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첫딸을 출산한 정지현씨는 꿈같은 산후조리 기간을 보내고 있다. 볕이 잘 드는 쾌적한 방에서 책도 보고, TV도 보고, 하루 삼식과 간식에 별식까지 산모에게 좋다는 음식은 모두 골고루 맛보면서 일생에 가장 안락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음식은 요리사가, 아기는 간호사가 24시간 돌봐주고 있으며 사우나, 마사지에 스킨케어까지 받으며 몸을 추스를 수 있는 곳… 산바라지를 전문으로 하는 ‘산후조리원’이 LA에 최근 두 곳이나 개원, 몸 풀 데 없는 한인 여성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신세대 산모들이 "친정어머니보다 낫다"고 말하는 산후조리원을 찾아보았다.
"공주가 된 것 같아요. 첫 아기라 겁도 나고 불안했는데 그저 누워서 푹 쉬기만 하고 모두 다 돌봐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어요. 퇴원하면 곧 직장 다니며 아기 보느라 힘들텐데, 돈이 좀 들어도 이렇게 철저하게 산후조리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병원 부설 산후조리원인 ‘라치몬트 빌라’에 입원해 있는 정지현씨(28)는 임신 5개월 때 산후조리원 입원을 예약했다. 친정어머니가 가까이 있지만 힘든 산바라지로 고생하실까 봐 이 곳을 찾았다는 정씨는 자신의 편안한 모습을 본 친구들도 모두 부러워하며 산후조리원 이용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여름철에도 두꺼운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젖몸살을 앓으며 시어머니가 끓여다주는 미역국을 먹던 불편한 산후조리는 이제 옛말. 요즘 젊은 산모들은 환상적인 케어를 받으며 몸을 풀고 있다.
한국서는 4~5년 전부터 산후조리원이 붐을 이뤄 성업 중이라는데 LA에서는 베버리분만센터가 부설 ‘베버리 산후조리원’을 처음으로 지나해 9월 개원한데 이어 하나병원이 6개월 전 부설 산후조리원인 ‘라치몬트 빌라’를 오픈했다. 두 군데 모두 5~7인이 입원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요리사와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상주하며 산모들을 돌보고 있다.
산모는 풀사이즈 침대와 TV, 옷장, 욕실이 딸린 방에서 호젓하게 쉬고, 아기는 따로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24시간 돌보아 준다. 주방에서는 금방 요리한 하루 세끼의 식사와 3회의 간식을 제공하고 간호사들이 젖몸살 관리 및 산후 우울증 상담도 해준다.
또 유축기, 좌욕기, 자외선 치료기, 사우나, 다이어트 마사지기, 레이저 피부재생기까지 갖추고 있어 위생적이고 효과적인 몸 관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갈 때는 아기 목욕, 수유, 기저귀 가는 일등에 대한 기본 육아교육까지 잘 알려줘 엄마로서 단단히 준비시킨 후 퇴원시킨다.
산후조리원의 식단을 보면 붓기를 빨리 내려준다는 호박즙으로부터 시작해 미역국도 소고기미역국, 사골미역국, 해물미역국 등 번갈아 끓여주고 각종 생선요리와 전, 나물, 조림, 볶음 등 듣기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가는 고단백 건강 보양식들이다. 밥을 제외하고 매 끼니마다 반찬만 최소 6가지가 나오는 호화식탁.
산후조리원은 대개 산모들만의 공간으로 남편과 식구들이 방문할 수는 있지만 이 곳서 자고 갈 수는 없다. 사용료는 1인 독실이 1주일에 1,500달러, 2인실은 1,200~1,350달러, 간혹 타주나 한국에서 아기 낳기 전에 미리 와서 쉬는 임신부도 있는데 이럴 경우는 1주일에 700~800달러를 받는다.
보통 입원기간은 2주가 가장 많지만 둘째를 낳은 산모들은 집에 있는 첫째 아이가 걱정돼 1주일만에 돌아가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시민권 있는 아기를 낳으려는 본국 산모들이 많이 찾았으나 요즘은 미국행 발길이 끊어져 뜸한 편.
라치몬트 빌라의 이호경씨는 산후조리원이 "시대적 필요에 의해 생긴 기관"이라고 말한다. 핵가족 시대에 산후 돌봐줄 사람이 마땅찮기 때문이라는 것. 더구나 맞벌이 이민가정은 친지들의 도움을 받기가 힘들고, 이곳에 부모가 없는 경우 한국서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니를 모셔와야 하는데 그 비용도 만만찮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게 된다.
