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대전’ 뛰어든 삼성
▶ 반도체·센서 등 보유 기술 연계
▶ 수직계열화 통한 역량강화 기대
▶ 초거대 AI발 휴머노이드 고도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한 것은 2024년 인공지능(AI) 스타트업과 빅테크가 주도해온 휴머노이드 중심의 로봇 속도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내재화된 반도체·센서·AI 기술 등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노하우까지 합쳐 격화하는 로봇 경쟁에서 수직 계열화 장점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될 미래로봇사업단을 통해서는 휴머노이드 개발력을 집중해 업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방침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각 로봇 기업들은 AI 기술 발전에 힘입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기술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타 형태의 로봇과 대비해 균형 유지의 어려움, 복잡한 운동학적 구조 등으로 인해 발전 속도가 더뎠지만 트랜스포머 모델 기반의 초거대 AI 발전으로 전기를 맞았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AI 모델은 언어뿐만 아니라 이미지, 음성, 물리 센서 데이터까지 동시 학습을 지원하는 멀티모달 구현이 장점”이라며 “멀티모달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역시 더욱 정교한 동작 제어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에 휴머노이드 동작 개선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테슬라는 2023년 말 공개한 자사 최신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2세대 제품의 발전된 모습을 2024년 다양한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했다. 2024년 10월에는 로봇 행사 ‘위, 로봇(We, robot)’ 행사에 사람 대신 옵티머스2를 곳곳에 배치해 행사 참석자에게 음료나 선물을 제공하게 했다. 또 춤을 추는 등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게 했으며 수백 명의 관중 사이를 걸어 다니며 ‘셀카’를 찍어주기도 했다. 두 달 뒤인 12월 10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옵티머스2가 시각 센서 없이 실시간 감각만으로 비탈길을 넘어지지 않고 내려오는 영상을 공개하며 업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역시 2024년 자사 로봇 개발 플랫폼인 엔비디아 아이작(Isaac)의 최신 제품들을 부지런하게 공개했으며 2025년 출시할 자사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용 초소형 컴퓨터인 젯슨 토르(Jetson thor)를 GTC 2024에서 처음 공개했다.
휴머노이드 상용화 경쟁이 치열해지며 기업 간 협업 움직임도 활발하다. 오픈AI·LG전자 등이 투자한 피규어AI는 자사 최신 휴머노이드 ‘피규어02’를 BMW 생산 공장에 배치하며 실제 현장 적용 전 검증을 이어나가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휴머노이드 사업을 진행 중인 현대차는 최근 도요타와 협력 사실을 밝혔다. 도요타리서치연구소의 대규모행동모델(LBM) 학습 관련 전문지식을 보스턴다이내닉스 로봇에 적용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추가 투자 단행과 함께 조직까지 신설한 것도 휴머노이드 중심의 변화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것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전자는 2024년 중순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차세대 로봇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첫 웨어러블 로봇인 ‘봇핏’을 개발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로봇사업팀을 해체했다. 대신 이들을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로 배치했는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개발 등 로봇 분야 선행 개발의 시너지를 노리는 전략적 변화를 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신설한 미래로봇추진단 역시 휴머노이드 중심의 미래 로봇 산업 변화에 맞서 최전선에서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장을 맡은 오진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창립 멤버로서 한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결합이 강화하면서 삼성전자는 로봇 제작의 다양한 단계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등 수직 계열화의 강점도 강화하게 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전기 구동 및 유압 시스템 등 로봇의 핵심 부품과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데 주력해왔으며 삼성전자는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 감각과 연결되는 센서, AI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 관련 노하우를 갖고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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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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