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교육계의 뜻깊은 화두
얼마 전 미주 한국학교연합회에서 주최한 웍샵에서 주말 한국학교의 한국어가 고교 외국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었다. 그동안 주말 한국학교의 한국어 수업이 정규 고교 학점(credit)으로는 인정될 수 있으나 점수(grade)로는 환산되지 않는다는 일부 학교의 원칙에 대해 약간의 혼동이 있었던 것 같다.
쉽게 설명해 주말 한국학교 한국어가 선택과목 학점으로는 인정되나 외국어 학점으로는 점수에 포함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고교과정에서 외국어를 최소 2년 이수할 것을 요구하고 3년을 권장하는 UC나 CSU의 경우 SAT II 한국어 시험에서 550점을 넘으면 외국어 2년을 이수한 것으로, 또 600점을 넘으면 3년 공부한 것으로 인정을 해 준다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 현실은 모든 행정지침이 시교육위원회에서 결정·관리 및 전달되는 중앙방식인 반면 이곳은 주마다, 시마다, 교육구마다, 하다 못해 각 학교장 재량으로 교육 정책과 교과과정이 각 학교 사정과 형편에 따라 약간의 유동성이 허용돼 더욱 혼란을 가져오는 건 사실이다.
이날 웍샵에서 3가 초등학교 수지 오 교장 선생님과 필자는 나름대로 가주 교육부 외국어 교과과정과 외국어 학점을 점수로 인정받는 절차, 또 그에 따른 학생들의 대학 준비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지만 많은 주말 한국학교 관계자들과 학부모님들은 그런 복잡하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른 절차보다는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좀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답을 기대했던 것 같다.
학부모님들의 주된 관심은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과 ‘점수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구분으로 혹시 인정을 해 준다는 의미가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당한다는 뜻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주말 한국학교에서 받는 한국어 점수 A학점이 학교에서 외국어 시간에 매일 한시간씩, 일주일에 5번, 16주 동안 공부해서 받는 A학점과 비교해 볼 때 주말 한국학교의 학점을 과연 어느 정도까지, 얼마만큼 인정해 줘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더구나 한국학교의 한국어 학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과과정이 가주 교육부 고교 외국어 교과과정에 그 기준과 내용과 수준이 맞아야 하며 그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인정하는 자격을 갖춘 교사들이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현직에서 느끼는 바로는, 영어 ESL 과정도 시험 봐서 건너뛸 수 없느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이나 수학점수가 나쁜 것은 숙제와 출석 때문이니 시험으로 대신 보게 해 달라고 떼쓰는 아이들 은 모두 한인학생들 뿐이다. 때론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들만의 독특한 성격과 문화 때문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얘기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그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이해한다는 얘기지, 다른 교사들도 이를 이해할 거라 여기는 것은 무리다.
커뮤니티 서비스나 봉사활동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쉬울 듯 싶다. 많은 한국 학생들이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봉사했다고 하지만 대학에서 그것을 봉사활동이나 커뮤니티 서비스로 인정하는가 하는 문제는 각 학교 선발 기준에 따라 다르다. 경쟁이 심한 학교에서는 봉사활동의 내역이나 활동기간에 의해 당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
대학측의 봉사활동 및 커뮤니티 서비스에 관한 평가는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벗어나 사회 경험을 쌓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기준으로 한다. 거기엔 어떤 일을, 얼마만큼 오랫동안 일해서 그 경험이 그 학생에게 어떤 도움이 됐고 사회에 어떤 도움이 될 지를 기준으로 생각하기에 제대로 된 봉사활동 역시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앞으로 머잖아 외국어가 고교 졸업 필수요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노력들이 실로 중요하고 힘든 과정인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또한 우리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고 우리의 문화를 이어 주고 싶어하는 학부모와 한인사회의 간절한 바람과 자발적 노력으로 주말 한국학교는 그간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한국어 학점 인정에 관한 작업도 중요하고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어떤 명분을 세워서라도 가르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런 맥락으로 본다면 이 같은 일들로 학교와 한인사회가 떠들썩하게 된 것 역시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져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도 역시 뜻깊은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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