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릿저널등 성탄절 선물관련 설문조사
대부분 미국인들 저품삯 서비스직에 따뜻한 배려
“잔치를 베풀려거든 되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베풀라”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주면서 받을 것을 계산한다면 이는 이미 ‘준다는 것’의 복된 의미를 모르는 처사다. 청교도들이 일군 나라, 미국은 그래서 불경기인데도 이때만큼은 소비가 늘어나고 각 가정마다 바리바리 선물을 꾸리는 손놀림이 바쁘다. 선물 리스트에는 배우자, 자녀, 부모, 형제자매도 올라가 있지만 연중 내내 우편물을 날라다 주는 메일맨, 매주 쓰레기를 가져가는 쓰레기 수거부, 앞뜰과 뒤뜰의 잔디를 항상 질서정연하게 가꿔주고 손질해 주는 가드너, 주부가 직장 일을 하는 동안 자녀를 돌봐주는 베이비시터 등 비교적 품값이 싼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늘 앞선다. 올해는 불경기인데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가족에 대한 선물 값은 줄여도 이들 저 품삯 서비스직 종사자들에 대한 선물 값은 절대로 줄이지 않겠다는 보도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의 좋은 점, 미국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점이 바로 이 아래로 향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월스트릿 저널과 CNBC가 1,200명을 대상으로 친인척에서부터 가드너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성탄절 선물 리스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올해는 불경기의 끝자락. 장사하는 사람들은 고객들이 30달러짜리 선물바구니를 고르면서 50달러짜리처럼 보이게 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며 초컬릿 숫자를 줄이고 대신 바구니를 나일론 실타래 장식품으로 더 채워 넣는다고 일러준다.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빌딩 관리인, 클리닝 퍼슨, 도어맨, 유모나 베이비시터 등 평소에는 그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선물 값은 줄이지 않겠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 자녀, 부모들은 올해 작년보다 혹은 호경기 때보다 다소 빈약한 선물을 받게될지 모른다. 특히 자녀들의 피해(?)가 제일 막심하다. 21%의 설문 대상자들이 자녀 선물비를 줄이겠다고 응함으로써 자녀에 대한 선물비는 융단폭격을 맞은 것처럼 제일 많이 줄어들 전망이다. 친구 자녀에 대해서는 “요즘 아이들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거나 받고 있다”며 선물 리스트에서 아예 제외해 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불경기의 제2 피해자는 다름 아닌 선물하는 사람들의 배우자들. 19%가 배우자 선물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구두쇠 시늉을 하고 있다. 풀데이 스파 대신 반나절 스파 상품권으로 바뀌고 옷가지 수도 줄어들 모양이다. 부모에 대해서는 그래도 자녀나 배우자보다는 너그러운 편. 13%의 사람들만이 부모 선물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가족이나 친지들은 올해 선물이 호경기에 비해 가지 수나 액수가 줄겠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은 저 품삯의 서비스 직종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클라이언트나 자녀에 대한 선물비는 줄여도 미용사나 매니큐어리스트, 도어맨에 대한 팁이나 선물 값은 줄이지 않을 작정이다. 뉴욕 맨해턴 이스트 사이드의 한 대형 빌딩 도어맨은 연말 팁 시즌에는 최고 1만2,000달러까지 팁이 생기곤 하는데 이는 그가 보안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클리닝 퍼슨들도 마찬가지. 연말이면 파티와 집안 내 모임이 잦아 일손이 모자라게 마련이라 과외의 팁을 주는 안주인 집은 좀더 ‘엑스트라 팬시’로 손질해 주는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것.
미국인의 관습상 불경기에도 팁이나 선물비에 전혀 요동을 받지 않는 ‘언터처블’ 직종은 베이비시터와 교사, 메일맨, 가드너, 쓰레기 수거요원 등이다. 이들 중에 메일맨은 연방법상 현금 팁이 금지되어 있고 선물도 20달러 이상은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어(혹시 받으면 신고해야 한다.) 주는 쪽에서도 이 범주만 지키면 무난하다. 교사에게 값비싼 선물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우스꽝스럽고 격에 맞지도 않는다. 교실에서 필요한 아이들 학용품이나 교사가 필요한 메모지, 필기도구가 적당하다. 이들은 경기와는 상관없이 항상 동일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불경기에도 가장 선물 값이나 보너스가 보장되는 직종은 베이비시터와 사무실 비서직 등이다. 특히 베이비시터나 유모는 젊은 부부의 가장 값비싼 ‘보물’을 저당 맡고 있는 직종이라 어느 부모 치고 이들을 무시할 만큼 배짱(?)이 두둑하지는 않다.
형편이 비교적 넉넉한 사람들은 1∼2주의 월급을 보너스로 주기도 하고 연말에 아이들을 떠맡으면서도 유급 휴가를 보내주기도 한다.
반면 미국인들이 연말 선물에서 가장 인색한 대상은 형제자매. 이들은 가드너나 쓰레기 수거 요원보다도 박대를 당하는데 저쪽에서 주면 나도 그만큼만 해주고 저쪽에서 안주면 이쪽에서도 안 준다는 식이다. 그만큼 줄 것도 받을 것도 없는 편안한 상대라는 뜻인가 보다.
가드너·우체부등에 적절한 팁·선물
■팁: 그들은 얼마를 기대하고 있는가 ?
노조 그룹, 비즈니스 그룹,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직종에 따라 올해 그들이 기대하고 있는 팁의 액수이다. 미주류 사회이니만큼 한인사회와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빌딩관리인: 50∼100달러. 빌딩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며 수도가 샌다고 할 때 얼마만큼 빨리 처리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또 풀타임, 파트타임 여부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클리닝 퍼슨: 25∼100달러. ‘메리 메이드’ 프랜차이즈에 따르면 작년에 팁액수가 25%가 줄어들었으며 올해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연말 팁은 등락이 심하다.
◆도어맨: 100달러 이상. 보안이 이슈가 되고있어 올해는 수입이 더 좋을 전망이다. 뉴욕 빌딩에서는 한 사람당 500달러까지 팁이 생기기도 한다.
◆가드너: 25∼100달러. 여름이 바쁜 시즌이라 할러데이 시즌에는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
◆미용사: 보통 15% 팁의 2배를 기대한다. 바쁜 시즌인 만큼 팁에 따라 손질이 달라진다.
◆메일 맨: 작은선물 혹은 구운 빵이나 쿠키.
◆유모: 1주 혹은 2주의 봉급 보너스. 예전에 비해 사람 구하기는 다소 쉬워졌지만 보너스는 같다.
◆신문 배달원: 연 구독비의 5∼15%의 팁. 파트타임으로 연간 3,500∼5,000달러를 벌고 있으므로 연말 팁이 필요하다.
◆사무실 서무: 선물권. 불경기라고 해도 비서의 연말 보너스를 줄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교사: 교실에서 필요한 교사의 물품 리스트 중에 한두 가지를 고르면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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