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사단 ‘48년전 수모씻이’ 최후결의
29일 대구에서 터키와 3-4위전
"3-4위전은 어차피 친선경기처럼 될 것이고…"
5번째 우승을 넘보는 브라질과의 준결승전(26일·일본 사이타마)에서 0대1로 무릎을 꿇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터키의 세놀 귀네슈 감독은 한국과의 마지막 승부에 대해 이렇듯 바람빠진 출사표를 던졌다. 뒤끝에 덧붙인 "기왕이면 우리가 3위를 차지하고 싶다"는 꼬리마저도 일전을 앞둔 장수의 발언치고는 너무나 유들유들했다.
잊혀진 제국 오스만 투르크의 처지를 빼닮은 듯 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첫선을 보인 이래 48년동안 지역예선 관문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잊혀져가던 터키축구가 16강만 해도 감지덕지라는 안팎예상을 휠씬 뛰어넘어 4강고지까지 당도한 데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터키를 맞는 한국캠프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전의로 가득차 있다. 비록 전차군단 독일에 막혀 결승진출이 좌절되긴 했지만 한국은 터키전(29일·대구)에서도 불꽃투혼을 발휘, 20002년 월드컵 고별전을 멋진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것이다.
"48년 전 스위스에서 당한 참패의 수모를 되갚아줘야 한다."
통상적으로 3-4위전이 승패 자체보다는 준결승전과 결승전 사이 ‘눈요기 막간극’ 성격을 띠어온 것과 달리 태극전사들이 불꽃튀는 3-4위전을 벼르는 첫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한국은 우여곡절끝에 처음 출전한 54년 월드컵때 당대최강 헝가리에 0대9 참패를 당하고 2차전에서 터키에 0대7로 지며 자동탈락, 눈물의 귀향길에 올라야 했다.
이후 7년4개월만인 61년10월 이스탄불에서 가진 평가전에서 또다시 패배(0대1)를 당한 한국은 근 41년이 지난 올해 3월27일 독일 보훔에서의 평가전을 0대0 무승부로 마감, 터키전 2연패 사슬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보훔경기는 올해초 골드컵 부진으로 호된 여론비판에 시달렸던 히딩크사단에게 유럽전훈을 성공리에 마감하고 수직상승세를 타는 기폭제였다. 평가전까지 포함한 통산전적의 저울추는 터키쪽으로 한참 기울어져 있지만 태극전사들은 앞선 3경기를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한 이번 대구전 필승으로 설욕한다는 각오다.
게다가 터키가 월드컵사에 극동3국 킬러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태극전사들의 타오르는 투지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국전 1승을 간직한 채 반세기 가까이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사라졌던 터키는 이번 대회에서 중국을 제물로 48년만의 두번째 승리를 거둔 데 이어 16강전에서 일본을 꺾고 8강에 오르는 등 공교롭게도 한·중·일을 차례로 꺾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공은 언제나 둥글다. 한국처럼 터키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돌풍의 팀이다. 세놀 귀네슈의 부드러운 말과 달과 터키선수들은 거칠기 짝이 없다. 태극전사들과 마찬가지로 투르크 전사들도 그라운드에 풀어놓기만 하면 강인한 체력과 잘 짜여진 조직력으로 90분 내내 압박해 상대가 질려서 떨어지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준결승 이전에 한국캠프 주변에서 결승전이든 3-4위전이든 터키보다는 브라질을 상대하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소리가 나돈 까닭도 여기에 있다.<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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