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천을 손으로 하나하나 꿰매어 생활용품부터 예술작품까지 만들 수 있는 퀼트(Quilt). 여러 조각을 한데 모아 짜 맞추는 퀼트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더불어 사는 우리 인생과도 같다. 할머니가 만든 조각보를 덮고 벽난로 앞에 잠든 어린 손자의 천진난만한 모습에서 볼 수 있듯 미국에서 퀼트는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족사의 분신이라고 할까. 퀼트가 미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떠올리지 않아도 가을에 접어든 지금,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들어진 퀼트 식탁보나 조각이불, 벽걸이 등으로 가을 분위기를 한껏 내면 가족들에게 어머니의 사랑이 저절로 전해질 듯 하다. 최소엽씨의 퀼트 강습을 찾아가 바늘과 천의 예술이라는 퀼트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글·사진 하은선 기자>
이걸 언제 다했어요? 너무 예뻐요. 그냥 애들 기다리면서 틈틈이 했지 뭐.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3!4시간 가량 실시되는 최소엽씨의 퀼트 강습은 둥그렇게 모여 앉은 회원들의 품격 있는 수다 공간이다. 한 자리에 모인 5명의 회원들은 손끝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여름 동안 완성한 작품 자랑도 하고 자녀 교육과 요리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다섯명 모두 1년6개월 이상 퀼트를 계속해온 ‘퀼트 매니아’들로 대부분이 40대 초반의 여성들. 침대 시트와 이불, 벽걸이 등 자녀 방 꾸미기로부터 시작해 자녀 혼수품을 직접 내 손으로 만들겠다며 미국의 전통적 혼수품인 더블 웨딩 링 패턴의 퀼트 이불을 만드는 이도 있고 몇 년 후 작품전시회를 하겠다고 예술적 감각을 총동원해 대작을 시도하는 이도 있다.
회원들 중 유일하게 일흔을 바라보는 ‘형님’ 미셸 문씨는 바늘귀에 실을 꿰려면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지만 퀼트 작업뿐 아니라 딸 또래 회원들과의 대화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어서 퀼트 강습시간을 때때로 인생 상담소로 만드는 장본인이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길게는 4~5개월, 짧게는 1개월 정도 걸리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라는 이들은 시간만 나면 작품 구상하느라 머릿속이 바쁘고 디자인하고 색상을 맞춰 보느라 손과 마음이 분주하다.
그냥 손바느질로부터 시작해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생활소품인 가방, 지갑, 바구니, 인형을 만들고 벽걸이나 침대시트 등 대형 작품까지 완성해 내는 이들은 퀼트를 모르고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 만큼 퀼트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매력 덩어리. 바느질 솜씨도 생기고 미적 감각도 개발되지만 무엇보다 퀼트를 하는 동안 마음이 평온해져서 수양이 저절로 된다고 한다. 중년의 위기에 찾아든다는 무력감, 우울증 따위가 찾아올 겨를이 없고 작은 소품 하나라도 완성됐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단다.
한국과 미국에서 7년간 퀼트 강습을 해온 최소엽씨(43)는 미국의 권위 있는 퀼트 학원 ‘피스메이커스’(Piecemakers)에서 전 과정을 수료했고 한국에서 퀼트학원을 직접 운영하며 유명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퀼트를 가르친 경력 있는 전문가. 2년 전 미국으로 다시 건너와 미션비에호에 있는 자택에서 퀼트를 가르치고 있다. 최씨는 옛부터 퀼트는 여성들의 일상이 그대로 배어 있고 일상을 이어가는 대화가 공존하는 취미예술이라며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퀼트를 할 뿐 아니라 재료를 구입할 때에도 함께 만나 색상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좀더 싸고 좋은 패브릭을 찾아다니는 등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소엽씨의 퀼트 강습은 초급, 중급, 고급으로 과정이 나뉘어져 있으며 12주 과정에 240달러. 초급 과정에서는 쿠션, 지갑, 인형, 가방, 바구니, 하트 벽걸이, 아기 이불을, 중급과정으로 가면 가방, 인형, 대형 벽걸이, 아이리시 체인 이불을 만들게 된다. 고급 과정은 전통 퀼트가 주를 이루는데 원하는 아이템을 선택해 작품을 완성하면 된다. 문의 (949)244-2964
▲퀼트
퀼트는 안감과 겉감 사이에 솜을 넣어 누비는 수예기법. 깃털을 채워 넣은 주머니라는 뜻의 라틴어 ‘culcita’가 그 어원이다. 고대 이집트의 왕 파라오가 퀼트로 만들어진 망토를 두르고 다녔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역사는 6,000년이 넘는다. 유럽으로 전해져 귀족 부인들 사이에 널리 퍼진 퀼트는 기능성과 장식성을 더했고 오늘날의 아메리칸 패치워크 & 퀼트의 역사가 시작된 건 청교도들이 신대륙으로 건너오면서부터. 미국에서 퀼트는 서부 개척시대를 거치며 본격 전성기를 맞이했는데 궁핍했던 시절, 넉넉하지 못한 안쓰러움을 조각 천을 꿰매는 바쁜 손길로 대신하려 했던 여성들의 사랑과 지혜가 실용 퀼트를 크게 발전시켰다.
