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막바지 불구, 다양한 등산객 여전히 붐벼
콜로라도 덴버 서쪽 45마일 지점에는 로키산맥 연봉중 하나인 해발 1만4,270피트 높이의 그레이스봉이 솟아 있다. 그런데, 이 봉우리의 좁은 정상에는 오전 일찍부터 일단의 등산객들이 올라와 장엄한 콜로라도 로키산맥을 감상 중이다.
그들 중에는 오클라호마에서 올라온 4형제, 한 스위스 관광객, 덴버의 바텐더, 유럽계 이민자들, 미시간의 그래픽 디자이너, 개를 데리고 올라와 휴대폰으로 아내에게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텍사스인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다.
9월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다른 지역들에서는 여름이 끝나고 있다.
그러나, 이곳 콜로라도 로키산맥은 첫눈이 오기 전, 고봉들을 하나라도 더 정복하려는 등산객들로 붐빈다. 이들은 주로 해발 1만4,000피트 이상들의 고봉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포티니어스’라고 불린다.
콜로라도 로키산맥에는 해발 1만4,000피트 이상 고봉들이 54개나 솟아 있고, 이 고봉들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숫자는 연간 20만명에 달한다.
특이한 사실은 콜로라도 로키산맥 등정은 단순 스포츠 차원이 아니라 종교적, 제의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그레이스봉에는 해마다 6월부터 9월까지 약 2만여명의 등산객들이 찾아온다. 이는 덴버에서 왕복 8마일에 불과한 지정학적 조건에다, 경사도가 상대적으로 완만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 가운데는 바비 인형으로부터 맥도널드 관련 물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품을 모으는 수집 취미꾼들이 많다. 콜로라도 로키산맥 등정꾼들도 이같은 수집 취미 차원에서 고봉들을 하나하나 정복한다.
미국에는 콜로라도 외에도 곳곳에 산재한 고봉등정을 목표로 하는 등산클럽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뉴욕주 북부 아드론덱 산악공원 내 4,000피트 이상 고봉 46개를 목표로 삼는 ‘포티식서스 클럽’을 들 수 있다.
화이트마운틴과 큰바위 얼굴로 유명한 뉴햄프셔에도 4,000피트 이상 고봉 48개를 등정하는 일명, ‘4,000푸터 클럽’이 있다. 또, ‘뉴잉글랜드 4,000클럽’은 화이트마운틴 외에 메인주의 14개, 버몬트의 5개 봉우리를 추가한다.
이밖에도 전국적으로는 미국 50개주에 걸쳐 가장 높은 고봉들을 정복하려는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산악인들로 구성된 ‘하이포인터스 클럽’이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또, ‘시에라 클럽’의 캘리포니아 지부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고봉들을 정복한 등산객들에게 기념품을 증정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등산클럽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콜로라도 로키산맥은 등산객들에게 특별한 유혹의 대상이다. 앞서 언급했듯, 관내 70개의 고봉 중에 54개가 1만4,000피트가 넘는 고봉들이기 때문이다.
포티니어스 클럽의 교육담당자 브루스 모로우는 이렇게 말한다.
"해발 1만4,000피트 이상을 오르는 등정은 외계의 세계를 접하는 듯한 경험이다. 심리학적으로 특별한 경외감을 안겨준다."
이들 등산객들 중에는 극단적인 기록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2년 전 볼더 소프트웨어사의 앤드루 해밀턴은 54개 봉우리 모두를 14일만에 등정하는 진기한 기록을 세웠다. 그 사이 해밀턴은 체중이 15파운드나 줄었고, 등산화를 세 켤레나 바꿔 신었다.
바로 그 이듬해, 데디 카이저라는 사람은 그 모든 봉우리들을 11일만에 등정하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카이저는 머리에 헤드라이트를 부착하고 밤에도 등정을 계속했고, 9월에 불어닥친 폭설을 동반한 강풍과 싸워야 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알콜 및 마약중독 재활자들이 이 고봉들을 즐겨 등반한다는 점이다.
알콜 중독 재활자인 허슨 로메로도 얼마 전 그레이스봉을 등정했다. 그는 덴버 레스큐 미션의 "새로운 삶" 재활 프로그램의 일원이었다. 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로키산맥 고봉 등정을 알콜 중독을 정복하는 상징으로 간직한다.
알콜 및 마약중독 재활센터의 브래드 미우리 소장은 말한다.
"알콜이나 마약중독자들의 재활과정은 고봉을 등정할 때, 한 발짝 한 발짝 산을 오르는 과정과 매우 흡사하다. 중독자의 재활과정은 하루 단위로 정상상태를 유지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의 연속이다."
로메로는 지난해에도 그레이스봉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었다. 그는 올해 재활센터 졸업을 며칠 앞두고, 다시 한번 상징적 의미로 그레이스봉에 도전한 끝에 성공했다.
"만일 내가 그레이스봉을 등정한다면, 하나님은 앞으로 나의 인생 길에 다른 일들도 도와주실 것이다."
지난 8월22일 금융사업가 마크 와그너는 자신이 소유한 콜로라도 에벌랜치 프로 아이스하키팀 및 덴버 너기츠 프로농구팀 단원들과 함께 이색체험을 했다. 와그너는 올 시즌 애벌랜치팀이 우승한 스탠리컵을 싸들고 콜로라도 로키산맥 최고봉인 해발 1만4,433피트의 앨버트봉을 등정했다.
포티니어스 클럽 회원이기도 한 와그너는 애벌랜치팀이 스탠리컵을 차지한 순간, 로키산맥 등정을 떠올렸다. 그리고, 스탠리컵을 운반할 수 있는 용기를 주문 제작, 그 안에 스탠리컵을 넣고 앨버트봉을 등정했다.
"앨버트봉은 콜로라도 로키의 최고봉이다. 우리 팀이 프로하키 최정상을 정복한 것을 기리는 의미로 가장 높은 봉우리를 등정했다." 와그너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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