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미용계12년... 거짓말처럼 떳었요
최근호 여성잡지마다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는 할리웃 스타는 영화 ‘킬 빌’(Kill Bill)에서 금발의 사무라이로 등장한 우마 서먼이다. 팔등신의 섹시 스타 우마 서먼이 이소룡의 노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사무라이 검법을 휘둘러 화면을 압도하는 영화 ‘킬 빌’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강인한 여전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우마 서먼은 내추럴 메이크업으로 깨끗하고 고운 피부를 여지없이 드러내 여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뉴욕 포스트의 ‘우마의 글로우’, US위클리에 실린 ‘우마의 섹시 뉴 룩’ 등 주류 언론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우마 서먼의 젊음이 넘치는 투명한 피부관리 비결은 바로 한인 이용분씨가 개발한 기능성 화장품 ‘프로텍티브 너리시먼트’(Protective Nourishment). 우마 서먼의 스킨케어 뿐만이 아니다. 이씨의 두 딸인 헤어 컬러리스트 제니퍼 이(28)씨와 스타일리스트 지넷 이(25)씨가 영화 ‘킬 빌’ 후반부 우마 서먼의 헤어스타일을 책임졌다. 베벌리센터 인근 몰에서 ‘살롱 블러시’를 경영하며 주류 미용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뷰티션 패밀리 삼모녀를 만나보았다.
한국 사람은 원래 성실하죠. 전문성만 더해지면 주류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기능 화장품이 각광받는 요즘, 이용분(53)씨가 10년이란 세월을 투자해 개발한 ‘프로텍티브 너리시먼트’(Protective Nourishment)의 성공은 조용히 그리고 눈부시게 찾아왔다.
’피부가 투명해지고 주름이 펴지는 효과가 있다’는 할리웃 스타 우마 서먼의 말 한마디에 온라인(www.protectivenourishment.com)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랑콤 향수 ‘미라클’의 모델인 우마 서먼이 잡지 인터뷰를 통해 직접 제품의 효과를 입증해주니 이보다 더 좋은 홍보가 또 있을까.
지난해 6월, 영화 ‘킬 빌’이 건강미인에 어울리는 밝은 피부 표현을 요구한다며 우마 서먼이 블러시 살롱을 찾아왔다. 그 당시 우마 서먼은 둘째 아이를 출산한 후라 피부가 상당히 거칠어 집중적인 스킨케어가 필요했는데 말 그대로 ‘프로텍티브 너리시먼트’ 제품라인으로 맑고 투명한 피부를 되찾았다.
이씨의 화장품에 신뢰를 갖게 된 우마 서먼이 블러시의 헤어아티스트들을 눈여겨보게 된 건 자명한 사실. 제니퍼·지넷 자매가 창조해 내는 환상적인 헤어스타일을 눈으로 확인한 우마 서먼은 이들 자매에게 영화 속 헤어스타일을 맡겼고 ‘킬 빌’의 LA 시사회장에도 헤어스타일리스트로 두 사람을 동반했다.
<스킨케어제품 ‘프로텍티브 너리시먼트’>
프로텍티브 너리시먼트는 이용분씨의 강한 집념과 프로 근성이 낳은 결실이다. 12년 전 베벌리힐스에 ‘비너스’(Venus)란 이름으로 뷰티 서플라이 살롱을 시작한 이씨는 화장품업계에서 생존하려면 남이 하지 않는 걸 해야 한다는 도전의식으로 기능성 화장품 개발에 착수했다.
순수 천연성분만을 고집하며 실패와 실험을 거듭해 탄생한 프로텍티브 너리시먼트는 호박이나 크랜베리 등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 보습인자가 함유돼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주고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골고루 들어있는 제품이다.
그러나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다 해도 제품 홍보 없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기상품으로 등극하기란 어려운 것이 현실. 이씨는 고객으로 만났다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 할리웃 메이크업 아티스트 일로나 허먼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이씨가 개발한 화장품이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일반제품으로 판매되던 1995년, 일로나 허먼이 고객으로 이씨의 뷰티 서플라이 살롱을 찾아왔다. 폴 미첼, 주앙 주앙 등 헤어디자이너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이씨는 일로나 허먼에게도 평소처럼 성실하게 대했다.
얼마 후 다시 살롱을 찾아온 허먼은 자신이 할리웃 메이크업 아티스트인데 구입해간 화장품을 직접 사용해 보니 피부 재생효과가 놀랍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허먼은 로버트 드 니로, 션 코너리 등 할리웃 노장 배우들이 나이보다 젊게 보여야 하는 역할을 소화해야 할 때면 이씨의 제품을 스킨케어에 사용했다. 스킨케어로 단기간 내 젊음을 찾은 할리웃 배우들이 이씨의 제품에 대만족을 표했음은 물론이다. 이씨의 기능성 화장품이 드디어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10년 동안 해왔던 뷰티 서플라이 살롱의 간판을 내리고 헤어 아티스트로 성장한 두 딸과 함께 미용실 ‘블러시 살롱’(blush salon)을 오픈한지 1년 남짓 지났을 무렵, 일로나 허먼이 이번에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자청해 왔다. 이렇게 해서 스킨케어 제품 ‘프로텍티브 뉴리시먼트’가 탄생했고 일로나 허먼의 할리웃 영화계 인맥과 이용분씨의 프로근성이 합쳐져 프로페셔널 살롱과 유명 스파에 시판이 이뤄졌다.
