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세 할머니, 기나긴 상아탑 사랑 마침내 열매
각 대학들이 졸업식을 마치고 기나긴 여름방학에 돌입했다. 올해 미국에서 대학교육을 마친 졸업생들 중에는 은퇴연령을 넘긴 노년층 졸업생들이 수백명이나 끼어 있어 눈길을 끈다. 그중 가장 고령졸업자인 지네바 롱은 스키드모어 칼리지에서 무려 96세의 나이에 학위를 받았다. 전미 교육위원회에 따르면 해마다 미국에서 대학에 등록하는 노년층의 숫자는 수천명에 달한다. 그러나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고 영예의 졸업장을 손에 쥐는 노년층 대학생의 수는 매년 500여명을 밑돈다. 올해 노년층 졸업자 중 가장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는 87세의 앤 마틴델 할머니다. 마틴델은 20세기 초반 매서추세츠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녀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스미스 칼리지에 입학했으나, 1학년이 끝날 무렵 부모가 학교로 찾아와서 강제퇴학을 시켜버렸다. 당시 마틴델의 아버지는 연방법원 법관이었는데, 그녀가 법률학교에 진학하여 아빠처럼 법관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마틴델은 아빠가 기뻐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사실은 정반대였다. 여자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결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그 당시 미국사회의 통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부모는 마틴델이 사교파티에 다니면서 좋은 사람 사귀어 하루 빨리 결혼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믿었다. 그 때만 해도 그런 사고방식이 통하던 시절이었다. 마틴델은 대학을 중퇴한 후 19세의 나이에 결혼했다.
수십년이 지난 후, 마틴델은 자식들과 손자 손녀, 증손자 손녀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스미스 칼리지 학위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마틴델은 같은 날 미국학 학사학위와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수여자가 되었다. 마틴델은 늦게나마 대학공부를 하면서 무엇보다도 분석력이 많이 향상된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스미스 대학의 다니엘 호로위츠 교수는 마틴델은 ‘진정한 학구열이 무엇인지 보여준 장본인’이라고 치하했다.
마틴델이 수십년 전 스미스 칼리지 1학년을 중퇴한 후, 인생의 황혼기에 같은 대학에서 졸업장을 받기까지의 삶은 기나긴 우회의 여정이었다.
마틴델은 두 번의 불행한 결혼생활, 주상원 의원으로서의 정치경력, 뉴질랜드 대사, 베트남전 반전활동 등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마틴델의 정치입문은 60년대 베트남전 반전운동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후 뉴저지에 거주하던 ‘미국 인명사전’ 발행인 잭슨 마틴델과 재혼하면서 사회활동의 보폭이 넓어졌다. 또 마틴델의 오빠는 1968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유진 맥카시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다.
1968년 민주당은 시카고 전당대회 직후 뉴저지주의 민주당 여성표 결집을 목표로 마틴델을 뉴저지 민주당 여성 부총재로 발탁했다.
그때만 해도 미국 정치판에서 여성의 역할이란 주로 커피나 끓여 나르고, 봉투에 우표 붙이는 일이 고작일 때였다.
그 후 마틴델은 뉴저지 주상원에 출마 당선되었으며, 1977년에는 지미 카터 대통령에 의해 해외 재난원조국 국장에 임명되었다. 2년 후에는 뉴질랜드 및 웨스턴 사모아 대사로 발령 받아 외교관 생활을 했다.
마틴델은 스미스 대학에 다니는 동안 다른 고령자 학생과 함께 아파트를 빌려 살았다. 그녀는 캠퍼스 기숙사에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손자뻘 되는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처럼 젊은 나이에 기숙사 생활을 못해본 것이 매우 아쉬웠다고 술회한다.
마틴델이 학위를 따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필기시험과 리포트 작성 문제였다. 그런데 그녀의 타이핑 작업을 많이 도와준 루시마 루시라는 여학생은 나중에 알고 보니, 마틴델의 딸의 친구의 딸로 밝혀졌다.
아직도 마틴델의 마음속에는 여성의 인생에서 항상 긴장관계를 유발하는 ‘가정 대 직장’이라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요즘 여성들도 오래전 자신의 대학교육을 방해했던 동일한 문제로 씨름하는 모습을 자주 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틴델은 여성이 최선을 다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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