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풋과일, 밀고 당기는 값 흥정… “마치 한국 시골장터”
만만치 않는 가격불구
‘싱싱하다’물건 불티
전국적인 마켓 증가세
고객 수요 못미쳐
달콤새콤한 과일 향과 풋풋한 꽃 냄새와 팝콘 튀기는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곳, 샘플을 시식해 볼 수도 있고 가끔은 값도 흥정이 가능한 곳이 파머스 마켓이다. 옛날 한국 5일마다 한번씩 들어서던 노천 장터를 연상케 하는 파머스 마켓은 외국이나 먼 곳의 과일과 채소들이 며칠씩 차나 배를 타고 수송돼 온 것이 아니라 지역 농부들이 직접 씨뿌려 거둔 소출을 가지고 나와서 소비자와 직거래를 터는 장소라 뭐든지 싱싱함이 제1의 ‘상표’이다. 이런 파머스 마켓이 미전국적으로 계속 늘어나도 고객 증가가 이를 능가하고 있어 물건값이 만만치 않다는 새로운 문젯거리를 제시하고 있다.
김 여인은 일요일이라 모처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용케도 이를 극복하고 새벽(?) 7시에 부리나케 일어났다. 바퀴 달린 작은 개인용 카트를 준비하고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챙긴 다음 30분이나 운전하고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 그린마켓에 도착했다.
벌써 파킹장은 꽉 차있고 유니언 스퀘어쪽을 쳐다보니 진열 부스 앞마다 장사진처럼 줄이 길었다. 오늘은 이탈리안 호박 ‘주키니 블로섬’이란 테마를 가지고 주키니 요리법을 소개하면서 주키니 호박을 파는 날이라 이를 꼭 사야 하므로 마음이 급했다. 용케도 막 빠져나오는 차량 한대를 발견해서 재빨리 차를 주차시킨 다음 잰걸음으로 부스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줄이 워낙 길어 김 여인 차례가 되었을 때는 속 채운 주키니 호박은 달랑 한 개만 남았을 뿐이었다. 김 여인 뒤에 서있던 고객은 “그 호박 반으로 나눕시다. 호박일 뿐인데요 뭐”라며 샐쭉했다.
이처럼 요즘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보스턴에 이르기까지 미 전국 파머스 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려면 여간 재빠르고 당돌하지 않으면 빈손으로 허탕치기 십상이다. 물건 파는 부스와 상인은 한정이 되어 있는데 고객은 계속 늘어만 가니 주차난은 그렇다고 넘어가더라도 조금 늦게, 여유 있게 당도했다가는 쳐진 물건 사오기가 쉽고 더 심한 것은 일반 마켓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싸고 싱싱하고 저렴한 물건 내 마음대로 느긋하게 고르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 파머스 마켓 물건값이 올라가는 이유
파머스 마켓은 197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의 한 주방장 앨리스 워터가 ‘지역 농부의 소출을 지역 사람들이 소비해 주자’는 소박한 취지아래 입 소문으로 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1980년까지만 해도 미 전국에 100여개 미만이던 파머스 마켓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 지금은 수천개에 달하고 있다.
연방 농무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만도 미 전국 파머스 마켓 숫자는 9%가 증가, 현재는 3,100개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연방정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파머스 마켓을 찾는 고객 수는 거의 3분의1이 더 늘어났고 올해만도 각 시의 파머스 마켓 고객이 10∼20%가 증가했다. 이처럼 싱싱한 제철 먹거리를 찾아 파머스 마켓을 찾는 고객은 최근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만 가는데 시에서 허가해 줄 수 있는 마켓 장소는 한정이 되어 있고 그 한정된 장소마저 들어오고 싶어하는 소규모 자작농들은 많으나 부스가 한정되어 있어 받아줄 수가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나 재배한 물건을 중간 상인이 받아서 팔 수 없고 반드시 자신이 재배한 소출만 가지고 나와서 팔아야 된다는 대부분의 파머스 마켓 규정 또한 물건값을 올리는데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머스 마켓의 주차난 요인
물론 한정된 장소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니까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나 주요인은 파머스 마켓이 점차 스트릿 페어식으로 변해 가고 있어서이다. 예전에는 제철 과일과 채소, 꽃 등 쉽게 상하는 것들을 싱싱할 때 구입할 수 있는 소박한 장소였을 뿐이다. 그러나 요즘의 파머스 마켓은 한쪽에서는 밴드가 풍악을 울리고 풍선으로 갖가지 모양을 만들어 아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며 지역의 유명한 요리사가 나와 즉석 요리강습을 하는가 하면 옥수수 구이, 닭튀김, 솜사탕 등 각종 즉석 먹거리도 풍부해서 오랜만에 만난 동네 사람들과 브런치를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다. 마켓이 이처럼 서커스처럼 변해 가는 데다가 비누, 리스, 각종 액세서리도 가지고 나와 파는 측도 생기므로 마켓은 점점 사람이 더 몰려 주차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일반마켓과 가격비교
파머스 마켓이 위와 같이 변하다보니 일반 마켓 물건값을 능가하고 있다. 좀 잘 나가는 파머스 마켓에서 싸고 좋은 물건 고르려면 오산이다. 오히려 동네 그로서리 마켓이나 샘스, 코스코 등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월스트릿 저널지가 비교한 가격차는 다음과 같다.
◆달라스 파머스 마켓: 달라스에 위치. 토요일, 부스 85개. 11가지 물건 한 바구니를 샀더니 73달러81센트. 지역 마켓에서 같은 물건을 구입했더니 67달러25센트.
◆듀퐁 서클 프레시팜 마켓: 워싱턴 DC, 토요일, 부스 30개. 위와 같은 물건 11개 구입에 82달러74센트. 인근 지역 일반마켓에서 구입하면 59달러63센트.
◆페리 플라자 마켓: 샌프란시스코, 토요일, 부스 100개 이상. 한바구니 11개 물건값이 90달러11센트. 인근 마켓 값은 72달러82센트.
◆포틀랜드 파머스 마켓: 오리건 포틀랜드, 토요일, 부스 50개. 65달러36센트. 인근 마켓은 81달러 08센트. 인근 수퍼마켓 값이 더 비싸지만 샤핑 환경이 더 좋다는 것이 매니저의 변.
◆유니언 스퀘어 그린마켓: 뉴욕, 토요일, 부스 68~72개. 매주 수만명의 고객이 몰린다. 11개 품목을 69달러10센트에 샀는데 인근 마켓에서는 81달러82센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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