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프린트’(Blue Print)에 가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깜찍한 벽시계로부터 기하학적인 모양의 램프, 특이한 디자인의 의자, 거울, 탁자, 소파... 구경만해도 재미난 것이 너무 많아 아래 위층으로 돌아다니다보면 갑자기 사야할 것이 몇배로 불어나 난감해지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컨템포 가구점 ‘블루 프린트’는 침체된 요즘 미가구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스토어로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유수 인테리어 잡지들에도 여러번 소개됐고 할리웃의 영화스튜디오 관계자들이 세트 장식차 자주 드나드는 곳. 웨스트 LA에 있는 이 멋진 스토어의 주인이 한인여성임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블루 프린트’는 그의 주인 조하연씨(55·현숙)와 많이 닮아있다.
대단히 감각있고, 개성적이고, 독특하며, 예술적인, 트렌디, 컨템포, 모던, 섹시...그 모든 형용사로 원을 만들고 그 중심에 ‘로맨틱 클래식’이란 단어를 집어넣으면 조하연이란 여성과 ‘블루 프린트’를 설명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까? 여러번 인터뷰 요청을 사양해온 조씨를 어렵사리 할리웃 힐스 산꼭대기의 자택으로 찾아가 만났다. 사실은 그녀의 스토어보다 그녀의 집이 더 기사거리였다.
"다른 데 없는 물건, 남들 안 파는 물건을 갖다놨는데 잘 팔리면 잭팟 터진 것처럼 기쁘고 흥분됩니다. 좋은 물건, 좋은 가격, 폭넓은 버라이어티, 그리고 블루 프린트와 일을 즐기며 사랑하는 것이 비즈니스가 꾸준히 성장해온 이유일 거예요"
조하연씨는 디자이너 쇼룸에만 있던 모던 클래식 퍼니처를 처음으로 일반 소매가구점에 소개한 선구자로 꼽힌다. ‘컨템포’ 하면 그저 단순성을 강조한 블랙 앤 화이트의 이미지가 강한데, 그녀는 여기에 1930-40년대의 섬세한 예술성이 가미된 ‘깊이있는’ 컨템포를 찾아 매장을 꾸몄다. 탁월한 예술감각과 좋은 물건 볼줄 아는 안목이 그것을 가능케했고 중간상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구입하는 좋은 가격 덕분에 눈 높고 까다로운 베벌리힐스 고객들의 구미를 맞출 수 있었다.
"디자인 취향의 스토어들은 값이 너무 비싼게 흠이지요. 그런 면에서 블루 프린트는 좋은 디자인이라도 터무니없는 가격을 붙이지 않는 노-넌센스 스토어인 점이 어필한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은 가격에 아주 예민하거든요"
20달러짜리 장식품으로부터 수천달러짜리 소파에 이르기까지 홈과 오피스 퍼니처가 빼곡이 들어찬 1만5천스케어피트의 매장은 세일즈맨들에게 맡겨놓고 조씨가 하는 일은 이니셜 바잉이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뉴욕을 돌며 팔만한 아이템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것. 무명작가들이 만드는 작품도 선뜻 들여놓는데 스토어로서는 격이 올라가고 재주있는 아티스트들을 도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 조씨의 설명이다. 그 폭넓은 선택의 여지 때문인지 보통 가구점은 한산하고 조용한데 반해 블루 프린트는 끊임없이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고, 손님들이 여기저기 기웃대는 등 늘 활기에 넘친다.
비즈니스의 성공비결은?
"사랑과 겸손"이라는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사랑’은 곧 관심과 돌봄이며 그렇게 대해주는 직원들이 업체를 키워준다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선행돼야할 조건은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을 고르는 일인데 조씨는 사람 판단이 비교적 정확한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플로어 매니저를 비롯해 그녀와 함께 일한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
’겸손’도 여기에서 멀지 않다. "사람을 대할 때 겸손한 태도를 가지면 곧 신뢰로 연결됩니다. 그것이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재산이지요. 그것은 또 자신이 있는 위치를 계속 점검하며 욕심 안 부리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잘되면 벌리기부터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일에 대한 사랑, 예술에의 열정등이 있는데 그녀는 그것을 부모님(노택진·인화씨)에게서 받았다고 말한다. 유난히 밝고 사랑 많은 두분의 ‘인생에 대한 로맨스’가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는 자랑이 자신의 비즈니스 설명보다 더 장황하고 길었다.
조하연씨는 69년 도미, UC버클리에서 텍스타일 디자인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미국회사에서 일하다가 13년전 ‘블루 프린트’를 오픈했다. 그녀에게는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그대로 내리 쏟아 키운 두 자녀가 있다. 딸 지니는 클린턴행정부에서 국내정책 자문관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데이비스 주지사 사무실의 보건사회부장관 특별보좌관으로 활약하고 있고 사진을 공부한 아들 크리스는 어머니의 사업을 도와 ‘블루 프린트’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블루 프린트’의 주소와 전화번호는 8366 Beverly Blvd. LA (323)653-2439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