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이었던 명랑한 성격의 K군은 부모의 뜻에 따라 명문 의대에 진학했지만 심한 스트레스로 정신 치료를 받고 있다.
N군은 고등학교 때 수학, 과학경시대회에 참가해 각종 상을 휩쓸었을 만큼 우수한 학생이었으나 명문대 진학 후 과중한 학과공부와 심한 경쟁으로 인해 자신감을 상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비단 명문대생들만의 얘기는 아니다.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교우 및 이성관계, 학교 적응문제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자칫 자살충동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미 아동·청소년 정신의학회(AACAP) 자료를 통해 자녀들의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과 청소년 자살예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김정호 기자>


■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인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매일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너무 고통스러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스트레스를 느낀다.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는 다음 요인들로부터 비롯된다.
▲학업 부담과 좌절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신체의 변화 ▲친구들과의 관계 ▲안전하지 못한 생활 환경 ▲부모의 별거나 이혼 ▲가족 구성원의 만성적인 질병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사나 전학 ▲과도한 과외활동이나 주위의 지나친 기대 ▲경제문제 등 복잡한 가정사

■ 스트레스를 다스리는 법
스트레스에 휩싸인 청소년들은 공격적으로 변하기 십상이며 자칫 알콜이나 약물 남용에 빠질 위험이 크다. 학부모들은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자녀들이 느끼는 심적 부담감을 해소시켜 줘야한다. 또 스포츠 등 여가활동에 자녀들을 참여시키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터득시켜줘야 한다.
미 아동·청소년 정신의학회(AACAP)는 청소년들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녀가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할 경우 정신과 전문의나 유자격 심리상담가 등과 만나보는 것도 권장된다.
▲규칙적인 운동 및 식사습관을 들인다.
▲커피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불안과 초조를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가급적 줄인다.
▲알콜 및 마약류 섭취, 흡연을 금한다.
▲효과적인 자기주장 요령을 습득한다. 공격적인 발언 대신 공손한 태도로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에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면 웅변 클래스를 수강해보는 것도 좋다.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생기면 작게 쪼개서 하나씩 해결해보도록 한다.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은 금물.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내 인생은 이 모양 이 꼴이라는 식의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지금은 비록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내가 더욱 노력하고 또 다른 사람이 나를 도와준다면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을 보이려기 보다는 주어진 일을 무난히 잘 해낸 것에 만족해야 한다.
▲스트레스에는 휴식이 최고의 명약. 음악을 듣거나 친구를 만나 얘기를 나누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취미생활로 여유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같이 풀 수 있는 또래 친구들을 많이 사귄다.


■ 자녀들의 시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면?
▲시험 일자를 파악하라
올 1년 동안 자녀가 언제, 어떤 종류의 시험을 치르게 되는지 시험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지난해 치렀던 시험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본다. 만약 생소한 시험이 예정돼 있다면 이에 대한 세부 정보를 파악하고 시험준비에 본격 착수해야 한다.
▲자녀와 대화하라
자녀가 시험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이들은 대개 자신들의 고민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기분이 전환된다. 만일 자녀가 시험을 망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면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격려하고 두려움을 해소시켜주어야 한다.
▲모의 시험을 치러본다
자녀가 시험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있다면 시험에 대한 두려움은 훨씬 줄어든다. 따라서 학부모들은 가주 교육부 홈페이지(www.cde.ca.gov)나 담당교사를 통해 샘플 테스트를 구하고 자녀들이 각종 시험 유형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시험당일 컨디션 조절에 힘써야
시험 전날 자녀가 숙면을 취하도록 하고 시험 당일 아침식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부모의 조급함은 금물
시험의 결과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부모들이 시험결과에 대해 여유를 보여야 자녀들도 안정을 갖고 학업에 열중할 수 있다.


■ 청소년들의 우울증과 자살충동
미국에서는 매년 수 천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자살은 15~24세 연령대의 사망원인 중 세 번째이며 5~14세 사이에서는 여섯 번째를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청소년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 스트레스, 성공에 대한 지나친 중압감,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일부는 부모의 이혼이나 이사, 전학 등에 부담감을 느끼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증과 자살충동은 치료 가능한 정신장애이다. 자녀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과적 검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살충동의 증상은 대부분 우울증과 비슷하다. 부모들은 자살을 시도하려는 청소년들의 ‘낌새’를 잘 알아차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살충동을 느끼는 청소년들은 다음과 같은 이상증세를 보인다.
▲식사 및 수면 습관이 변한다.
▲친구나 가족, 일상 생활에서 멀어지려고 한다.
▲반항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보이거나 가출을 시도한다.
▲알콜이나 약물류를 남용한다.
▲평소와는 달리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성격이 갑작스럽게 변한다.
▲지속적인 권태감, 집중력 및 학업성적의 저하가 나타난다.
▲복통, 두통, 피로감 등을 빈번하게 호소한다.
▲평소 즐겨하던 일에 흥미를 잃는다.
▲칭찬이나 상급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나는 속이 불결한 사람이다,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는 회의적인 말을 한다.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아무 것도 필요치 않다, 이제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로 다른 사람에게 자살에 대한 암시를 준다.
▲자신의 주변을 정리한다. 아끼던 물건을 남에게 주거나 버린다. 방을 깨끗이 청소한다.
▲우울함에 휩싸여 있다가 태도가 돌변, 의기양양해 한다.
▲환각이나 괴상한 생각을 하는 등 정신병 유사 증상을 보인다.
만약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죽고싶다, 자살할거야라고 말한다면 그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정신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우울하지는 않은지, 걱정거리는 없는지, 자살충동을 느끼지는 않는지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질문들은 청소년들에게 자살충동을 심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청소년들로 하여금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돌봐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족들의 도움과 전문의의 치료를 통해 자살충동을 느끼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치유될 수 있으며 건강한 성장의 길로 되돌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