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토크하면 클래시칼 음악을 웬만큼 좋아하는 사람들도 먼저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마련이다. 내게 있어서 바르토크는 감상하고 즐기기가 쇼스타코비치와 쇤버그의 중간쯤 위치한 작곡가이다.
내가 처음 그의 음악을 들었을 때는 너무나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어 이해하는데 고전을 했다. 바르토크의 음악은 그래서 처음에는 일부 비평가들로부터 적대감마저 샀는데 그의 바이얼린 소나타가 영국에서 처음 연주됐을 때 한 비평가는 “치과의사 찾아가는 것 같은 고통”이라고 혹평을 했었다.
20세기를 가장 앞장서 간 작곡가 중 하나인 바르토크의 음악은 그가 열심히 채집하고 연구한 조국 헝가리의 민속음악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의 음악은 분명 현대적이면서도 고전파의 성질을 띠고 있는데 대중적(?)인 현악 4중주와 피아노 협주곡을 듣노라면 엄격한 형식미 속의 강렬한 힘과 정열을 감각하게 된다.
바르토크의 격정적인 단막짜리 오페라 ‘푸른 수염 공작의 성’(Duke Blue Beard’s Castle)이 로스앤젤레스 오페라의 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지금 뮤직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1918년에 초연된 이 오페라는 피와 살인과 귀신이 나오는 매우 어두우면서도 상징과 신비감이 가득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말해 레이디 킬러의 러브스토리인데 샤를르 페로의 동화를 변용시킨 메테를링크(‘파랑새’)의 ‘아리안과 푸른 수염’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얘기는 인기가 대단해 영화로도 여러 번 제작됐다.
그중 가장 최근작은 리처드 버튼이 나온 ‘푸른 수염’(1975)인데 그의 희생자중 하나로 라켈 웰치가 나온다. 또 게리 쿠퍼, 존 캐라딘 및 조지 샌더스 등도 아내 살인자들로 나왔다. 클로드 샤브롤이 감독한 프랑스판 ‘푸른 수염’(1962)에는 왕년에 우아미를 뽐내던 두 여배우 미셸 모르강과 다니엘 다리외가 푸른 수염의 희생자들로 나왔다. 채플린도 레이디 킬러로 나왔는데 파리를 무대로 한 다크 코미디 ‘베르두씨’(1947)는 푸른 수염의 얘기를 현대화한 작품이다.
바르토크가 해석한 ‘푸른 수염’은 현실과 꿈이 뒤섞인 심리극으로 인간 내면에 잠복한 집념과 소유욕, 호기심과 질투 그리고 깨달음의 참담한 대가를 자극적이면서도 짙은 혼돈의 색채로써 묘사하고 있다.
바르토크 공포증을 채 다 못 벗어난 나는 그의 오페라(사진)를 들으러 가기 전 피에르 불레즈가 시카고 심포니를 지휘하고 제시 노만과 라즐로 폴가가 노래하는 CD를 두 차례나 들으며 열심히 예습했다. 그리고 나서 힘차고 감정이 요동치는 무대 위의 드라마를 보고 느낀 점은 현장이 주는 급박한 사실감이었다. 연주나 공연은 역시 가서 직접 감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한 공연이었다.
영화 ‘엑소시스트’와 ‘프렌치 커넥션’을 만든 윌리엄 프리드킨이 연출한 ‘푸른 수염’은 대단히 어둡고 환상적이며 드러매틱했다. 또 사랑과 유혹의 얘기는 미국의 보물단지로 평가받는 베이스 새뮤엘 레이미와 메조소프라노 드니스 그레이브스의 선정적인 연기에 의해 화끈하니 달아올랐다. 특히 레이미의 볼륨 충만하고 깊고 감정적인 음성은 레이디 킬러의 이미지에 썩 잘 어울리며 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다.
애인까지 버리고 푸른 수염과 결혼, 남편의 어둡고 차가운 성에 도착한 유디트는 소유욕과 질투와 호기심 때문에 비극을 맞는다. 성안의 굳게 닫힌 일곱개의 문을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열어 호기심은 만족시키나 결국 자기 비밀을 침해당한 공작의 붉은 스카프에 의해 교살된다.
문 뒤의 비밀을 알고자 하는 유디트가 공작에게 “당신은 나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영원히 사랑하실 건가요”라고 물으며 사랑에 대한 소유욕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인간의 알고자 하는 욕망과 갖고자 하는 욕망은 결국 파멸을 초래하고야 만다는 작품의 뜻에 공감할 수 있었다. 아는 것이 병이요 욕심은 죽음을 낫는다고 했지 않는가.
푸른 수염과 유디트를 아담과 이브에 비유하는 까닭도 그 때문인데 다시 절대 고독자로 남는 푸른 수염을 에워싸고 비장미가 감돈다. ‘푸른 수염’은 아리아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로 유명한 푸치니의 탐욕에 관한 단막 다크코미디 ‘지아니 스키키’(Gianni Schicchi)와 더블 빌로 공연된다. 켄트 나가노가 지휘하는 두 작품은 15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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