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학부모들의 역할
필자는 이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공립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숫자적으로 한인 학생들의 수가 늘어 났을 뿐만 아니라, 한인 학부모들이 열심히 일하여 바치는 세금만으로도 각급 학교에 한국어 이중언어교육 프로그램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실시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인 학부모들이 미국 공립학교 교과 과정은 지역사회 경제발전과 지역주민의 필요, 특히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잘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당 학교 교장이나 기타 행정요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교육의 기회를 자녀들에게 부여하도록 정정당당하게 주장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각 학교마다 한인 학부모회를 결성하여 결집력을 과시하고 한인 학부모회와 한인사회의 필요사항을 학교당국과 교육구에 강력하게 전달하고 그 뜻을 관철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인 학부모들이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법을 우선 배워야 하며, 한 목소리로 이러한 요구가 실현될 때까지 학교당국과 투쟁하는 법도 배워야 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것이며, 납세자로서의 부모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해 자녀들이 그 교육적 혜택을 누리게 하는 지름길이기도하다.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큰딸이 8학년 때 “아름다운 한국이라고 들어온 한국이 왜 세계사 교과서에서 전혀 취급되지 않았느냐?”고 물어 왔을 때 교육자로서 그 난감했던 입장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후 그 딸은 하바드로 진학하고, 둘째딸은 UC버클리로 진학해 다행히도 두 대학에서 각기 한글과 한국역사, 아시아문화에 대해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지만 가능하다면 한국어와 문화를 자녀들이 공립학교에 재학중에, 그것도 청소년 시기에 배우게 해 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30여 년간 나름대로 한인사회의 필요를 충족시켜 온 주말 한글학교의 필요성과 효율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공립학교에서 계속 한인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앞으로도 주말 한글학교의 존재는 계속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보라. 자녀들을 주말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스페인어 교육은 자동적으로 해결된다. 미국 동부나 남부의 공립학교와는 달리, 가주 내 모든 공립 중고교에서는 스페인어를 가르치며, 외국어 중 가장 많이 택하는 과목이기도 하다. 남가주, 특히 LA 교육구 산하의 초등학교에서는 스페인어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은 어느 학교에서나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둘째, 우선 한국어 교육을 공립학교에서 실시한다면 여러 가지 이로운 점이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주말시간과 정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별도로 등록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므로 1.5세, 2세 한인 초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영어와 한국어 이중 언어프로그램에서 공부하면 영어와 한국어 습득을 함께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만일 초등학교 학부모는 이중언어 프로그램이 없다면 요구할 필요가 있다. 또 중·고교 학부모는 한국어를 외국어로 택하도록 권유해야 할 것이고 공립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 그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일반적으로 대입사정에서 특히 UC와 사립대학들은 고교에서 동일외국어 3년 이수를, 대학에서도 외국어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1∼2년간 요구한다. 한인 학생들이 고교에서 한국어를 택하면 좋은 성적을 받을 것이고 이런 학생들은 대학에서 테스트를 통해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 받게 된다. 실제 UCLA의 경우 연간 약 150명 정도의 학생들이 한국어 실력 테스트를 통해 외국어 필수 면제를 받고 있다. 또 SAT II 한국어에서 고득점을 받아 입시 경쟁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취업에도 한국어 실력이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다.
넷째, 고교 교과과정 속에 한국과 아시아 문화 및 역사를 적어도 선택과목으로 가르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 또한 학부모들의 요구로 실현 가능한 일이며, 한인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한인학생들이 많은 각 고교에서는 한국어 초·중·상급 전부를, 그리고 한국어와 문화, 역사도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요컨대 이같은 것이 한인학부모의 힘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클라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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