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5월12일은 어머니날 - 사람들은 각자 어머니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 이것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어머니 가진 사람 누구나 서로 궁금해 마지않는 화제다. 나는 예전에는 부모님을 모셔 놓고,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마음껏 부려서 진수성찬(?)을 차리고, 내가 키운 꽃들을 한아름 꺾어 바치는 둥 법석을 떨었지만 지금은 태평양을 가로 두고 사니 궁리밖에 더 할 것이 없어, 나는 그저 어머님께 ‘우리 엄마 최고야!’ 하는 카드와 전화를 드리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고심이 더 심했다. 어머니날 바로 전날 이 칼럼을 쓰게 되는 행운(?)을 맞아 나는 각별히 더 좋은 글을 써서 바치고자 한 달 전부터 시작했는데, 매사 그렇듯이 평소에는 단숨에 쓰던 글이 잘 쓰려 하니 한 절도 안 쓰이고 자꾸 엉뚱한 글만 쓰인다. 그래서 어머님께 이 조촐한 편지를 띄우기로 했다.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어머니를 혹시 등지고 사는 사람들, 어머니가 안 계신 이들, 어머니가 되고 싶어도 되어 보지 못한 이들, 그리고 장차 어머니가 될 이들에게도 이 편지를 띄우며 같이 기리고 싶다.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한 순간 멈추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새겨보는 것보다 더 좋은 어머니날 선물이 있을까?
* * *
어머니,
주말이 되어 뜰 구경을 나가니 5월이 한창입니다. 5월 난초가 색색가지로 울긋불긋 한아름씩 피었고 이름 모를 꽃들도 여기저기 활짝 피었네요. 그리고 우리 아이 정원에는 장미꽃 피는 떡갈나무가 생겼어요! 아이처럼 이쁘고 고운 자그만 연분홍꽃이 구름같이 피는 넝쿨장미가 떡갈나무를 타고 올라가 수백 수천 개의 장미꽃 다발로 늘어진 장관이 흡사 어떤 영화의 한 장면같아 우리는 탄성을 발했어요. 제 손으로 심은 장미가요!
저는 이제야 왜 어머니날이 5월로 정해졌는지를 알 것같군요. 한낱 꽃나무 한 그루를 보며, 심고 가꾼 마음이 이다지 뿌듯하고 신기로울 바에 한 무리 아들 딸을 낳고 키우고 지켜보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얼마나 보람스러우실까요? 그 아무리 고생스러운 세월이 있었을지언정 자식을 보는 어떤 한 순간 순간에 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그런 마음이 아니실까요? 저도 이제 자식을 키워보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해 무슨 힘든 일을 하루 종일 해주고도 아이가 고맙다고 엄마 목을 껴안고 뽀뽀하는 그 순간... 이런 기쁨을 모르고 사는 이들이 저는 가엽습니다. 그런 엄마의 애정을 듬뿍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은 더욱 가엽고요. 한 떨기 꽃에도 어머니의 사랑이 비추어 집니다.
어머니께서 가끔 "자식들을 마음대로 호강시켜주지 못해서..." 하고 아쉬워하실 적에 제가 들려드리는 말 생각나세요? 서양 속담에 이르길 배고픈 사람에게 고기를 낚아주면 그는 하루를 먹을 수 있지만 그에게 낚시질을 가르쳐 주면 그는 평생을 먹을 수 있다고요. 어머니는 저희에게 이렇게 평생을 먹을 수 있는 사랑과 지혜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나요? 저도 열심히 우리 아이에게 그런 평생 가르침을 하느라 노력한답니다. 그 아이도 언젠가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볼 수 있도록...
어머니는 언제나 저희들을 믿어주셨지요. 우리 아이만이 최고다 하는 그런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열심히 최선을 다 하면 너희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는 그런 믿음으로요. 그러다가 한번씩 넘어지면 어머니는 따뜻이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실 뿐 결코 저희들을 질책하지 않으셨어요. 그 믿음은 두고 두고 참으로 막강한 힘이 되었답니다.
한 이태 전 어머니 뵈러 서울 다니러 간 때가 생각납니다. 어머니가 끓여주신 된장찌개를 곁들여 손수 담그신 김치하고 밥을 꿀맛 같이 먹는 저를 보고 하도 기뻐하셔서, 저는 외출했다가 배가 고파도 참고 다녔답니다. 제가 하는 효도는 밖에서 굶고 집에 가서 엄마와 맛있게 먹기였지요. 제가 떠나던 날, 인사를 다 드리고 내려갔어도 돌아보면 난간에 서서 내려다보시며 잘 가거라 하고 또 손을 흔드시면 저는 그냥 울음이 터지고 어머니도 눈물을 훔치셨겠지요. 우리는 서로 들어가세요, 잘 가거라 하며 서로의 뒷모습을 한번 더 보려고...
뜰에서 나오려니 한 구석에 한 줄로 나란히 쟁반에 담긴 새끼화분들이 한 무리 눈에 뜨입니다. 어디서 났는지 조그만 아기화초도 그 속에 새파랗게 자라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이 엄지손가락 만한 화분들은 손으로 칠한 그림장식까지도 되어 있네요. 우리 아이의 작품이에요. 하도 귀엽고 기특해서 웃음이 나옵니다. 미국속담에 사과는 나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니 우리 아이도 제엄마 따라 꽃 가꾸는 마음이 지극하답니다. 어머니 따라 제가 그랬듯이... 뿌둣하시지요?
어머니, 졸필이나마 이 글을 좋아해 주시리라 믿어요. 어느 명필인들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겠어요? 어머니의 딸이 사랑과 정성으로 쓴 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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