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결혼의 계절. 선남선녀의 짝짓기가 유난히 많아지는 달이다.
요즘 한인 젊은이들의 결혼식에 가보면 피로연 연회장 한 옆에 따로 방을 마련하고 신부가 시부모에게 폐백 드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혼례식은 서양식으로 치르더라도 우리 고유의 전통폐백 풍습을 지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폐백은 결혼 대사중 신부가 시댁 부모와 친지에게 큰절을 드리는 상견례로, 신부가 시부모에게 음식을 마련해 첫 인사를 올리는 예식이다.
따라서 폐백음식은 딸을 보내는 친정어머니가 처음으로 시가에 자기 집안의 음식을 선보이는 음식이었므로 행여 딸이 흠이라도 잡힐세라 그 마음 쓰임과 정성이 대단했다.
평범한 음식이 아니니 서민들은 흉내도 내지 못했고 이웃들이 도와주어도 보통 육포 말리는 데만 사흘, 넉넉잡고 열흘은 정성을 쏟아야하는 음식이었다.
폐백음식은 지방과 가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대추고임, 구절판, 육포 등 세가지를 준비했다. 육포 대신, 편포나 닭폐백 중에서 형편에 따라 선택하기도 했고 구절판은 마른 건구절판 또는 익힌 진구절판으로 준비하였다.
음식 놓는 순서는 밤과 대추는 ‘양’이라 동쪽, 시아버지 앞에 놓고, 고기(육포)는 ‘음’이라 서쪽, 시어머니 앞에 놓는다.
음식을 싸가는 보자기도 음·양의 조화를 맞춰 청·홍 보자기에 쌌으며, 보자기 네 모서리를 겹보로 싸서 묶지 않고 네 귀를 모아 근봉(謹封)이라고 쓴 간지로 돌려 말아 붙였다. 이는 존경과 축하의 뜻으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라는 뜻이 담긴 풍습.
절을 받고 난 후 시아버지가 밤과 대추를 신부에게 던져주는 것은 우리 집에 와서 밤 뿌리처럼 한가닥으로 굳게 살아 달라는 뜻이며, 대추는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번영과 장수를 뜻한다.
밤과 대추는 원래 시아버지만 던질 수 있는 것으로, 요즘 그 의미를 잘 모르는 시어머니와 시댁 식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대추를 던져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보기만 해도 정성과 수고가 느껴지는 폐백음식. 요즘 어떤 어머니가 폐백음식을 손수 마련해 보낼 생각이나 할까.
한국전통음식 전문가 최금손씨가 전통 요리법 그대로 정성을 담아 폐백상을 차렸다.
지난 5월17일 있었던 친구의 아들 대니 조씨와 제니 김씨의 결혼식을 위해 직접 청홍보자기에 담아온 폐백음식, 그 의미와 조리법을 들어보았다.
구절판
구절판은 아홉간으로 나누어진 목기에 음양오행이 조화를 이룬 순수 우리 재료의 음식을 정성껏 담은 것이다. 구절판에는 진구절과 건구절이 있는데 진구절은 불에 익힌 음식, 건구절은 마른 음식들로 채운다.
폐백음식에는 보통 건구절을 많이 하는데 여기에는 오징어, 잣, 은행, 호두, 곶감, 대추, 인삼, 다시마, 육포, 대구포, 생강, 생율 등이 쓰인다. 진구절에는 어선, 마늘구이, 삼계선, 색편육, 무말이 강회, 새우꽂이, 닭날개구이, 밀쌈, 닭기모꽂이 등을 담는다.
최금손씨가 만든 구절판은 건구절로,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오징어 오림: 오징어(또는 한치)를 백합, 다알리아, 수국, 수란, 장미 등 5~6가지의 다양한 꽃모양으로 오려 담는다. 옛날에는 구절판 가운데 오징어꽃이 아니라 생율로 장식했다.
▲잣솔: 잣눈을 떼고 그 자리에 푸르고 싱싱한 솔잎을 끼운 다음 5개씩 홍실로 묶어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가지런히 담는다.
▲볶은 은행꼬치: 은행은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 살짝 볶은 후 냅킨으로 잡고 굴리면 속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꼬치에 가지런히 끼운다.
▲호두튀김: 호두는 껍질을 벗기고 기름에 튀겨 설탕을 뿌려낸다.
▲곶감쌈: 곶감은 씨를 뺀 후 호두를 넣고 손으로 꼭꼭 쥐어 랩으로 말아 두었다가 반으로 잘라 자른 면이 위로 가게 담아낸다.
▲대추인삼말이: 대추를 돌려 깎기하고 수삼은 대추 길이에 맞게 다듬어 자른다. 또 다른 대추를 다져서 꿀과 섞어 대추속에 수삼과 같이 넣어 다시 대추 모양으로 만든다.
