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정원 손질
봄은 김유주씨네 정원에만 더 많이 찾아온 것 같다. 애나하임힐스 산꼭대기에 자리한 김씨 집 뒤뜰에는 요즘 수십 종류의 꽃들이 만개해 저마다 날 좀 봐달라고 얼굴을 내밀고 팔을 흔들며 발길을 붙잡는다. 데이지, 팬지, 아가펜서스, 프리지아, 동백꽃, 로즈메리, 버터플라이, 라벤다, 제라늄, 불로초, 하와이언 무궁화… 모두 다 환호성을 지르듯 50평 남짓한 뜰을 돌아가며 꾸민 꽃밭에서 활짝 피어나 제각기 알록달록 색깔과 자태를 뽐내며 봄바람을 즐기고 있다. 지난 주말, 비온 뒤 맑게 개인 하늘과 너무도 선명한 조화를 이루던 꽃밭에서 김유주씨(49)의 정원 가꾸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꽃도 사람과 같아요. 사랑과 관심을 갖고 물만 잘 주면 저절로 잘 자란답니다. 자주 들여다보면서 가지도 치고 시든 것은 잘라주고, 제때 비료 주고 물주면 자라지 말래도 쑥쑥 자라지요. 심어 놓고 아무 것도 안 해주면서 예쁜 꽃을 보려고만 하면 되나요"
한 폭의 그림같이 잘 가꾼 김씨의 정원은 집에 오는 친지들에게 마다 늘 경탄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꾸준한 손질과 관리. 꽃을 심어도 잘 피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심어만 놓고 전혀 관리하지 않는 것이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크게 손볼 것도 없어요. 마음만 갖고 들여다보면 꽃마다, 나무마다 뭐가 필요한지 금방 알게 됩니다. 어떤 꽃이 목마르고, 어떤 꽃이 손질을 기다리고 있고, 또 어떤 꽃은 가지를 잘라 달라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어요"
김씨는 2년 전 이사온 새 집의 정원을 몇푼 안 들이고 직접 만들었다. 황무지 같았던 맨 땅을 다 파내고 홈디포에서 좋은 흙을 사다 거름과 섞어 밭을 일구고, 그 옆에 자갈 깔고 벽돌 세워 볼륨 있는 꽃밭으로 모양을 냈다.
꽃값도 얼마 안 들었다. 김씨네 정원에 가장 많이 퍼져 있는 빨강, 노랑, 핑크색의 불로초(kalanchoe)는 남의 집에 있는 걸 조금 얻어와 옮겨 심은 것이 1년만에 가득 번식한 것이다. 불로초는 초봄부터 늦여름까지 꽃을 보고, 가을과 겨울엔 파릇파릇한 잎이 보기 좋아 사철 정원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화초. 김씨는 "불로초는 꽃이 질 무렵 밑에서 5cm 남겨놓고 대를 잘라주면 거기서 다시 새순이 나와 계속 불어나고, 가지를 잘라 다른 땅에 심으면 곧 뿌리를 내려 쉽게 번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의 화초들도 너서리에서 2~3달러 정도에 사와 옮겨 심거나 씨를 뿌려 키운 것이다. 다년생 화초는 한번 심어놓고 관리만 잘 해주면 계속 꽃을 피우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일년생 꽃은 계절 바뀔 때마다 제철 꽃을 사다 심으면 서너달 키우며 꽃을 즐길 수 있다.
올 봄엔 팬지꽃을 15달러어치 사다 심었다는 김씨는 몇달 후 꽃이 지면 뽑아버리고 여름 꽃을 심을 계획.
실내에서도 곳곳에 화분을 놓고 양란을 키우는 김씨는 "뜰을 볼 때마다 마음이 평화롭고 넉넉해지는 것"이 화초와 주고받는 사랑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skch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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