클린싱 워시(Wash)부터 3∼4방울만 발라도 눈에 띄는 효과를 체험한다는 시럼(serum), 피부재생 효과가 뛰어난 이지에프(EGF) 성분이 들어있는 모이스처라이저 등 6단계가 한 세트인데 가격은 세트 당 420달러이며 한인타운에는 우리약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310)657-4336
<’블러시’와 세모녀>
둘이서 살롱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까 고민했죠. 80년대는 헤어 스타일리스트의 이름을 따는 게 유행이었지만 요즘 추세는 미용실을 브랜드화 시키죠. 심플하면서도 여성적인 감각이 풍기는 이름을 찾다가 ‘블러시’(blush)로 결정했어요. 너무 기쁠 때 그리고 창피할 때 발그레하게 홍조를 띤 얼굴은 정말 예쁘잖아요
베벌리 플라자 센터 샤핑몰에 위치한 블러시 살롱은 원목 재료의 고풍스런 인테리어가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고 의자마다 전신 거울이 놓여 있어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킨다. 이름부터 인테리어까지 비달 사순을 수석 졸업한 제니퍼·지넷 자매의 아이디어가 구석구석 배어있다. 큰 딸 제니퍼씨는 헤어컬러 전문이고 작은 딸 지넷씨는 헤어 컷 스타일리스트.
주니어 하이 시절부터 어머니의 뷰티 서플라이 살롱을 들락거리며 미용일에 관심을 나타낸 제니퍼씨는 친구들의 머리를 만지며 아마추어 솜씨를 발휘하길 좋아했다. 급기야 친구들이 대학원서를 쓰기 시작했을 무렵 헤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부모에게 밝혔고 그 길로 비달 사순에 등록했다. 색감이 뛰어난 자신의 적성과 상업성, 안전성을 고려해 ‘컬러’를 전공했다는 제니퍼씨는 졸업 후, 애리조나와 시카고 등 미국에서 유명하다는 헤어 컬러리스트를 찾아다니며 꼬박 3년간 인턴 경력을 쌓았다.
1998년 여성 매거진 ‘얼루어’(Allure)와 ‘셀프’(Self)로부터 베스트 컬러리스트로 선정된 제니퍼씨는 베벌리힐스와 멜로즈 거리를 찾아 헤매는 패션 리더들 사이에 제법 알려져 있는 컬러리스트다. 영화사와 에이전시로부터 헤어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그냥 ‘블러시 살롱’의 컬러리스트가 좋아요라고 말하는 제니퍼씨는 ‘비범’보다는 ‘평범’이 좋다고 할까요. 보통 사람들을 영화배우처럼 아름답게 만드는데 훨씬 매력을 느껴요. 예술적 감각이 비슷한 동생 지넷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죠라며 웃는다.
작은 딸 지넷씨는 워낙 창의력과 상상력이 뛰어나다. 고객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느낄 수 있어 헤어 컷을 택했다는 지넷씨는 언니와는 달리 저널리스트의 꿈을 갖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노스리지에 입학했다가 갑자기 비달 사순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작은 딸마저 미용사가 되겠다고 하자 어머니 이씨는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지만 마음은 무너질 것 같았다고 한다.
아이들을 미용사로 만들려고 미국으로 이민을 왔나 싶어 못내 마음이 불편했고 주위의 편견이 가득한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는 이씨는 지금은 두 딸이 스스로 택한 길에 100%를 투자하는 남다른 열정을 보면서 딸들의 의사를 존중해준 데 결코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확고한 자기 주장이 엿보이는 이들 자매는 좋아하는 일을 더욱 즐기고 싶어서 시간당 한 사람으로 예약을 제한한다. 아무리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도 인내력을 테스트 당하는 일이 빈번하고 심신이 피로하면 ‘이쯤에서 됐다’는 타협이 마음속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블러시를 오픈한지 3년, 상류사회라는 베벌리힐스, 유행의 근원지인 할리웃 영화계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블러시의 두 자매를 찾는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 이젠 3주전 예약이 필수다. 커트와 컬러 각각 65달러부터 시작해 가격도 만만치 않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 주에 1인당 40명 가량의 헤어를 디자인하는 제니퍼·지넷 자매의 연봉 합계는 약 20만달러. 명문 대학을 졸업해도 받기 쉽지 않은 액수다.
자라면서 한번도 심하게 다툰 적 없이 서로의 다른 점을 존중하는 의좋은 자매라는 이들은 미용일은 단순히 머리만 잘 자르고 컬러만 멋지게 한다고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용일을 하면서 유일한 후회가 있다면 육체적 소모가 이렇게 많은 직업인지 몰랐다는 점이죠. 튼튼한 체력은 기본이고 고객들의 미묘한 심리를 이해하면서 말동무이자 때로는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하죠. 그야말로 함께 수다를 떨며 적당히 아양도 부리면서 손님들과 친해지는 게 뷰티 비즈니스의 시작이자 끝이에요
블러시 살롱의 주소는 404 S. San Vicente Blvd., LA, 예약 문의는 (310)657-4336으로 하면 된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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