 사발 갈아 불량식품 같은 시럽을 올린 빙수를 맛볼 수 있다. 레몬, 그린 애플 등 다양한 향이 준비된다. 별 다른 맛은 없지만 시원한 것으로는 따라갈 게 없다. 314 E. 2nd St. LA, CA 90012. (213) 687-4972.
중국 빙수
샌 가브리엘의 샌드위치 전문점 미스터 바게트(Mr. Baguette)에 가면 콩과 민트 젤리를 넣은 중국식 빙수를 선보인다. 우리 입에 꼭 맞는 맛은 아니다. 8702 E. Valley Bl. Rosemead, CA 91770. (626) 288-9166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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