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해서 아이들은 눈을 비벼가며 버티다가 쓰러져 잠들곤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그 황당함과 낭패감. 그럴 때면 부엌에서 어머니가 분주하게 설음식을 차리느라 들려오던 소리, 풍겨오던 냄새들이 아스라한 기억속에 남아 있다. 사흘 밤만 자면 설이다. 미국에서의 설은 기분이 사뭇 다르지만 새해 첫날 부모에게 세배 드리고 떡국과 함께 한 살 더 먹는 우리네 풍습을 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난히 무거웠던 2001년의 세밑을 지나 다가오는 이번 정초엔 한복을 차려입고 친척집에 인사도 다니면서 밝은 덕담, 희망의 기운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 전통 한정식당 ‘용수산’이 소개하는 개성식 조랑떡국과 보쌈김치, 녹두전으로 설상을 차리고, 우리 옷 한복도 맵시나게 입어본다.
미국에서 설이라고 한복을 차려입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아무래도 이맘때 한복집들이 바빠지는걸 보면 1월1일 신정 설을 한국식으로 세는 가정이 드물지는 않은 것 같다.
격식에 맞는 옷은 그 사람의 품위와 맵시를 돋보이게 하는 만큼 한복은 연령과 계절, 때와 장소에 맞게 잘 선택해 입어야 한다. 그러나 연중 날씨가 크게 굴곡 없는 남가주에선 겨울용보단 춘추용 한복을 많이 입는 편.
한인타운의 백봉님 한복집에 따르면 한복은 색상이나 모양이 크게 유행을 타지는 않는 편이지만 요즘 눈에 띄는 변화는 저고리 길이가 전보다 길어진 것이다. 원래 저고리 길이는 유두선을 기준으로 점잖은 안방 규수들은 그 밑으로 내려가도록 길게 입었는데 한국이 화려하던 무렵 한창 유두선 위로 올라가다가 최근 다시 내려오고 있다는 것. 백봉님씨는 "IMF이후 겉치레가 줄어들면서 저고리 길이도 겸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복의 배색은 상의는 밝게, 하의는 어둡게 하는 것이 가장 고전적이며 그 반대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반대색의 배색이 있다. 또 나이든 사람일수록 밝은 색이나 동색계열로 입는 것이 좋다. 요즘 30-40대 젊은 여성들은 빨강이나 흑장미색 치마에 저고리는 진초록이나 곤색, 흰색의 배색으로 많이 입는다.
한복은 속바지와 속치마등 속옷을 제대로 갖춰 입어야 제멋이 나지만 요즘엔 치마속에 여러가지 속곳을 입지 않고 페티코트처럼 제작된 속치마를 입는다. 신발은 대개 한복치마를 길고 풍성하게 입기 때문에 버선이나 고무신 대신 하이힐등 일반 구두를 많이 신는다.
한복 저고리는 깃고대와 어깨 솔기가 뒤로 넘어가지 않도록 약간 앞으로 숙여 입어야 제맛이 난다. 이때 치마허리가 저고리의 도련 밑으로 나오지 않도록 주의할 것. 치마는 겉자락을 왼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입는다.
한복을 입을 때는 단정한 몸가짐과 깔끔하게 올린 헤어스타일,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화장을 한다. 액세서리는 노리개 정도가 적당하고 목걸이는 하지 않으며 귀걸이도 늘어지는 것보다 착 달라붙는 스타일이 어울린다.
남자한복은 바지저고리와 조끼, 마고자, 두루마기를 입는데 외출시 반드시 두루마기를 걸쳐야 한다. 남자한복은 허리매는 법과 대님치는 법만 익히면 어렵지 않게 입을 수 있다.
한복 가격은 한복집에 따라 다르지만 실크만 취급하는 백봉님 한복집의 경우 여자한복이 400-800달러, 페티코트는 80달러, 남자한복은 500-800달러에 맞춰 입을 수 있으며 적어도 한달전에 맞춰야 제때 입을 수 있다.
▲고름매기
짧은 고름은 위로 긴고름은 아래로 가도록 X자 모양으로 만든후 짧은 고름을 안쪽으로 넣어 위로 잡아 뺀다. 짧은 고름을 돌려잡아 그 안쪽으로 긴 고름을 접어 넣은후 짧은 고름을 긴 고름 밑으로 넣어 아래위를 평평하게 잡아당기며 가지런히 정돈한다.
▲대님매기
바지는 우선 바지허리를 잡고 오른쪽으로 바짝 당겨 왼쪽으로 접고 허리끈을 맨다. 대님은 복사뼈 안쪽으로 매어야 한다. 사폭 시접선을 복사뼈 안쪽에 대고 원폭을 밖으로 한 바퀴 돌려 제자리에 오게 한 후 대님을 두 번 돌려 리본으로 묶은 뒤 7cm와 5cm정도의 고를 남기면 된다.
▲노리개
한복의 대표적인 장신구인 노리개는 겉고름, 안고름, 또는 치마허리에 차는 패물로 섬세하고 호화로운 장식이기도 하지만, 부귀다남, 불로장생등 정신적인 행복관을 상징하고 있어 궁중에서부터 서민까지 대중적으로 사용돼왔다. 소재는 금, 은, 보석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자수나 장식적 부품으로 만들어졌으며 3작 노리개등 여러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한복 보관법
한복은 소재가 얇고 바느질이 섬세하기 때문에 잦은 세탁으로 탈색되거나 바느질이 상할 우려가 많다. 실크는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합성섬유는 손빨래를 해도 무방하다. 손빨래할 경우 세탁기를 사용하면 옷감의 올이 튀거나 모양이 손상되기 쉬우므로 손으로 살살 비벼서 빨아야 한다. 음식물 얼룩이 생기면 벤졸로 가볍게 문질러 얼룩을 지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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