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 좋고 서비스 최고" 주부들에 인기
▶ 경쟁치열한 ‘대형’ 틈새 공략
식구가 많은데다 손님을 자주 치르는 주부 김재경씨(47)는 이틀 걸러 서너군데씩 장을 본다. 그녀가 다니는 길목은 대개 정해져 있는 편. ‘쌍둥이청과물’에서 과일과 술안주를 사고, ‘태극청과물’에서 건어물과 말린 나물, ‘웨스턴초이스정육점’에서 차돌배기와 안심을 구입해 돌아오는 길에 얼마전 친지 소개로 알게된 가정집에 들러 김치도 한병 사온다. 보통 김치와 장종류는 ‘상록수마켓’에서 사곤 하지만 때로 교회 교우들이 담가 파는 고추장, 된장을 사다먹기도 하고, 급할 때는 반찬 전문점 ‘꼭지’에 전화해 몇가지 밑반찬과 생선전을 부탁해 저녁 찬거리를 수월히 넘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일반 대형마켓에 가는 일은 쌀과 야채, 라면등이 필요할 때 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
한인타운 곳곳에서 영업중인 작은 마켓들은 손님이 따로 있다.
가주, 한국, 한남, 아씨, 플라자에 이어 새로 문을 연 갤러리아 마켓까지 6개 대형 마켓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 타격이 클 것 같은 작은 마켓들은 "손님이 다르다"며 별 동요없이 단골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큰 바위 밑을 기어다니는 가재들’처럼 대형마켓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주력,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이들 식품점들은 신선도와 질, 그리고 서비스를 주무기로 손님을 확보한다.
매일 새벽 들여오는 싱싱한 과일과 고기, 좀더 질 좋은 제품을 골라 들여놓는 안목, 거기에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구미에 맞춰주는 서비스 때문에 맛과 신선도를 따지는 주부들이 이런 작은 식품점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
업주들은 "큰 마켓이나 작은 마켓이나 사실상 물건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며 "대형마켓들 사이에서 생존하는 비결은 도매시장에서 여러개 물건중 웃질을 뽑아오는 것과 손님 한사람 한사람에게 신경쓰며 원하는 물건을 찾아주는 정성"이라고 말하고 어차피 큰 마켓들이 덤핑 판매하는 야채류등에서는 밀리기 때문에 고유 품목을 살려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부 김재경씨는 "평균고객에 맞춰 물건을 갖다놓는 일반 마켓은 아주 싸구려 제품도 취급 않지만 최고급 제품도 찾기 힘들다"고 말하고 "이런 소규모 식품점들은 좋은 물건이 나올 때 전화로 알려주기도 하고 바쁘다면 집에까지 실어다 주므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문어, 오징어포, 말린 새우, 곶감, 은행등 한국식 술안주는 아무래도 이런 식품점에서 사는 것이 제맛이라는 것.
행콕팍 집 주위에 시부모댁, 친정 형제들 포함해 다섯 집이 모여사는 수 박씨(43)는 식품을 한꺼번에 도매집에서 벌크로 구입해 나누어 먹는다. 마켓이나 식당에 물건 넣는 중간 상인을 통해 구입하는데 박스로 사면 많을 것 같지만 여기 저기 나눠주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설명. 조기나 꽁치는 40-50마리씩, 고추장 된장은 깡통으로, 새우젓은 초롱으로, 소꼬리는 박스로 사다가 나누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박씨는 말한다. 예를 들어 새우젓을 한 초롱 사면 김치병으로 6병이 나오는데 값으로 치면 한 병당 7-8달러 정도. 마켓에서 살 경우 작은 새우젓 한 병이 5-6달러씩 하므로 크게 절약되는 셈.
박씨는 또 과일은 전부 배달 서비스로 구입한다. 그녀에 따르면 타운에 과일을 들고 다니며 파는 상인이 3명쯤 되는데 그중 한 사람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질 좋은 과일을 공급받고 있다. 값이 비싸지 않느냐는 주위의 우려에 "싸게 산 과일을 맛이 없어 먹을 수 없다면 그것은 싼 것이 아니"라며 맛이 좋으면 비싸게 생각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부이긴 하지만 물건만 좋으면 값을 따지지 않는 고객들을 위해 매주 그 집에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넣어주는 보따리 장사들도 있고 타운내 여성들이 많이 가는 사우나, 미용실, 은행, 스킨케어업소의 주차장에 아예 밴을 가게 삼아 과일, 야채 가게를 차린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스백화점 주차장에서 벌써 몇 년째 점포를 열고 있는 ‘정스 과일아저씨’ 물건은 맛있다고 소문나 순전히 과일만 사러 들르는 손님이 상당수에 이를 정도. 밴 뒷문을 열고 벌여놓는 이 가게는 보기에도 허름하고 종류도 몇가지 안되나 워낙 싱싱한 제철 과일을 아무한테나 먹어보라고 잘라주는 맛에 오며가며 발걸음을 멈추고 참견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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