퀼트는 여러 가지 색상과 무늬의 천을 도안해 조각 내어 다시 작은 조각 천을 바늘로 꿰매 연결시키는 조각 잇기(Patchwork)와 패치워크가 완성된 것을 솜과 뒷감을 대고 누비기(Quilting)로 나뉘며 이 둘을 합쳐서 ‘퀼트’라고 부른다.
퀼트 용어를 알아보면, 피스(Piece)는 조각 천을 의미하고 조각 천을 여러 장 연결하여 만든 패턴이 ‘블럭’(Block)이다. 블럭과 블럭, 혹은 패턴과 패턴 사이를 연결해 주는 천을 래티스(Lattice)라고 하고 블럭을 연결한 후 가장자리 테두리를 해주는 부분이 보더(Border). 퀼트 탑(Quilt Top)은 패치워크를 끝내고 솜을 대기 전의 완성된 부분이며 배팅(Batting)은 탑이나 안감 사이에 넣는 솜, 배킹(Backing)은 안감, 배스팅(Basting)은 시침질, 바인딩(Binding)은 바이어스로 마무리짓는 퀼트의 마무리 작업을 일컫는다.
퀼트의 재료가 되는 패브릭은 100% 면으로 된 천이어야 하고 바늘은 짧고 작은 것이 좋다. 실은 면실, 퀼팅실, 시침실을 준비하고 구름솜과 자, 2B연필, 가위, 골무 등을 준비한다. 퀼트에 필요한 바느질은 홈질로 연령과 소질에 상관없이 어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커피향 퀼트 인형 만들기
재료: 광목 ⅛야드, 무늬천 ⅛야드, 구름솜, 원두커피 약간, 털실 약간.
①본 만들기: 얼굴, 다리, 팔, 몸통으로 나눠진 본을 만들어 마분지에 붙인 후 모양대로 오린다.
②재단하기: 광목에 인형몸 2장, 다리 4장(2장은 똑바로, 2장은 본을 뒤집어서)을 그린 후 사방 0.7cm정도 여유(시접)를 두고 오려둔다. 무늬 천에 인형 옷을 2장 그린 후 여유를 두고 오려둔다. 팔은 2인치×6인치 1장을 오려둔다.
③꿰매기: 몸판, 다리는 2장씩 서로 마주보게 잡고 홈질로 꿰맨 후 가위집을 넣고 창구멍으로 뒤집는다. 팔은 반을 접어 홈질한 후 뒤집는다.
④솜넣기: 몸은 솜을 넣어 창구멍을 홈질하여 막는다. 다리는 솜을 발부위까지만 넣고 묶는다. 팔은 가운데를 묶은 후 양쪽으로 솜을 넣고 홈질로 구멍을 막는다.
⑤인형옷 만들기: 옷은 겉과 겉이 마주보게 한 후 목과 밑부분을 제외한 후 꿰맨다. 겨드랑이와 어깨부위에 가위집을 넣어둔다.
⑥다리 붙이기: 인형옷의 밑부분으로 다리를 넣고 꿰맨 후 뒤집는다.
⑦팔 끼우기: 양쪽 소매에 홈질한 후 팔을 끼우고 잡아당겨 오므린다.
⑧원두 커피 넣기: 목을 넣을 구멍에 반 정도를 원두커피로 채운다. 목둘레를 홈질한 후 인형몸통을 넣고 잡아 당겨 매듭짓는다.
⑨마무리: 손가락 3개 정도에 털실을 5번 정도 말아서 가운데를 묶은 후 머리끝을 실로 연결하며 꿰맨다.
⑩얼굴 그리기: 얼굴은 검정색과 빨강색 피그마펜으로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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