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명 그룹 모창 ‘트리뷰트 밴드’ 다시 인기
한국에도 ‘너훈아’ ‘조용팔’ 등 유명 가수들을 이름부터 노래까지 흉내내는 것으로 업을 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 미국에서는 이름난 그룹 밴드의 각 멤버들을 그대로 흉내내는 ‘트리뷰트 밴드’(tribute band)가 다시 뜨고 있다.
얼마 전 할리웃에선 트리뷰트 밴드의 모창 가수가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록 스타’도 나왔고 최근 열린 LA AFI 필름 축제에서는 ‘트리뷰트’라는 다큐멘터리도 출품되었다. 아울러 이 ‘진짜 가짜’ 가수들에 관한 웹사이트(www.tributecity.com)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술 취한 눈으로 둘러보면 ‘도어스’의 짐 모리슨이나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무대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하는 것 같은 나이트클럽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모창의 원조는 역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매니아’ 같은 프로덕션의 공도 크다. 트리뷰트 밴드의 폭은 놀라울 정도로 넓어서 ‘도어스’ ‘롤링 스톤스’는 기본이지만 ‘윙스’ ‘마이크와 메카닉스’ ‘딥 퍼플’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여자들로만 구성된 ‘AC/DC’ 트리뷰트 밴드 ‘헬스 벨스’가 있는가 하면 나체로 ‘주다스 프리스트’를 흉내내는 ‘누디스트 프리스트’도 있다.
이런 트리뷰트 밴드는 키치 문화와 필요성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라디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클래식 록이지만,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밴드들은 거의가 이미 해체했거나 존속하더라도 전성기 때와는 상관없는 멤버들로 구성돼 있는 수가 많다. 게다가 콘서트 입장권 가격은 최근 치솟는 추세다. 어느 콘서트업계 관계자는 "로드 스튜어드 연주회의 관람료가 100달러인데 비해, 동네 바에서 10달러면 볼 수 있는 모창자의 음악 수준이 오히려 낫다"고 말한다.
또 유명스타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라든가 ‘립싱크’ 콘테스트, 가라오케의 유행, 기타 여러 가짜 행사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남의 의상을 걸치고 남의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버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여기도록 만들었다.
이런 현상을 놓고 다큐멘터리 ‘트리뷰트’를 공동 제작·감독한 리치 폭스는 "노래와 관객이 오리지널 그룹이나 그 멤버들보다 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래는 그 자신의 생명을 가진다"는 것이다.
비틀즈 멤버 링고 스타의 모창자인 롤로 샌도발은 지난 20년간 수많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과 공연해 왔다. 가짜라는 야유도 받아봤고, 잃어버린 시대를 상기시켜 준다는 말도 들었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팹 포’라는 그룹은 이제껏 일해온 중 가장 성공적이다. 샌도발과 팹 포의 동료들은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노래 덕분에 생계를 해결하고 있으나, 가짜 명사 노릇과 무명 밴드의 이중성 사이에서 갈등도 크다.
이 그룹의 멤버들은 비틀스 팬 총회에서 만나 밴드를 결성했다. 많은 트리뷰트 밴드들이 진짜와의 유사성을 높이기 위해 녹음된 음악을 사용하는 수가 많지만. 이들은 직접 노래한다.. 이들의 모창은 매우 빼어나 브라질, 일본, 아르헨티나 등에서도 공연을 가졌을 정도다. 작년에는 200회 가까운 공연을 했고, 주요 공연에서는 몇천달러씩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라스베가스 호텔들과 일주일에 닷새씩의 고정무대를 마련하는 문제를 협의중이기도 하다.
샌도발은 라스베가스의 기준에 맞춰 좀 더 링고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코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성형수술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우린 마이클 잭슨 모창그룹이 아니거든요."
트리뷰트 밴드는 저작권 규정에 따라 원곡의 사용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원래의 스타들에게도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셈이다. 트리뷰트 밴드의 연주료는 바의 술값 정도인 경우도 있고, 일부는 교외에 집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트리뷰트’를 폭스와 함께 공동 제작·감독한 크리스 커리는 트리뷰트 밴드들의 공통점이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존중받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자기 아닌 딴 사람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사랑을 받는다는 아이러니에 대해 근본적인 이해를 갖추고 있지 않은 멤버는 한 명도 없더군요."
흥행계에서 17년간 종사해온 케빈 마로우는 트리뷰트 밴드의 인기에 기복이 있다고 분석했다. 15년쯤 전에 1950년대 그룹의 모창이 인기를 모으다 사라진 후 전혀 자취를 찾을 수 없었는데 이제 다시 뜨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마로우는 오늘날의 20대들이 과거 10대 때 집에서 들으면서 당연히 멸시했던 부모 세대들의 음악에서 같이 따라 부르고 싶은 즐거움을 발견한 때문이라고 본다.
그렇게 된 데는 리퍼 오웬스의 공헌도 한몫했다. 어릴 적부터 ‘주다스 프리스트’의 열렬한 팬으로 그 트리뷰트 밴드 ‘브리티시 스틸’에 가입해 롭 해포드로 열연했던 오웬스는 해퍼드가 1992년에 그룹을 떠난 이후 대타를 찾던 ‘프리스트’에 기용돼, 이젠 진짜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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