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를 불안케 하는 북한의 핵위기를 비롯하여 한반도 통일과 경제발전, 민주주의 정착 등 산적한 국내외 문제를 차치하고 국회나 대통령은 정치자금 비리를 청산한다는 명목으로 국민들을 더욱 실망스럽게 하고 있다.
과반수 이상으로 국회가 결의한 측근비리 특검을 대통령이 거부하더니 건국 이래 최초로 국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태까지 벌
어졌다.
당선 후 지금껏 12차례에 걸친 국민을 상대로 한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국가경영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자신의 실책들을 변명하다 재신임 등 돌발적인 폭탄선언으로 일관돼 있다.
국가의 최고지도자로서 국가 행정수반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다 보면 국민들은 그러한 지도자를 신뢰하고 존경하며 힘을 모아 국가발전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정치사의 고질병폐인 정치자금 비리는 무엇보다 정경유착의 원인으로서 지탄을 받아왔다. 선거에 앞서 당선이 확실한 후보에게 재벌기업을 불법적으로 운용되어 온 선거자금을 제공하고 당선 후 정치권으로부터의 경제적 특혜와 비호를 받게 된다. 이것은 재벌기업의 건전한 기업윤리를 저해할 뿐 아니라 정치권과의 결탁을 통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기업 확장
을 하게 되고 정경유착의 악순환은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경유착을 청산하는 길은 바로 정치권에 대한 불합리한 선거자금의 지원을 차단하는 것이다. 또한 대권주자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은 이권이 개입되지 않은 투명한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모아야 한다. 이것만이 곧 선진 정치화의 잣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빼어난 의회제도로 세계 정치에서 민주주의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정치자금 운영을 감시하고 공개하는 제도적인 뒷받침 외에 선거자금 실명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실태는 명확하게 파악되기 위해 회계사의 검증을 거쳐 매 분기별로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되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낱낱이 공개된다.
연방선관위는 선거관리 업무 담당 독립기관으로서 미국내 정치자금의 흐름을 완벽하게 감독, 감시하여 정치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대외정치센터나 커먼커즈 같은 시민단체들도 정치인들의 자금조달 내역과 사용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면밀히 분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음성적인 정치자금 거래는 사실상 불
가능하다.
미연방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정치지망생당 천문학적인 정치자금이 필요한데 투명한 정치자금의 모금에만 의존하여 가능한 것인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상원의원에 출마하려면 300만달러 이상, 그리고 하원의원은 100만달러 이상이 소요되는데 정상적인 모금운동만으로 그 충당이 가능하다면 미국정치인의 선진화는 세계적인 수준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의원, 또는 입후보자들이 정치자금을 모으는데는 4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일반시민의 헌금이다. 개인의 정치자금 헌금액이 연간 2만5,000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 받으므로 정치지망생들은 평범한 시민들로부터 소액의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자주 갖는다.
실제로 전체 정치자금 중 50% 이상이 시민들로부터 나온다. 이는 또한 일반 시민들이 소액이지만 기부를 통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참여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
둘째는, 정치활동 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조성이다. 이는 기업체, 노동조합, 이익단체 등이 특정 후보나 다수 후보에게 정치기부금을 후원하기 위해 만든 별도의 조직체이다. 그러므로 유능한 후보들은 각종 정치활동위원회를 결성하여 막대한 자금을 확보한 후 자신이 속한 정당에 기부하게 한 후 다시금 정당이 자신을 후원하게끔 한다.
셋째는 정당으로부터 분배되는 후원금이다. 이는 실상 5~9%로 그리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단지 소속 정당으로부터 지원 받는다는 정치적 의미일 뿐이다.
넷째는, 정치인 개인이나 가족의 재산으로 정치자금을 사용하는 경우인데 특별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물론 미연방의회에 존 라커펠러나 로스 페로와 같은 갑부가 사유재산에서 수백만달러를 사용하는 예도 있으나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자신의 돈을 쓰지 않고 선거자금 모금으로 정치활동을 한다.
건국이래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한국이 이번 기회에 과감히 정치자금 비리를 파헤쳐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정경유착의 악순환을 타파하고 건전한 정치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해 보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소망인 것이다.
써니 리(보스턴 퍼블릭스쿨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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