또 요즘 어머니들은 할머니라기엔 너무 젊고 일하는 여성도 많은데다, 나이든 사람들은 신생아 돌보는 일을 많이 잊어버려 실수하기도 쉽다는 것도 한 이유.
그렇다고 사람을 쓰자니 아기 잘 보고, 산모 음식과 뒤치다꺼리도 잘 할 사람이 그렇게 수월한 편은 아니어서 마음에 맞지 않으면 그것도 힘들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전언. 실제로 집에서 고용한 할머니와 다투고 뒤늦게 산후조리원을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 집에서 쉬면 이것저것 일거리가 눈에 보이고 남편이 왔다갔다하므로 아내 입장에서 맘 편히 누워 있을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이라 뚝 떨어져 전문적 간호를 받을 수 있는 산후조리원 이용이 속 편하다는 것이 요즘 젊은 산모들의 합리적인 생각이다. 어떤 가정은 어머니가 아예 비용을 지불해 주고 딸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베버리 산후조리원장 캐더린 최씨는 빠른 회복과 전문 케어를 산후조리원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드물긴 하지만 건강에 이상을 보이는 신생아의 경우 엄마들은 알아채지 못하지만 간호사나 전문의가 체크해 미리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는 것. 또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했거나 회음부를 절개한 산모의 경우 병원부설 조리원에서 더 쉽게,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한 최 원장은 "산모가 건강해야 아기와 가정이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라치몬트 빌라 (213)480-1000 www.birthinusa.com
▲베버리 산후조리원 (323)462-6423 www.beverlybirthcenter.com
▲라치몬트 빌라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정지현씨가 딸 레슬리에게 키스하고 있다. 정씨는 이곳서 공주대접을 받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산후조리원에는 신생아실이 따로 있어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아기들을 보살핀다.
산후조리란 임신과 출산을 통해 흐트러진 여성의 몸과 마음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주는 과정으로 이를 소홀히 하면 평생 출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미국 여성들은 출산 후 몇 시간만에 샤워하고 심지어 외출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한국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산후조리를 출산만큼 중요한 과정으로 여겨 매우 조심해 왔다.
산욕기는 보통 출산한 날부터 6~8주를 말한다. 산모가 자연분만을 했던 수술을 했던 출산 후 첫 3일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 4~6일부터는 실내를 가볍게 걸어다니는 것이 좋고 몸이 가벼워지는 2~3주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아기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청소 등 무리가 되지 않는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출산 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가도 좋은 시기는 4~5주로 이때부터는 부부생활도 가능하다.
▲세수-출산 직후에는 물수건으로 닦고 3~4일 후부터 미지근한 물로 세수한다.
▲칫솔질-이와 잇몸이 들떠 있으므로 찬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샤워-자연 분만한 경우 4~5일 후부터 괜찮다. 수술 분만한 경우 봉합사를 제거한 후 샤워하는 것이 좋다.
▲목욕-4주가 지난 후 산부인과 진찰을 받고 나서 하는 것이 좋다. 공중목욕탕은 3개월 정도 지난 후에 간다.
▲샴푸-출산 3일 후부터 머리를 감을 수 있는데 쭈그리고 앉지 말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서서 감는다. 젖은 머리를 그냥 두지 말고 감은 즉시 드라이어로 빨리 말린다.
▲파마-들뜬 모근이 진정되는 시기인 100일 후 하는 것이 좋다.
▲좌욕-자주 하는 것이 좋다. 출산 때 절개한 회음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도 감소시키며 변비와 치질 예방에도 좋다.
▲실내온도-여름에는 무더위를 참기보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트는 것이 좋다. 이 때는 반드시 긴소매 옷과 양말을 착용한다. 실내온도는 섭씨 20~24도가 좋고 선풍기 바람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쐬어야 한다.
▲옷-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긴소매와 긴 바지, 양말을 착용한다. 땀 흡수가 잘 되고 통풍이 잘 되는 면 소재의 편안한 옷이 좋다.
▲음식-미역국은 필수적이다.
신장과 간, 위의 기운을 돋워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피를 맑게 하기 때문. 미역국이 싫증나면 곰국이나 북어국도 좋다. 생선, 우유, 닭고기, 계란, 채소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고 찬 음식, 짠 음식, 단단한 음식, 자극성 강한 음식(고추, 후추, 커피, 콜라 등), 기름기 많은 음식(튀김, 과자, 피자 등)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과일도 많이 먹으면 좋지 않고 붓기를 가라앉힌다는 호박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