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찾은 한인타운 내 한 마켓에서 군밤을 시음하는 스탠드가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군밤을 보면서 처음 이민왔을 때가 생각이 났다.
버지니아주로 이민 온 나는 약 20분간 걸어서 학교를 다녔는데, 가는 길에 커다란 밤나무가 길가를 향해 서 있는 집이 있었다. 보기 좋게 떡 벌어진 밤송이를 며칠동안 아무도 안 치우는 것 같아서 길에 떨어진 밤알을 몇개 주워서 집에 가져갔더니 다들 삶아먹으면서 맛있다고들 했다.
재미가 들어서 매일 하교 길에 밤을 주웠는데, 길에 떨어진 것뿐 아니라 그 집 잔디에 떨어진 것도 다 주웠다. 그랬더니 하루는 그 집주인 할아버지가 나와서 야단을 쳤다. 네가 밤을 다 주워가면 이 나무에 사는 다람쥐는 뭘 먹고 사느냐고. 미국 사람들은 밤을 다람쥐나 먹는 견과류라고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이 무안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후 미국에 좀 더 오래 살면서 트레이더 조 마켓에서는 가을, 겨울철 구워서 얼린 이탈리아산 밤을 봉지에 넣어서 판매하기 때문에 사다가 잠시 전자렌지에 돌려 먹으면 금방 구워낸 밤처럼 고소하고 맛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중국집에 가면 많은 음식에서 서걱서걱 씹히는 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캐롤 중에 Chestnuts roasting on an open fire로 시작하는 노래 가사도 있고 보면 미국 사람들도 영 밤을 안 먹는 건 아니지 싶었다.
미국에서는 주로 동북부에서 밤나무를 많이 찾을 수 있다. 남북으로는 캐나다를 거쳐서 메인주에서 조지아주와 미시시피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서쪽으로는 미시건주까지 이르고 있는데, 그 중에는 키가 100피트가 넘는 밤나무도 많이 찾을 수 있다. 미국 동부주들은 한국, 중국, 일본, 남부 유럽과 함께 밤나무의 근원지로 여겨지고 있으며, 특히 미 동부는 한 때 밤나무 숲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밤나무가 많았던지, 다람쥐가 땅을 밟지 않고 밤나무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가며 조지아주에서 뉴욕주까지 갈 수 있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밤은 로마시대부터 사람들이 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듯이, 그 역사가 길다. 지중해 연안의 산간 지방에서는 일찍부터 밤나무를 심었다는데, 알프스산 부근의 스위스 사람들과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중요한 식품원이었고, 그래서 이들을 밤 문명 (Chestnut Civilization)이라고까지 불렀다. 밤은 당시 빵 나무 (bread tree) 라고 불렸다는데, 그 이유는 밤으로 가루를 내서 밀가루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버터로 만들어 먹거나, 말리거나, 굽거나, 삶아서 먹는 등 그 용도와 조리법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밤이 인디언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었나 1800년 후반에 아시아 밤나무에서 옮겨온 해충의 피해로 미 동부의 밤나무가 말라죽기 시작하면서 1950년대에 와서는 밤나무를 거의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피해가 컸다. 그러나 병충에 견디고 미국의 토양에 맞는 밤나무 품종 개량과 연구를 통해 현재 미 동부에는 밤나무 찾기 운동과 밤나무 심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그 수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밤의 품종은 크게 한국밤, 일본밤, 중국밤, 미국밤, 유럽밤으로 나뉘는데, 그 중 한국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재래종 가운데 우량종과 일본밤을 개량한 품종으로, 서양종에 비해 육질이 좋고 단맛이 강해서 우수한 품종으로 꼽힌다. 한국은 주로 중남부지방에서 밤이 생산되며 연간 생산량은 약 10만톤에 이른다. 충청남도 공주, 경상남도 산청, 하동, 함양, 전라남도 광양,보성 등이 주요 산지이고 8월 하순~10월 중순에 수확을 한다.
<영양분>
밤에는 탄수화물, 단백질, 기타 지방, 칼슘, 비타민A, 비타민B, 비타민C 등이 풍부하여 발육과 성장에 좋다는데, 특히 비타민C가 많이 들어있어 피부 미용과 피로 회복, 감기 예방 등에 효능이 있다. 생밤에 함유된 비타민C 성분은 알콜의 산화를 도와주므로 술안주로 매우 좋다. 밤에 함유된 당분에는 위장 기능을 강화하는 효소가 들어있으며, 성인병 예방과 신장 보호에도 효과가 있다.
<보관과 요리법>
밤을 보관할 때는 냉장고 속이나 냉동실에 보관하는게 좋다. 밤 껍질을 손톱으로 꼭꼭 눌러보았을 때, 껍질이 단단하게 느껴지면 며칠 더 익도록 놔두어야 하고, 껍질과 밤사이에 공기의 쿠션이 느껴질 때 비로소 달고 맛있게 잘 익은 것이다. 밤은 곰팡이가 슬기 쉬운 견과류이지만, 곰팡이는 껍질에만 발견될 때가 많다. 밤은 껍질을 까거나 굽거나 삶기 전에 꼭 모든 먼지와 흙, 곰팡이등을 잘 씻어내야 한다.
밤은 날로 먹거나 삶아서 먹거나 구워 먹거나 말려 먹는 등 그 방법이 다양한데, 수분이 13%가 되도록 말리면 당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그래도 역시 전반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방법은 구워먹는 것. 밤을 넙적하게 반으로 잘라서 전자렌지에 굽거나 오븐에 구우면, 밤이 익은 후 껍질을 깔 필요 없이 알맹이만 쏙 빼 내서 먹을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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