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보다 약간 큰 알약 안에 카메라가 들어있다. 이 알약을 먹으면 22피트의 작은창자 안을 돌아다니면서 1초에 2장씩 사진을 찍어 환자가 몸통 밖에 달고 있는 워크맨 크기 만한 기록장치로 사진을 전송해 준다. 의사와 의료 전문인들은 이 사진을 분석, 환자의 어느 부분이 탈이 났는지 진단해 낼 수 있다. 이름하여 캡술 내시경(capsule endoscopy). 비용은 1,500달러이다. 최근 월스트릿 저널지의 생활경제(personal journal)란에 소개된 ‘수술을 피하려면 카메라를 먹어라’라는 기사의 자세한 내용을 소개한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거주하는 크리스틴 파스크(33)는 내장에 출혈이 있어 빈혈이 심했다.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X레이 외에도 6가지의 촬영과 검사를 거쳤지만 의사는 어디에서 출혈이 있는지 발견해 내지 못했다.
위와 큰창자에 이상이 없다면 작은창자일텐데 22피트나 되는 길고 긴 회로 같은 작은창자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는지 오리무중이다. 이럴 때 예전 같으면 개복수술을 해야 했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단 열어봐야 병의 원인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개복수술 후 정상회복까지는 적어도 6주가 걸린다.
매년 미국에서 100만명 가량이 작은창자 이상 여부를 검사한다. 작은창자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미 수건의 다른 검사를 거쳐야 하고 문제해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문제 파악을 위해 개복을 하는 사례도 있다. 문제란 궤양, 종양, 내부 출혈, 염증 등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의술로는 이를 쉽게 판별할 수 없어 작은창자는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비행기 블랙박스’와 같았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낸 캡슐 내시경으로 좁고 복잡한 작은창자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핵심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게 됐다.
이 캡슐은 미사일 디자이너가 고안했으며 이스라엘 요크니안에 위치한 ‘이미지 촬영’(Given Imaging)사가 개발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사용되고 있으며 이미 미전국 268개의 병원, 클리닉, 의사 진료소가 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LA지역에서는 UCLA 병원과 시더스 사이나이 메디칼 센터가 이 범주에 속한다.
위에 언급한 파스크 여인도 이 카메라를 삼켰다. 몸통 바깥에는 전자장치를 달고 다니면서도 8시간 동안 걷고 마시고 먹는데 지장이 없었다. 그동안 조그만 초미니 카메라는 작은창자를 여행하면서 6만장의 사진을 찍어 바깥으로 전송했다.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이 초미니 카메라는 24시간 후 고통 없이 꺼내졌고 파스크는 이 모든 기구들을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 퍼시픽 병원측에 반환했다.
의료 전문인들은 사진을 분석하던 끝에 2시간33분만에 작은창자 벽에 빨갛게 빛나는 분화구 같은 궤양을 발견했다. 이 궤양이 위험한 악성 빈혈의 원인이었으며 이 궤양은 작은창자 바깥에 생긴 골프공 만한 종양세포가 원인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원인과 문제 부위를 알았으니 치료는 간단하다. 새끼손가락 만한 구멍 3개를 뚫고 내시경으로 종양세포를 제거했고 악성으로의 전이를 막기 위해 방사능 처방을 받은 후 4일만에 퇴원했다.
이렇게 간단한 과정이 만약 캡슐 내시경이 없었다면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처럼 난해하다. 그러나 캡슐 내시경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대장내시경과 위내시경을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장내시경은 내시경 도중에 안에 혹이 발견되면 제거할 수 있지만 캡슐 내시경은 원인 부분만 찍어내기 때문이다. 또 대장 같이 넓은 부분에서는 사진이 잘 안 찍히고 작은창자 같이 굴곡이 심한 곳에서는 한 쪽에 처박혀 이를 꺼내기 위해 다시 내시경을 해야 하는 사례도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기도나 위, 대장 등의 문제 파악을 위해서는 기존의 내시경이 필요하며 이를 다 시도한 이후에도 문제점을 못 찾으면 그때 가서 최종적인 해안이 캡슐 내시경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 분야 선구주자인 이스라엘의 ‘기븐 이메이징’사는 기도부터 대장까지를 모두 촬영하는 알약을 구상중이다.
의사가 초미니 잠수함을 타고 인체 속을 항해하는 1966년도의 영화 ‘환상적인 항해’(Fantastic Voyage)처럼.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