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 음식은 ‘편안한 음식’(comfort food)라고 한다. 특히 세인트 패트릭스에 먹는 콘비프와 양배추는 겨울을 지나온 헛헛한 속을 푹 끓인 염장고기와 겨울 야채들로 채워주는 소박한 전통음식이다.
콘비프 & 양배추
고기와 야채 함께 넣고 푹 삶은 다음
양배추잎에 겨자소스 곁들여 고기 싸 먹어
오늘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St. Patrick’s Day).
둘러보면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이 꽤 많이 눈에 띌 것이다.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는 5세기경 아일랜드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인 세인트 패트릭의 사망축일(3월17일)로, 아일랜드 최대의 축제일이다. 이날 아일랜드 사람들은 오전에 교회에 다녀와 오후부터 대대적인 기념 축제를 벌인다.
미국에서는 공휴일이 아니지만 수많은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미전역에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기념축제와 퍼레이드, 전통 춤과 음악 공연들을 성대하게 벌이며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하기 좋아하는 열정적인 민족이지만,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에 먹는 전통음식은 의외로 소박하다.
콘비프와 양배추(Corned Beef and Cabbage).
거기에 좀 더 차린다면 아이리시 스튜나, 맥주에 졸인 양고기, 버터와 파슬리가 듬뿍 들어간 매시드 포테이토, 피시 앤 칩스, 양치기 파이(Shepherd’s Pie) 정도이고, 음료수는 쓰고 진한 아이리시 맥주 기네스와 위스키가 들어간 아이리시 커피를 마신다.
이외에 푸른색을 주제로 한 요리면 다 환영인 것은, 초록색과 샴록(클로버 비슷한 모양의 잎)이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시금치, 아스파라거스도 좋고, 감자나 라이스 요리에도 파슬리를 곁들이며, 민트 그린색의 디저트가 식탁에 오른다.
그런데 사실 콘비프가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의 전통음식이 된 것은 100년밖에 안 된다.
원래 아일랜드에서는 이날 양배추와 베이컨을 먹는데 19세기말 뉴욕으로 온 아일랜드 이민자들은 값비싼 아일랜드식 베이컨 구할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유대인들이 먹는 콘비프를 이용해 개발한 요리가 아일랜드식 콘비프와 양배추, 고기와 야채를 함께 넣고 푹 삶은 다음 양배추 잎에 겨자소스를 곁들여 고기를 싸먹는 요리다.
오늘날 콘비프와 양배추 요리는 아일랜드에서보다 미국에서 훨씬 더 많이 먹고 있으며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뿐 아니라 연중 무시로 인종과 국적에 관계없이 즐기는 음식이 되었다.
초록색 냅킨으로 식탁을 꾸미고 아이리시 음식체험, 문화체험, 같이 떠나보자.
그린 식탁 꾸며 아이리시 음식 체험을
양치기 파이
고기 중간불에 익혀 각종 야채 넣고 끓여
버터·밀가루로 루 만들어 부어 걸죽하게
▲재료: 쇠고기 1 1/2파운드, 잘게 썬 양파 1/2컵, 잘게 썬 베이비 캐럿 1/2컵, 다진 마늘 1~2작은술, 기네스 맥주 1/4컵, 카버네 와인 1/4컵, 비프 브로스 3/4컵과 2작은술, 우스터(Worcestershire) 소스 1작은술, 말린 허브(베이즐·오레가노·세이지·마조람) 각 1/4작은술, 콩(pea) 1컵, 버터 2작은술, 밀가루 2작은술, 소금 1/2작은술, 후추 1/4작은술
▲만들기: 크고 무거운 소스팬에 고기를 넣고 중간 불에서 5~10분간 익힌다.
기름이 나오면 따라버리고 양파, 당근, 마늘, 맥주, 와인, 브로스, 우스터소스, 말린 허브들을 모두 넣고 약한 불에 끓인다. 당근이 익을 정도로 15분간 끓고 나면 콩을 넣는다.
그동안 작은 냄비에 버터를 녹여 밀가루를 넣고 저으면서 루(roux)를 만든다. 루를 끓고 있는 고기 야채 혼합물에 넣어서 국물이 적당히 걸죽해지도록 만든다.
너무 오래 졸였거나 센불에 졸이면 국물이 적으므로 루도 적게 필요하다. 5~10분 정도 더 졸여서 루의 향이 잘 섞이도록 한 후 소금 후추로 간해 직경 9 1/2인치의 둥근 캐서롤 그릇이나 속이 깊은 파이 그릇에 옮겨 담는다.
▲감자 타핑: 중간크기 감자 4개를 껍질 벗겨 큰 냄비에 삶는다. 버터 4큰술과 잘게 썬 체다 치즈(Irish white Cheddar cheese) 1컵을 넣고 으깨면서 우유 1/4컵, 다진 파슬리 1/4컵, 다진 스캘리언이나 차이브 1/3컵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해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든다.
스푼으로 으깬 감자를 고기 캐서롤 위에 고르게 펴담고 오븐에서 20~30분간 감자색이 골든 브라운이 될 때까지 굽는다.
더 파삭거리게 하고 싶으면 브로일러에서 1~2분간 더 굽는다.
꺼내서 약간 식게 놔두었다가 금방 서브한다. 스테이크 소스나 그레이비 소스, HP소스(아이리시 스타일의 스테이크 소스)와 함께 낸다.
