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요즘 한인사회에는 여유 있게 골프를 즐기는 중년여성들이 많아졌다. 중년이 넘어가면서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가 골프라는 여성들도 있고, 친구들끼리 운동 삼아 한달에 2~3회씩 필드에 나가는 여성들도 많다.
실력은 묻지 말라며 웃음짓는 이들에게 실력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골프웨어. 세일기간이나 여행 중 쇼핑을 할 때면 골프웨어에 제일 눈이 먼저 간다는 이들은 외출복으로 입는 정장보다 골프웨어가 많은 편이다. 골프웨어라고 못박긴 해도 ‘나 골프 치러 갑니다’라는 촌티를 팍팍 내는 스타일은 자취를 감췄고 골프장이 아니어도 입을만한 캐주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지난 13일 따가운 여름햇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여고 동문회 골프모임(회장 김옥규)의 제133회 골프토너먼트가 한창 열리고 있는 패사디나의 브룩사이드 골프장을 찾아 한인여성들의 골프 패션을 구경했다.
39회 졸업생부터 61회 졸업생까지 그야말로 엄마 같은 선배와 딸 같은 후배가 함께 어우러져 라운드를 도는 정겨움이 가득한 골프장에는 붉은 악마 패션, 그린 필드와 대비를 이룬 오렌지 패션, 시원한 블루 앤 화이트 패션 등으로 단장한 골프 웨어가 나이를 잊은 젊음과 함께 그린 필드를 수놓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웨어는 단색과 원색 위주의 무난한 색깔이 주종을 이뤘지만 젊은 후배들이 합세하면서 연말에 골프웨어 경매를 개최할 만큼 선배들도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됐단다. ‘여자 프로골퍼는 체격 좋은 아줌마’라는 종전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킨 미국여자 프로골프(LPGA)대회 선수들에게서 배운 밝고 세련된 패션감각도 한 몫 차지한다.
골프 업계에 따르면 올해의 골프웨어는 기능성에 젊은 감각이 더해진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와 캐주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실용성이 한층 강화된 것도 특징. 30대의 젊은 골퍼, 소위 ‘뉴 서티’(New Thirty)들이 골프패션 시장의 새로운 타깃 고객 층으로 부상하면서 디자인과 트렌드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상의는 밝은 색상의 슬리브리스나 반소매 셔츠, 하의는 통이 약간 크고 무릎정도 길이의 반바지인 큘롯바지가 대부분인데 상하의의 색상 조화를 가장 중시한다. 또한 상의는 스윙 동작을 취할 때 뒤틀림과 불편함이 없는지, 하의는 앉고 일어서기가 편안한지가 중요하다.
골프화는 바지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활동적이고 발이 편한 스니커형 골프화가 인기를 얻고 있으며 가장 많이 찾는 브랜드는 풋조이(FootJoy)와 나이키(Nike).
골프장에서의 감초는 모자와 선글라스다. 색상이나 디자인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없어 자신의 이미지, 특히 의상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편. 여기에 골프장갑까지 갖추면 골프웨어가 완성된다.
디스카운트 스토어에서 파는 10~20달러 짜리 상·하의부터 상의와 하의 각각 100달러가 넘는 유명 브랜드까지 골프웨어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실제적으로 골프웨어보다는 골프화나 선글라스 같은 액세서리가 더욱 비싼 편.
또 한가지 필수품은 자외선 차단 로션. 여성골퍼들은 스윙연습만큼이나 중요한 자외선 차단 로션 바르기로 라운드를 시작한다. 간혹 햇빛 앨러지가 심한 여성들은 학창시절 흰색 교복소매위에 덧 입던 토시를 연상시키는 선 슬리브로 팔을 감싸기도 한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합해서 200~500달러 정도를 지출하면 산뜻하고 세련된 패션감각의 골퍼로 변신할 수 있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이승관 기자>
▲자넷 김씨(46회)- 하의는 디스카운트 매장 로만스에서 장만한 연두색 모스치노 큐롯 바지(20달러), 상의는 메이시 백화점에서 고른 흰색 슬리브리스(20달러)위에 유럽여행중 구입했다는 브로치로 가슴까지 파인 부분을 살짝 커버했다. 액세서리는 장 폴 고티에 선글라스(3년전 구입)와 브리마 컨트리클럽에서 15달러에 구입한 모자. 스포츠는 뭐니뭐니해도 발이 편해야한다고 강조하는 김씨의 골프화는 이태리제 제뉴와인으로 250달러짜리를 190달러의 할인가에 구입했다.
▲사라 김씨(45회) - 새벽부터 일어나 축구경기를 관전하는 통에 월드컵 기분을 연장시킬 겸 ‘붉은 악마’ 패션을 연출했다. 골프경력 30년이라 수많은 골프웨어들중 기분에 따라 골라 입는 편이지만 눈에 띄게 특이한 색상이나 디자인을 좋아하는 김씨의 오늘 패션은 모두 선물 받았다고 은근히 자랑. 정확한 견적은 불가능하지만 예상가격은 레드 큐롯 바지 40달러선, 레드 셔츠 30달러선, 레드 챙모자 20달러선, 풋조이 골프화 85달러선.
▲석순영씨(51회)- 오렌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나이키 티셔츠(40달러)와 상의보다 약간 진한 오렌지색 큐롯바지(55달러), 노란색 야구모자(20달러)를 쓴 석씨는 그린 필드와 적절한 조화 속에 화사하게 돋보여 눈길을 끌었다. 뉴서울 골프샵에서 구입한 풋조이 골프화는 100달러 정도.
▲김미자씨(48회)- 중년이 넘었어도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김씨는 몸에 맞는 골프웨어가 드물어 색상과 상관없이 사이즈만 맞으면 일단 구입하고 본다. 흰색 슬리브리스 상의(20달러)는 노스트롬에서 구입했지만 하의는 입고 다니던 검은 색 긴 바지를 잘라서 골프용 칠부바지로 만들었다. 모자(20달러)는 팜스프링에서 골랐고 스니커형 골프화(60달러)는 편안해서 즐겨 신는다.
▲크리스틴 석씨(61회)- 골프모임 멤버중 막내답게 가장 스포티한 패션. 원래 좋아하는 색상이 블루라고 답하는 석씨는 골프웨어를 브룩사이드 골프장내 골프샵에서 주로 구입하는 편. 티셔츠와 세트로 구입한 베스트, 반바지를 센스있게 맞춰 입은 김씨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300달러 정도 들었다고. 이는 큰 맘 먹고 구입한 샤넬 선글라스(280달러)와 맞먹는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