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빵, 단팥빵, 크림빵, 소보루, 고로케, 슈크림...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한국의 제과점 빵들이 수년사이 미주한인들의 입맛에 부쩍 가까와졌다. 한인들이 많이 가는 쇼핑몰에는 반드시 빵집이 한 곳씩 자리잡고 있고, 대형마켓마다 미니빵집이 하나씩 붙어있어 한인 음식문화에 무시못할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타운 터주대감들인 ‘만나제과’ ‘고려당’ ‘뉴욕제과’를 비롯해 웨스턴가를 따라 포진한 ‘만미당’ ‘올리브제과’ ‘크라운제과’ ‘케익타운가든’ ‘성심당’, 또 특이한 빵을 선보이는 ‘경주황남빵’ ‘베이커리아이두’ ‘보스코’등의 빵집들은 종일 끊이지 않는 고객의 발길에 적어도 하루 2회씩 새 빵을 구워내는 한편 성업중인 제과점들은 지역마다 분점을 내서 운영하기도 한다. 또 최근에는 윌셔와 맨해턴에 ‘빵굼터’가 새로 문을 열었고 지난달 오픈한 코리아타운 갤러리아내에도 한국의 고급빵집인 ‘윈’제과점이 곧 개업할 예정이라 더 다양해진 빵 맛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타운의 새벽은 빵집에서 시작된다.
보통 새벽 4시부터 반죽을 시작해 아침 6-7시께 따끈따끈한 새 빵을 구워내는데 첫 손님들은 출근길에 아침식사용으로 사가는 사람들. 이어 오후 1-2시쯤 두 번째 빵이 구워나오는 점심 무렵엔 출출한 오후 시간의 간식용으로 사가는 사람이 많고, 저녁 퇴근길에는 아이들 줄 양으로 단 빵과 생과자, 식빵을 사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외에도 직장에서의 간단한 파티나, 집들이 갈 때 선물용으로 한 박스 가볍게 사가기도 하고, 타주에서 온 여행객들이 대량으로 구입해 가기도 한다.
타주 손님들의 경우 믿거나 말거나, 한꺼번에 보통 수백개씩 사서 비행기로 싣고 간다. 그렇게 가져간 빵을 친지들과 나눠 먹기도 하고 마켓 상인들은 ‘LA빵’이라며 현지에서 되팔기도 하는데 타주에서의 주문이 하도 많아 UPS나 냉장차로 실어 보낸다는 제과점도 있다. 물론 운송비는 주문한 사람 부담이다.
제과점들에 따르면 빵의 기본 재료는 밀가루와 이스트, 설탕, 계란, 버터의 다섯가지. 여기에 앙꼬, 팥, 치즈, 과일, 야채등 온갖 재료를 첨가해 매일 수십 종류의 빵을 구워낸다.
이름만 몇가지 열거해보면 도넛, 소라빵, 슈크림, 모찌, 피자빵, 소세지빵, 야채빵, 호박빵, 밤빵, 앙꼬빵, 버터빵, 사라다빵, 파운드케익, 호두과자, 마드레드, 생과자등. 또 호빵과 요깡(양갱)을 직접 만들어 파는 곳도 있다.
빵은 재료를 믹스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반죽하고, 빚고, 부풀리고, 오븐에 굽고, 다 된 빵을 식혀 포장하는 타이밍까지가 ‘예술’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과 손끝의 맛. 이처럼 가장 맛있는 빵을 가장 맛있는 시간에 고객이 맛 볼 수 있도록 ‘적게 만들고, 짧게 돌린다’고 한 업주는 말했다.
제과점 빵에는 방부제를 넣지 않지만 특별한 유효기간이 없어 상온에서는 하루 이틀, 냉장고에서는 1주일, 냉동칸에 얼리면 한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물론 팥이나 크림, 야채가 든 빵은 쉬 상하지만 속이 들지 않은 곰보빵이나 카스테라, 식빵등은 며칠 내놓고 먹어도 신선도는 떨어지지만 상하지는 않는다. 냉장고나 냉동칸에 넣었던 것은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 약15초 정도 데워 먹으면 거의 갓 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만미당(대표 스티브 이)에 따르면 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빵은 단팥빵과 곰보빵, 버터빵등 ‘전통적인’ 한국 빵이다. 또 생일이나 파티용 케익도 많이 나가고 도넛, 고로케등 튀긴 종류도 꽤 많이 팔린다. 하루 지난 빵은 반값에 팔고 있지만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올리브제과(대표 박창수·김건수)의 경우 고로케와 팥도너츠가 가장 잘 나가 하루 1,000개씩을 굽는다. 이 제과점의 제빵전문가 피터 리씨에 따르면 요즘은 배합과정에서 현미, 보리, 옥수수, 녹차등을 넣은 건강식을 많이 개발, 옥수수 바게트 같은 빵은 당뇨병환자나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
빵 값은 개당 80센트부터 1달러, 식빵은 3달러선으로 거의 모든 제과점이 비슷하다. 다른 물가는 올랐어도 빵값은 10년째 제자리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
한편 LA빵은 요즘 한국의 ‘최고급화된’ 빵에 비해 너무 구식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곳 이민한인들의 정서로는 과거 학창시절 먹던 빵집의 ‘향수’가 ‘맛’과 멋’에 앞서는 것 같다.
skch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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