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Food) 섹션을 만들기 시작한 지 꼭 1년이 되었다. 작년 11월6일, 쉽지 않은 준비기간을 거쳐 첫 푸드 섹션이 나왔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한데 벌써 1년이 훌쩍 지난 것이다.
그동안 독자들이 보내준 성원과 사랑은 믿을 수 없으리 만치 대단했다.
레서피를 잘라 놓고 그대로 만들어 본답니다 푸드 섹션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놓아요 도움되는 정보가 많아서 유익하게 보고있지요 수요일만 기다린답니다
전화로, 편지로, 이메일로, 혹은 여기저기서 만나는 사람마다 보내준 수많은 격려는 모든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몇배로 상쇄하고도 남게 해주었다. 특히 남자 독자들이 얼마나 큰 관심을 보여주는지 깜짝 놀라는 일도 많았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런 한편 별 생각없이 쓴 표현이나 내용 때문에 화를 내는 독자들도 이따금 있었다. 몇 달전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난에 한 목사님의 칼국수 사랑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유머러스한 그 목사님의 표현중 ‘김영삼처럼 머리가 나빠지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은 되지만...’ 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표현이 어떤 분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대통령을 지낸 분을 어떻게 존칭도 없이 비하하여 쓸 수 있느냐고 호통을 쳐서 죄송합니다하고 전화로 야단 맞은 일이 있다.
그런가하면 ‘스피드쿠킹’이란 주방일기를 보고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백을 내려놓고 쌀을 씻는다...는 부분에 주목한 남자독자 한 분이 전화를 주셨다. 집에 가서 처음 하는 일이 쌀을 씻어 안치고 그 다음에 옷을 갈아입고 나와 요리를 시작한다면 손을 안 씻고 요리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처음엔 황당해서 말을 잃었다가 그렇게 세세한 과정은 생략한 글이었음에 양해를 구하고 끊었다. 아마도 그분은 조리과정의 위생에 신경을 많이 쓰는가 보았다.
한국의날 축제때 장터 먹거리 표정을 다룬 기사를 쓰고 나서는 축제재단 관계자라는 사람과 대판 싸운 적도 있다. 내용중 장터 음식값이 대체로 비싸다고 쓴 부분이 ‘부정적’이라며 항의하는 것이었다. 장터음식 비싸다는건 삼척동자도 아는 얘긴데, 딴에는 신경 써서 내준 기사를 갖고 고마워하기는커녕 항의하다니, 전화로 언성을 높이며 싸워댔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아주 드문 사건. 대부분은 맛있게 보고 있다는 격려가 줄을 이었다.
그동안 주방일기도 열심히 썼다. 처음에는 독자들에게 기사 외에 읽을 거리를 주자는 생각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매주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내자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우리 가정, 주변이야기, 개인적인 체험 위주로 글을 쓰다보니 내 신상과 우리집 안방을 훤하게 드러내놓고 사는 것 같아서 머쓱한 적도 없지 않았다.
개인의 신변잡기를 왜 신문에 쓰느냐고 언짢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나도 그런 의견들에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글을 쓰는 당사자인만큼 주방일기의 내용과 성격에 대해 누구보다 생각을 많이 했고, 친지, 동료, 독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곤 했다.
그래도 칼럼이란게 지당하신 말씀들의 나열보다는 일상의 해프닝 중심으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은 공감을 얻으리라 생각했다. 그 결과 과장된 표현도 있었고, 우리가족들을 희화시킨 면도 없지 않았으며, 나의 아줌마푼수 짓도 여과없이 드러내곤 했지만, 그래도 쓸 데 없는 걸 쓴다는 타박보다는 재미있다고 격려해준 사람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제목이 주방일기인데 왜 자꾸 다른 얘기를 쓰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예를 들어 얼마전에 쓴 ‘건망증’ 같은 것은 주방일기로 볼 수 없다 하여 인터넷 한국일보에는 올라오지도 못한 일이 있다. 나도 처음엔 부엌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쓸 때면 괜히 주춤해졌는데 매일 밥해먹는 얘기만 쓰는 것도 한계가 있고, 좀더 광범위하게 생활주변의 소재들을 다루는 것이 좋을 듯 싶어서 ‘주방’이라는 단어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롭기로 했다.
가정에서의 주방은 단지 요리하고 음식 먹는 공간인 것만은 아니다. 좀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한 가족의 일상과 건강이 지켜지는 곳이요, 식사하는 가운데 오가는 대화, 또 친지들을 초대하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격 없이 나누는, 가장 열린 공간이 아닌가.
독자들도 그런 마음으로 계속 읽어주시고 푸드 섹션에 더 많은 사랑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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