▲다시마꽃: 물에 한번 씻어 부드러워진 다시마를 결대로 폭이 0.5cm 되게 얇고 길게 자른다. 이 다시마 가운데 잣을 놓고 싸서 매듭을 묶고 양끝은 리본처럼 자른다. 그대로 기름에 튀겨 건져서 설탕을 뿌린다.
▲육포 잣꽃: 쇠고기 우둔살(100g)을 0.5cm로 포를 떠서 양념장(간장 1큰술, 설탕 1큰술, 꿀 1/2큰술, 후추 약간)에 1시간 정도 재운다. 잘 말려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목기에 담은 후 잣을 꽃모양으로 붙인다.
▲대구포: 대구포나 명태포를 떠서 말린다. 설탕과 소금 넣은 물에 담갔다가 볕에 널어 꾸덕꾸덕할 때 쓴다. 위에 대추로 꽃을 만든다.
대추고임
대추는 바람이 많이 불어도 수정이 잘 되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는다 하여 종족 보존과 다산의 의미로 폐백음식에 쓰이게 되었다. 따라서 대추고임은 홍보자기에 싸서 시아버지께 드리며 시아버지는 절을 받은 후 대추를 하사하시며 첫 아들을 낳으라고 말해준다.
대추고임은 다섯발 되는 홍실에 꿰어서 돌리는데 이것은 부부가 살면서 매듭 없이 탄탄하게 살라는 뜻이므로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정성껏 꿰어야 한다. 밤은 뿌리가 하나이고 옮겨 심으면 죽는다 하여 절개와 장수를 의미한다.
대추고임을 싸는 홍색보는 네귀를 묶지 않고 모아 잡아 ‘근봉’이라고 쓴 종이 고리를 끼운다.
▲재료: 대추 5되, 밤 3되, 잣 2컵, 청주 1컵, 설탕 1큰술, 물엿 1큰술, 홍실, 바늘, 솔잎, 목기
▲만들기: 크고 실한 대추를 젖은 행주로 깨끗이 닦은 다음 청주, 설탕, 물엿과 고루 섞어 7시간 정도 재운다. 밤은 마른 행주로 깨끗이 닦고 기름 행주로 닦아 놓는다. 대추 끝에 잣을 끼워 홍실로 꿴다. 홍실의 길이는 다섯발(8m)이 돼야 하며 중간에 끊어지거나 매듭지어서는 안 된다. 목기 가운데 밤을 쌓아가면서 밖으로 대추를 돌려 쌓는다. 빈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토닥거려 둥글고 예쁘게 고임을 만들고 군데군데 잣솔로 장식한다. 7줄 가량 올리고 맨 위는 홀수로 올린다.
육포
육포는 시어머니 앞에 드리는 음식으로 나이 드신 분일 경우 편포로 대신하기도 한다.
편포는 고기를 갈아서 양념해 찌고 잣가루를 다져 곱게 뿌려 만든다. 잣가루로 ‘복’(福)자를 쓰거나 예쁘게 수를 놓기도 했다.
▲재료: 쇠고기 우둔살 8kg과 양념장(간장 450cc, 소금 100g, 설탕 500g, 정종 650cc, 꿀 900g, 건홍고추 6개, 배즙과 양파 약간을 모두 넣고 끓인다) 청실, 홍실
▲만들기: 쇠고기를 0.4~0.5cm 두께로 결 방향을 따라 길고 넙적하게 썰어 마른행주에 놓고 핏물을 뺀다.(물에 담가 빼지 않는다) 양념장에 고기를 하나하나 넣고 주물러 2시간 정도 재워둔다. 양념이 스며들면 채반에 펴서 모양을 반듯하게 널어 말린다. 육포를 크게 만들려면 두장을 이어서 가운데만 살짝 포개 말린다. 그냥 계속 말리면 비틀어지므로 3~4시간 후에 뒤집어주고 꾸덕꾸덕해지면 무거운 것으로 눌러 하룻밤 재웠다가 완전히 펴서 말린다.(완성된 육포는 처음 쇠고기 양의 반 이하로 줄어든다) 잘 마르면 가장자리를 다듬어 반듯하게 모양을 내고 한지나 비닐봉지에 싸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었다가 쓴다.
모양이 반듯한 육포에 물엿이나 꿀을 바르고 돌려깎기 한 대추로 나무가지를, 반 가른 잣으로 꽃을 만들어 붙여 모양을 만든다. 홍실은 오른쪽, 청실은 왼쪽에 나란히 놓은 다음 육포를 차곡차곡 쌓고 잣으로 장식한 육포를 맨 위에 놓은 다음 청홍실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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