콘비프와 양배추
향신료·고기 넣고 끓여 거품걷고 3시간 푹 삶아
고기국물에 양배추·감자·당근·무등 야채를
▲재료(8인분): 콘비프(corned beef brisket) 5파운드, 찬 육수나 물 6컵, 중간크기 비트 2~3개, 반달썰기(wedges)한 작은 양배추 1개, 크게 깍둑썰기한 감자·당근·무 각각 1 1/2컵(1/2파운드)씩, 알양파(pearl onion) 1 1/2컵, 소금과 후추 약간씩
▲만들기: 콘비프 고기를 결을 따라 크게 2등분한다. 통이 깊은 냄비에 고기를 넣고 잠길 정도로 육수나 물을 넉넉히 붓는다. 고기와 함께 향신료 봉지(flavor packet)가 들어있다면 이때 함께 넣는다.
처음 끓어오를 때 기름과 거품을 걷어내고 불을 줄여 뚜껑 덮은 채로 2시간30분에서 3시간 가량 고기가 익을 때까지 푹 끓인다.
고기를 끓이는 동안 소금물에 비트를 넣고 40~50분 동안 끓인다. 꺼내서 식힌 다음 껍질을 벗기고 1 x 1 인치 크기로 큼직하게 썬다. 비트 위에 끓고 있는 고기국물을 살짝 뿌려서 보관해둔다. 고기가 다 끓었으면 양배추, 감자, 당근, 무, 알양파를 넣고 야채가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고기가 완전히 물러서 포크가 들어갈 때까지 35~45분동안 더 끓인다.
중간에 필요하면 소금 후추로 간한다. 다 된 콘비프를 꺼내어 10분 정도 두었다가 칼로 먹기좋게 잘라 익은 야채들과 함께 서브한다.
샴록 쿠키
믹서에 버터·아몬드 페이스트·설탕 넣고 치대
밀가루와 섞어 반죽한 후 원하는 모양 만들어
▲재료: 상온의 버터 1컵(2스틱), 아몬드 페이스트(almond paste, grated) 7온스 패키지, 설탕 1/2컵, 바닐라액 1/4작은술, 밀가루 2컵, 우유 2작은술, 설탕(green sugar sprinkles)
▲만들기: 전기믹서로 고속에서 3분간 버터를 치대 부드럽고 연한 색깔이 되게 한다. 아몬드 페이스트와 설탕을 넣고 저속으로 섞는다. 고속으로 올려 다시 5분간 치대어 거의 흰색이 되면 바닐라액을 넣는다.
밀가루를 넣어 부드럽게 섞은 다음 반죽의 1/2을 떼어 15인치 길이의 왁스 페이퍼 위에 놓고 손으로 펴서 1/4인치 두께가 되게 한다. 왁스 페이퍼로 위를 덮고 밀대로 살짝 밀어준 다음 반죽을 쿠키 시트에 올려놓는다. 나머지 반죽도 똑같이 하여 1시간동안 차게 두어 굳힌다. 오븐을 325도로 예열한다.
반죽을 꺼내 원하는 모양대로 자르거나 찍어내어 쿠키 시트 위에 2인치씩 거리를 두고 놓는다.
다 자르면 12~14분간 오븐에서 딱딱해질 때까지 굽는다. 그냥 먹어도 좋고 우유를 바른 후 색깔있는 설탕을 뿌려도 좋다.
‘콘비프’ 옥수수와 무관
고기, 냉장고 없던 시대 오래 보관하려 소금에 절여
먹고 남은 것 함께 감자, 치즈 얹어 구워낸 파이도
저장음식인 콘비프(corned beef)는 ‘옥수수’(corn)와는 아무 관계없는 음식이다. 콘비프가 처음 시작된 17세기에 ‘콘’이라는 말은 ‘낟알’(grain)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냉장고가 없던 이 시대에는 쇠고기를 오래 저장할 수가 없었으므로 거친 소금 ‘알’로 고기를 문질러 부패하지 않도록 절여두었다가 긴 사순절 기간이 지난 후 부활절 때 먹곤 하였다.
요즘에 만드는 콘비프는 소금이 아니라 소금물에 절이는데 이와 함께 설탕, 페퍼콘(후추열매), 베이 리프(월계수잎)등 독특한 향신료를 첨가하는 것이 보통이다. 집에서 만들 수도 있지만 3주정도 걸리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이미 만들어진 것을 사다 요리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콘비프에 사용되는 고기는 그다지 부드럽지 않은 양지머리이므로 오랜 시간 푹 무르도록 삶는 것이 키. 고기를 잘랐을 때 핑크빛이 도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염장과정에서 첨가된 아질산염 때문이므로 안 익은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콘비프와 함께 먹는 ‘양치기 파이’(Shepherd’s Pie)는 고기부터 야채까지 먹고 남은 음식을 모두 함께 넣어 익힌 후 그 위에 으깬 감자와 체다 치즈를 얹어 오븐에서 구워낸 파이로 유럽에서 먹는 서민 음식이다. 스테이크나 로스트 비프등 쇠고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양고기도 흔히 이용된다.
한편 샴록 모양으로 쿠키를 굽고 초록색 설탕을 흩뿌린 ‘샴록 쿠키’(Shamrock cookies)야말로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식탁을 마무리짓는 디저트. 이 과자는 부활절 때는 토끼모양과 달걀 모양으로 만들어 파스텔 톤의 핑크와 옐로 설탕을 뿌리고 7월4일 독립기념일에는 스타 모양, 가을에는 펌킨 모양으로 만들어 계속 응용할 수 있다.
<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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