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는 크렘린궁처럼 감추어져 있는 매력이 있다. 춥고 배고픈 나라이긴 해도 그곳은 푸쉬킨과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에프를 탄생시킨 곳.
두 달 전 LACMA에서 있었던 프랑스 걸작 전시회는 바로 모스크바 푸쉬킨 뮤지엄 소장품들의 이동 전시회였다. 프랑스의 예술품을 몸살 나게 좋아했던 캐더린 대제와 짜아르들에 의해 러시아는 프랑스 밖의 나라 가운데서 가장 프랑스 예술작품들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나라라 하니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다.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는 귀족문화를 꽃피웠지만 가난하고 배고픈 민중은 싸구려 보드카로 추운 몸과 가난한 영혼을 달래야만 했던 나라. 하지만 동토의 땅을 녹일 만큼 뜨거운 그들의 잠재된 열정은 레닌과 스탈린의 붉은 혁명으로도 바꿀 수 없었다.
펄쩍펄쩍 뛰어 오르는 민속춤에서 느껴지는 삶에의 뜨거운 에너지,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에서 맛볼 수 있는 타오르는 열정. 마음이라도 이렇게 여행을 다녀온 뒤 즐기는 러시아 음식은 그들의 삶과 사랑, 예술을 포함하고 있는 맛일 것이다.
디아길레프(Diaghilev)는 LA에서 가장 황송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러시아 레스토랑이다. 의식을 치르듯 또는 공연을 보여주듯 장갑을 끼고 벌이는 서비스는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러시안 서비스’라는 이름이 왜 붙여졌는지 단 한 번이라도 디아길레프에서 디너 서비스를 받아본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
디아길레프는 프랑스의 예술가와 발레단을 아낌없이 지원했던 러시아의 임프레사리오 이름. 디아길레프 레스토랑 역시 그가 애정을 쏟았던 나라, 프랑스식으로 변형된 러시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프랑스와 러시아라는 두 나라의 요리가 만났으니 요즘 한창 인기 있는 퓨전 요리라고도 할 수 있겠다.
볼쇼이 극장의 악사였던 피아니스트와 하프 주자들은 볼가 강의 왈츠를 황홀하게 연주한다. 가끔씩 대학시절 불렀던 ‘스텐카라친’의 멜로디도 들려와 조용히 따라해 보기도 했다. 눈썹 짙은 동구권 미남 웨이터들의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니 제정 시대 러시아 공주가 이런 사치를 누렸을까 의문이 생긴다.
각기 다른 향을 첨가한 최고급 보드카는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술병에 담아와 깍듯하게 대접한다. 냉동실에 넣어도 얼지 않는 알코올 순도 99퍼센트의 독한 술이 보드카. 하지만 러시아 요리에는 이 보드카를 따라갈 술이 없다.
훈제 연어와 철갑상어 알(Parfait de Saumon Fume et Ossetra)은 감자로 만든 팬케이크에 얹고 굴 소스로 맛을 낸 전채. 소련 서부의 드네프르 강과 우랄 강에서 난 철갑상어 알은 러시아의 짜아르에게 상납됐던 고급 요리다. 함께 곁들인 훈제 연어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프와 그라(Poelle de Foie Gras)는 과일 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거위간을 배의 피클 등 다섯 가지 향으로 조리했다. 달짝지근한 포트와인 한 잔과 곁들인 프와 그라는 가히 입안으로 녹아든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거위 요리(Caneton Sauvage a La ModeSouvaroff)는 얇게 저민 고기를 거위 모양의 도자기에 담고 패스츄리를 씌워 놓은 것이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것 같다. 겉을 싸고 있는 패스츄리를 포크로 살살 건드려 안의 거위 고기와 소스를 섞어 입안에 들여놓는다. 조금은 걸쭉한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톨스토이의 작품 ‘전쟁과 평화’에 묘사됐던 파츠카(Pachka)는 크림치즈와 견과류, 마른 과일로 만든 디저트. 귀족적인 음식 문화를 누렸던 그들이건만 요즘은 우리나라에 와서 초코파이를 박스로 사재기해 간다고 하니 안쓰럽다. <박지윤 객원기자>
종류: 러시아 요리. 오픈 시간: 화-토요일 저녁 6-11시. 가격: 전채 요리는 9-28달러, 메인 디쉬는 28-46달러. 주차: 발레 파킹. 주소: 1020 N. San Vincente Bl. West Hollywood, CA 90069. 윈뎀 벨라지 호텔(Wyndham Belage Hotel) 내 1층. 한인 타운에서 윌셔 길을 타고 가다가 San Vincnete에서 우회전 한 뒤, 쭉 올라가면 Sunset 바로 못 미쳐 호텔 입구가 나타난다. 예약 전화: (310) 85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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