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환경 개선 예산삭감 불허”LA 통합교육구는 미 전국에서 한인학생들이 가장 많이 재학하고 있는 교육구다. 규모로서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예산과 활동이 가장 역동적인 교육구로 최근 학생수가 크게 늘어난 반면 예산이 줄어 갖가지 문제와 도전에 당면해 있다. 이민 100주년이 되는 신년을 맞아 한인 2세들의 교육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LA 통합교육구의 정책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로이 로머 교육감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과밀학급과 학교건립 프로젝트, 불법체류 학생의 권리, 한국어반 지원책 등에 대한 인터뷰 내용을 요약·소개한다.
▷현재 LA 통합교육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우선 ‘문제’라기보다 ‘도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교육구 전반에 걸친 규모확대로 인한 학급수 부족과 예산위기를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학업성취 면에서는 특히 초등학생들이 놀라운 성적의 향상을 거뒀고 이 같은 성취가 앞으로 중·고교생들에게서도 이뤄져야 할 것이므로 중등학교 영어강화 교육(secondary literacy initiative)과 같은 교육방안을 이제 막 실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체제풍토상 많은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본다.
성적불량 학생과 우수학생의 성적 차를 좁히는 것 또한 우리 앞에 던져진 도전인데, 이에 대한 극복은 모든 노력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과 모든 학생에게 학습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학교부족 문제는 지역 및 주 차원의 학교 공채안 통과로 점차 완화돼 가고 있지만 주어진 예산한도 내에서 적시적소에 학교 건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배치된 유능한 인력과 지역사회의 탄탄한 지원으로 반드시 성공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주정부 예산부족의 문제가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일단 부수적인 프로그램들을 제쳐놓고 핵심 교육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등 예산집행 내역을 재구성해야 하며 교육환경 개선을 방해하는 더 이상의 교육예산 삭감은 허용치 않을 계획이다.
▷한인타운내 새 학교건립 프로젝트는 LA지역의 과밀학급을 해소할 수 있는 한편 교통, 치안, 상권위축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학교건립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상권위축과 교통혼잡 등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지역 사회단체 및 기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한인타운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돼 있는 곳 중의 하나이면서 학교건립에 사용할 수 있는 부지들은 매우 비싸고 그나마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특성이 있다. 이 같은 제반 조건을 염두에 둘 때 현재 학교를 세울 수 있는 지역의 모든 유익한 기회를 택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지역에 사는 모든 어린이들도 다른 지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사기간 에 집 가까운 학교에 편안히 통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학교건립과 범죄증가에 대한 상관관계는 없다고 본다.
▷최근 한국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유학실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으로 유학 온 한국 초·중·고교생이 약 5,400여명에 달하며 그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체류신분상 원칙적으로는 공립학교 입학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공립학교 입학이 관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나.
▶교육구내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교육구의 책임이다. ‘모든 학생’이란 인종과 사회·경제적 지위 또는 체류신분에 상관없는 교육구내 모든 학생을 말한다. 따라서 이미 교육구내에 들어와 있는 유학생들도 체류신분에 관계없이 다른 모든 학생들과 동일하게 교육을 받아야 한다.
▷최근 공립학교 내 한국어반과 이중언어반 개설이 부쩍 증가하는 추세이나 한국어 이중언어 교사의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특별히 2003년도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을 기념해 ‘공립학교 한국어 교육’을 뒷받침하는 지원책을 만들 계획은 없는지.
▶교육구 내에서 한인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모든 직원을 포함한 교육위원회 차원에서 공립학교 한국어반 및 이중언어반 개설을 성심 성의껏 돕고 있다.
최근 LA 통합교육구는 영어미숙 학생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추가적 교육 방안을 도입한 바 있으나 한국어반 개설만을 위한 구체적인 특별 지원책은 아직까지 없다.
▷세 번에 걸친 콜로라도 주지사와 민주당 전국위원장 등 막강한 정치적 경력을 뒤로 한 채 교육계로 뛰어든 이유는.
▶정치인으로서도 계속 주정부와 연방정부 차원에서 교육개혁에 헌신해 왔다. LA 통합교육구 교육감이란 자리는 정치세계에서 접할 수 없는 유일한 기회, 즉 나의 교육적 신념을 현실화할 수 있고 또 교육현장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기꺼이 택했다.
▷왜 콜로라도에서가 아닌 캘리포니아주의 LA 통합교육구를 택했는가.
▶2000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던 시점에 나는 전국위원장으로 마침 LA에 와 있었으며 LA시 교육위원회로부터 교육감을 맡아 주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LA 통합교육구는 73만6,000여명의 학생과 4만3,000여명의 교사 및 행정가, 3만4,000여명의 비교수(non-teaching) 직원에 예산이 98억달러에 달하는 전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학교 체계다. 그 때까지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제의였으나 엄청난 보직인 만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2003년 6월 말로 LA 통합교육구 45대 교육감 임기를 마치게 된다. ‘분란을 일치로 이끌고 열의로써 실천하는 지도자’라는 전국적인 평판이 있던데 교육감 부임 후 자신의 최고 업적을 꼽는다면.
▶원래 오는 6월말로 마치게 돼 있었던 임기가 2005년까지로 연장됐다. 임기 중 최고 업적을 꼽으라면 학생들의 학업성적 향상을 들겠다. 또한 주민들이 우리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표현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역학교 공채안 68% 지지율도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신년계획은
▶2003년엔 중등학교 교육개혁을 위한 포괄적인 방안을 전개할 것이다. 현재 많은 학생들이 공간부족으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영향력 있는 조정을 통해 모든 학생이 수업일수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수업 및 학습법 제공과 함께 수업일수 연장에까지 초점을 맞출 것이다. 따라서 새 개혁방안으로 중·고교내 교수법과 수업일수 및 조직체계를 변화시킬 계획이다. 또 주정부예산 삭감이 더 이상 교육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맞서 싸울 것이다.
▷‘낙오자 없는 교육’(No Child Left Behind)을 함께 이루기 위해 한인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나 메시지는
▶’낙오자 없는 교육’ 정책은 학교와 교육구에 보다 큰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LA 통합교육구는 지금껏 이 정책목표를 향해 다각도에서 개선해 왔다.
특히 모든 학교수업의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현재 학교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고 이 같은 상황 하에서 학부모들이 이곳 저곳으로 자녀의 학교를 옮겨 다니는 것이 적절한 선택은 아니라고 본다. 학교교육체제가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은 자녀가 재학중인 학교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주어진 모든 교육기회를 잘 이용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
로이 로머 교육감 약력
△LA통합교육구 교육감(2000∼현재)
△민주당 전국위원장(1997∼2000)
△콜로라도 주지사 (1986∼1998, 3선)
△해럴드 맥그로우 주니어 교육상 수상(1996)
△변호사(1950∼1960년대) △공군 법무관
△콜로라도 법과대학원(1952) △콜로라도 주립대(1950, 농경제학)
△부인 비 로머와 사이에 7자녀
글 김상경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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