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에서 승객이 촬영한 화재전 전동차의 모습,연기에 승객들이 입을 막고 있다>
대구지하철 참사 오후 4시 현재(한국시간) 사망 125명,부상146명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은 대구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과 기관사들의 안이한 대처와 허술한 방재시스템이 빚은 참사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경찰은 1080호 전동차가 수 차례 참변을 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사령실과 기관사간에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희생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고 기관사와 당시 사령실 근무자들의 직무태만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대구경찰청은 이날 70여 구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된 1080호 전동차 기관사 최성열(38)씨가 “대구역 발차 후 무전으로 주의운전경보만 받았을 뿐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지시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는 화재 현장에 전동차가 계속 진입해 대형참사를 빚게 한 큰 원인이 됐다. 경찰은 특히 최씨로부터 “중앙로역 진입당시 상황판단이 어려워 행동요령을 지시 받기 위해 사령실에 수 차례 무전을 쳤으나 응답이 없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 당시 사령실 근무자들이 자리를 비웠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사령실에 모든 역의 승강장 내부를 감시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있고 당시 3명이 근무 중이었는데도 신속한 구난대처를 지시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경찰은 최씨가 사고발생 후 11시간이 지난 오후 9시께야 지하철 공사직원 2명과 함께 자진출두 한 점으로 미뤄 최씨가 지하철공사측과 ‘입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한편 방화 용의자 김대한(56)씨는 경찰조사에서 “18일 오전8시 집에서 700여㎙ 떨어진 주유소에서 휘발유 7,000원 어치를 구입, 혼자 죽기 보다 많은 사람과 함께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지하철에서 방화했다”고 말했다.
19일까지 대책본부가 확인한 사망자는 수습된 시신 53명과 미확인 시신 72구 등 12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상자는 146명으로 이 중 50여 명은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종신고는 329건이 접수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력차단’ 안전시스템이 되레 탈출길 막아
환기시설·비상등 꺼져…승강장엔 스프링쿨러도 없어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는 허술한 안전ㆍ방호시스템과 안이한 상황인식이 부른 ‘총체적 인재’였다.
한 정신질환자가 동반 자살을 노리고 던진 불 붙은 우유통은 대구지하철의 비상식적인 안전시스템과 무용지물인 화재방호시스템, 직원들의 안이한 상황인식과 미숙한 대처라는 ‘구멍’을 타고 타올라 200여명이 죽거나 실종된, 상상을 초월한 참사로 이어졌다.
화재 발생시 자동으로 전력을 차단하는 안전시스템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희생자들을 오히려 화마에 옭아맸다. 안전시스템은 전동차 1079호에 불이 나자 전력을 차단, 마주오던 1080호의 운행을 중단시킨 것은 물론 환기시설, 비상등 마저 꺼버렸다.
문 닫힌 1080호 객차에 갇혔다가 가까스로 나온 희생자들은 역 구내에 가득 찬 연기와 유독가스에 파묻혀 비상등의 안내도 없이 사방을 헤맬 수 밖에 없었다.
사고가 난 지하3층에서 지상까지는 고작 2분 거리. 사망자는 지하2층 개찰대 부근에서 특히 많이 발견됐다. 한 119구조대원은 “지하2층에서 발견된 사상자 대부분은 출구를 찾다 질식해 쓰러졌을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종합상황실을 거쳐야만 하는 통신체계도 문제였다. 대구지하철공사가 운영중인 전동차는 모두 종합운영사령실로부터만 무선지령을 받을 수 있다. 당시 1079호와 1080호의 기관사가 직접 무선통신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무용지물 화재방호시스템 불이 나자 지하2층의 스프링클러는 작동했지만 지하3층 전동차에 붙은 불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스프링클러 등의 자동소화시설이 없는 승강장에서 전동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전동차 자체의 소화방재능력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
하지만 전동차에는 객차1량당 2개의 소형소화기가 비치돼 있을 뿐이다. 시너나 휘발유 등이 타며 폭발하듯 번지는 불길에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방화 셔터도 희생을 키웠다. 지하1층 상가에 내려진 방화셔터는 화재의 확산은 막았지만 어둠 속에서 헤매던 승객들의 탈출도 함께 차단했다.
뜨거운 불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연기와 유독가스. 지하시설 임에도 화재시 연기와 유독가스를 강제 배기해야 하는 공조시설은 턱없이 부족했고 그나마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이후 3~4시간이 지나도록 역구내를 가득 메운 연기는 구조대의 접근을 막았다. 역 밖 시민들은 “어떻게 됐길래 연기가 배기구보다 출입구에서 더 많이 나오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안이한 상황인식과 미숙한 대처 승강장에서 지상까지는 성인의 경우 한번 숨을 참고 뛰면 나올 수 있는 거리다. 소방서측은 “암흑 속이지만 초기에 만이라도 역구내 지리를 잘 아는 직원이 조직적으로 승객을 안내했다면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직원들이 위기상황 대처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충분히 받았더라면 이번처럼 우왕좌왕하며 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대통령 애도지난 18일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참사의 희생자는 19일 오전 현재 사망 124명, 실종 162명, 부상 145명으로 잠정 집계 됐으나 부상자중 중상자(54명)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통차내 시신을 완전히 수습하고 실종자 파악이 끝나면 사망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재 실종자는 경찰이 160여명으로 집계하고 있으나 사고대책본부에는 무려 318명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참사의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대구=특별취재본부
/김정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