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드 웨스트레익스쿨 8학년으로 올해 14세인 윤여준군은 지난해 12월 칼스테이트LA에서 실시한 조기입학프로그램(EEP·Early Entrance Program) 입학시험을 통과, 올 가을 대학입학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같은 학교 7학년 그레이스 박(12)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2002년 칼스테이트LA의 EEP시험을 통과했으나 또래 친구들과 학교생활을 더 하고싶다는 이유로 진학을 1년 연기, 올 가을 EEP 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또래에 비해 4∼5년 먼저 대학에 들어가게 됐는데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게 바로 대학 조기입학제(EEP)다. EEP는 시행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한인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널리 알려져있지는 않다. EEP가 어떤 제도이고 어떤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으며 장, 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김정호 기자>
■EEP(Early Entrance Program)란?
EEP란 학업성적이 탁월한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고교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 조기입학제도 중 하나다. 현재 미국에는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매사추세추 등 11개 주의 17개 대학에서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칼스테이트LA와 USC가 각각 EEP(Early Entrance Program), RHP(Resident Honors Program)라는 이름의 조기입학제를 실시하고 있다.
EEP 학생들은 12학년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는 일반 학생들에 비해 적게는 1년에서 많게는 7년까지 대학에 빨리 진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83년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 칼스테이트LA는 매년 12월 중 11세∼16세 사이의 중,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EEP 입학시험을 실시, 이 결과를 토대로 30여 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신입생의 대부분은 8∼10학년(평균연령 14.5세)이다. 시험은 언어(Verbal), 수리(Quantitative)영역 등 8개 분야를 치르며 일정 점수에 도달한 학생들은 입학 자격을 받게된다.
시험 합격자들은 가을학기 입학에 앞서 여름방학 중 실시되는 자체 써머스쿨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하며, 여기에서 평가된 학업수행 능력과 적응도 등을 따져 최종적으로 입학허가 여부를 통보 받는다. 물론 입학이 취소되면 재학중인 중, 고교로 돌아가 학업을 계속하면 된다.
칼스테이트LA는 EEP 과정 신입생들의 대학생활 적응을 돕기 위해 첫 학기동안 자체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을 교육한다. 첫 학기가 지나면 EEP 학생들은 일반 대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게 되는데 여가시간에는 담당교사로부터 연령을 고려한 생활지도를 받는다.
칼스테이트LA EEP과정의 경우 졸업률이 90% 이상이며 졸업생의 80%가 UC나 아이비리그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다.
한편 USC의 RHP는 우수한 성적을 보유한 12학년 학생들이 고교생 신분으로 대학 1학년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한 조기입학제도로 매년 30명이 선발된다.
■어떤 학생들이 EEP에 진학하나?
교육전문가들은 지능(intelligence)이 우수하고 감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한(maturity) 학생들이어야만 EEP 과정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육 전문서점 ‘Student Books’의 정태중 대표는 어린 나이에 고교 때와는 현격히 다른 환경에서 대학 공부를 해야하고 나이 많은 학생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해야하는 등 부담이 따른다며 또 많은 분량의 에세이나 페이퍼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탁월한 영어 작문 실력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EEP 과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학업성적이 탁월하고 SAT, ACT 등 주요 시험성적이 12학년 학생들의 성적에 도달하거나 능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조기입학제도를 실시하는 대학들은 자체 시험과 입학기준을 가지고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EEP의 장, 단점
EEP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지능과 실력을 갖춘 학생들이 일찍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교 과정을 건너뛰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보다 광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학습과 리서치 등을 수행함으로써 고교생활에서 가질 수 없는 다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
대개의 경우 EEP 과정 학생들은 일반 대학생들에 비해 탁월한 학업성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EEP 제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학에 일찍 진학하게 되므로 자칫 나이 많은 학생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소외될 수 있으며 스포츠, 밴드활동 등 학업 외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들은 NCAA 연령규정 등을 따져 미성년의 학생들이 각종 운동경기에 참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대학 밴드부 역시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새로운 환경 적응에 따른 스트레스도 문제다. 대학에서는 고교에 비해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학업을 소화해 내야하므로 중, 고교에 다니다 EEP로 대학에 조기 입학할 경우, 이에 따른 충격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프롬, 졸업식, 졸업 반지, 홈커밍 행사 등 고교생활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 EEP 진학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EEP 수료 후 진로는?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EEP를 수료했느냐에 따라 학생 진로도 다르다. EEP 프로그램 중 가장 보편적인 학사학위 과정을 졸업했을 경우 로스쿨, 경영대학원, 의과대학 등 상급 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남들 보다 몇 년 앞서 대학을 졸업할 수 있기 때문에 진로 선택의 폭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EEP 프로그램을 도중에 그만 둘 경우, 이수한 학점을 가지고 타 대학에 편입할 수도 있다.
조기입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대학에서도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리서치 등 연구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들이 대학원 등 상급학교에 진학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교육전문가들은 예측한다.
■EEP 학비와 장학금, 재정보조
1년 학비는 불과 몇 천 달러에서 많게는 3만5,000달러에 이르기까지 대학별로 천차만별이다. 칼스테이트LA의 경우 수강학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 대학생들과 동일한 학비가 적용된다. 장학금과 재정보조는 풀타임 대학생에 준해 받을 수 있다. 연방장학금신청서(FAFSA)를 통해 보조를 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비용 측면만 생각하면, EEP 학생들은 중·고교과정을 생략하고 대학에 들어온 것이므로 K-12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 비해 많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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