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하탄 일궈온 한인 자영업
▶ (3) 네일업
네일살롱은 한인들이 일궈 낸 신종 비즈니스로 손꼽힌다.
특히 수요가 많은 맨하탄에서만 한인 네일살롱이 1,000여개로 추산될 정도로 맨하탄 서비스업종의 선두 주자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맨하탄에서 네일살롱 업계는 한인끼리의 과당경쟁이나 타민족 업소의 침투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인 경제의 젖줄로까지 표현되는 맨하탄 지역의 네일업계는 최근 고급화와 대형화(체인화), 사업다각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종 비즈니스의 탄생
맨하탄 네일살롱의 역사는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용실의 한 분야였던 네일은 유대계들에 의해 하나의 업종으로 특화되며 독립업종 형태를 갖추게 됐다. 그러나 특별한 손재주가 없었던 유대계의 네일살롱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얼마 못 가 사양업종으로 취급됐다.
그러다 80년대 초 네일살롱에서 일하던 한인여성들을 중심으로 맨하탄 미드타운 지역에 하나 둘 업소를 오픈, 한인들의 진출이 본격화했다.
이후 한인 네일업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10여년만에 맨하탄 네일살롱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네일살롱은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했을 뿐 아니라 손재주가 뛰어난 한인여성들에게 좋은 사업 아이템이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뉴욕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듯이 과거에 별 볼일 없었던 네일업을 한인들이 비즈니스의 한 분야로 새롭게 만들냈던 것이다.
뉴욕한인네일협회에 따르면 뉴욕일원에 전체 3,000여 한인 업소 중 1,000여개 업소가 맨하탄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 맨하탄에서 종사하고 있는 한인들은 7,000명 이상으로 한인사회의 고용 창출면에서도 상당한 기여를 해오고 있다.
■위기와 기회
이렇듯 고속성장을 해오던 한인 네일업계는 90년대 중반부터 차츰 위기를 맞게 된다. 특히 맨하탄 지역에서 발생한 한인 업소간의 과당 경쟁은 시장 지배력을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일부지역 경우 한 블럭에 3∼4개 업소들이 들어섰다. 결국 경쟁 때문에 가격이 반 이상씩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 심지어 아예 문을 닫는 업소들까지도 생겨났다.
설상가상으로 90년대 중반부터는 베트남계와 중국계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과당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 업계의 위축을 가속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불과 90년대 초만 해도 맨하탄 네일살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한인업계는 현재 70%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맨하탄 업타운 경우 주요 고객이던 흑인 및 히스패닉계 손님들이 싼 가격을 무기로 한 베트남계 업소들로 대부분 옮겨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맨하탄 업타운에서 C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주씨는 "90년대 중반 이후 한인 업주간에 벌어진 과당경쟁과 타민족의 진출은 한인 업계를 위기로 몰아갔다"며 "이 시기부터 일부 업소들이 대형화와 고급화하며 새로운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신
네일 업종이 한인경제에 차지하는 위상은 크다. 특히 맨하탄 네일업계의 미래는 곧 전체 한인 네일업계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좋은 비즈니스 환경으로 인해 한인업주끼리의 과당경쟁 문제는 물론 타민족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지역이 맨하탄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이 퍼지면서 한인 업소들만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신기술 도입과 고급화, 대형화 등을 통한 사업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업종 다각화를 시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수익률을 끌어 올려야한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한인 네일협회 방주석 회장은 "낮은 인건비를 무기로 침투하고 있는 타민족의 진출을 막는 것은 가격 인하 경쟁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미 맨하탄 지역 한인업소들이 고급화, 대형화, 업종다각화를 통해 품질 차별화를 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방 회장은 또한 "한인 업주간의 과당경쟁 문제는 한인업주 모두 소명의식을 갖고 한인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등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신중히 연구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롱 투데이’ 정수정 사장
"과감한 차별화 전략 비즈니스 키웠어요"
맨하탄 미드타운에 위치한 ‘살롱 투데이’(52w 55st.)의 정수정 사장은 한 자리에서만 17년째 네일업에 종사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정 사장은 현재 맨하탄에만 4개의 체인점을 운영하며 수천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한, 업계에서는 성공한 비즈니스 우먼으로 불리고 있다.
정 사장이 이처럼 빼어난 업소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끊임없는 변신 노력 덕분 이다.
10여년 전부터 갈수록 심해지는 과당경쟁과 타민족 업소들의 시장 잠식으로 한때 여느 업소들처럼 심한 수익률 하락으로 살롱 투데이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정 사장은 6년전 과감히 업종 다각화를 시도했다. 데이 스파와 스킨캐어 코너를 매장 내에 신설하는 것을 비롯 3년전에는 스파 페디큐어, 얼굴 맛사지, 발 반사요법 등으로 서비스 분야를 늘려 지속적인 품질 차별화를 시도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 규모를 줄이는 대신 네일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취급, 고가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발빠른 마케팅은 지난 9.11 테러 이후 네일 업계가 심한 타격을 입었을 당시 효과를 발휘했다. 대부분의 업소들이 앞다퉈 감량 경영에 나섰던 반면, 정 사장은 오히려 투자를 늘려 체인점을 늘렸다. 투자한 만큼 이익도 비례한다는 철칙 때문이다.
특히 종업원들에게도 한 식구처럼 대해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종업원의 역량을 강화시켜야 보다 질 높은 고객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이 사장은 "지속적인 품질 및 업종 차별화 전략만이 고객들을 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가격으로 승부하는 시절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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