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개관을 앞두고 지금 끝마무리 손질이 한창인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은 안팎이 모두 곡선이다. 은빛 스테인리스로 된 외관이나 노란 감이 나는 미송으로 지어진 연주회장 내부가 모두 커브가 져 보고 있자니 공중으로 비상하는 기분이다.
오후 태양을 몸 전체로 받으며 반짝거리는 금속 외부는 마치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펼쳐 나르는 듯하기도 하고 또 커다란 돛을 단 거대한 범선이 파도치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것도 같다. 아니 다시 보니 풍만한 몸매를 지닌 여인의 곡선 같이 감각적이다. 음악당에 걸맞게 모양도 리드미컬한데 우아하고 날렵하면서도 웅장한 자태다.
지난 14일 구경하다 다쳐도 고소 안 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뒤 LA 필하모니측이 주선한 기자들을 위한 콘서트 홀 시찰에 참석했다. 객석이 오케스트라를 둘러 싸도록 지어진 연주회장(사진)에 들어서니 모든 것이 근접하고 아늑한 기분이다. LA 필의 상임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이 첼로의 모양이라고 설명한 홀은 미송의 따뜻한 감촉으로 적셔진 사방 벽과 높은 천장이 감싸안은 조금 큰 응접실과도 같았다. 소리가 울리고 퍼지고 또 반향하면서 청중들을 선율의 해심에 잠기게 하리라는 음감을 예감했다.
연주회장의 사방 구석 천장은 낮에는 태양광선이 들어오도록 유리로 되어 있다. 안에서 하늘이 보인다. LA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의 콘서트 곡목으로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을 들으면 좋겠다. 금관악기가 소리 모양을 뽐내기 좋은 기회다.
LA 다운타운 1가와 그랜드에 세워진 디즈니 콘서트 홀을 흔히들 다운타운 재개발의 상징으로 얘기한다. 콘서트 홀은 그랜드 애비뉴를 따라 세워진 아우어 레이디 오브 엔젤스 성당과 뮤직센터 그리고 콜번 음악학교와 현대미술관 및 중앙 도서관 등과 함께 LA 다운타운의 문화 및 관광명소로 이 지역의 부흥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디즈니 콘서트 홀은 이름 그대로 음악을 위한 장소이다. 10여년 전 콘서트 홀 건설을 계획할 때도 훌륭한 오케스트라를 위한 훌륭한 연주회장을 짓는다는 뜻이었지 다운타운 재개발이나 문화적 성상 같은 것은 생각지 않았다고 기자들을 안내한 LA 필 관계자가 말했다.
지금까지 LA 필의 겨울시즌 연주회장이었던 디즈니 콘서트 홀 건너편의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은 콘서트 홀로서는 규모도 너무 큰데다 특히 음향시설이 불량한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수년전 LA 필을 객원 지휘한 로저 노링턴이 청중에게 대놓고 이 연주회장은 소리시설이 아주 안 좋다고 말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LA 필은 1992년 살로넨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래 음악성과 소리와 기교 및 연주 실력이 부쩍 향상됐는데 이제 비로소 그 소리에 알맞는 연주회장을 갖게 되었다. 디즈니 콘서트 홀의 객석 수는 파빌리언의 그것보다 821석이 적은 2,265석. 훨씬 단출한 규모의 청중이 오케스트라를 에워싸고 열린 채 가깝게 앉아 음악을 즐기게 됐다. 파빌리언은 로스 앤젤레스 오페라 전용 극장으로 쓰이게 된다.
디즈니 콘서트 홀을 건설한 사람은 세계적 건축가로 앤젤리노인 프랭크 게리. 몇년 전 건설한 스페인의 빌바오 미술관도 게리의 작품인데 게리가 콘서트 홀의 외관을 지은 사람이라면 일본의 저명한 음향디자이너 야수히사 도요타는 콘서트 홀의 소리 모양을 지은 사람이다. 이미 음향실험에 들어갔고 다음달부터 LA 필의 리허설이 시작된다.
이날 시찰 후 연주회장 안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게리(그는 농담을 매우 잘했다)는 도요타와 살로넨의 아낌없는 협조를 칭찬하며 디즈니 콘서트 홀은 ‘LA를 위한 리빙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로넨은 “콘서트 홀을 경배하지 말고 즐기라”면서 “즐거움과 기쁨의 장소로 여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A 필이 자기만의 집을 갖게 되면서 연 연주횟수가 160회(재즈등 다양한 장르로 프로그램이 짜여진다)로 늘었고, 표값이 올랐으며 여자 화장실의 변기수도 남자 화장실의 그것보다 두배로 늘었다.
LA 필은 24일과 25일의 연주를 마지막으로 파빌리언을 떠난다. 프로그램은 바르토크, 메시앙, 라벨 그리고 하이든의 ‘고별’ 교향곡. 지휘는 피에르 불레즈. 살로넨은 이미 이달 둘째 주 말러교향곡 제3번을 파빌리언과의 이별곡으로 지휘했다.
LA 필은 10월23일 살로넨의 지휘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연주하며 디즈니 콘서트 홀의 문을 연다. 블랙 타이 축제인 이날 연주회의 입장료는 1,500달러이다.
박흥진<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