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밀레니엄 기행 (18)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 브라질 <하>
마지막 원시림 ‘아마존’아마존을 빼놓고 브라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유럽의 초기 정복시절 그리스 신화의 아마조네스를 연상시키는 무장한 여자들만의 전사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아마존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열대우림 지역은 지구 담수의 20%를 보유하고 있고 지구의 산소의 20%를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이다.
브라질 영토의 68%를 차지하고 브라질 등 9개국에 걸쳐진 이 지역은 지금도 4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120개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는 세계의 ‘천연문화 기념지’이기도 하다. 아마존을 가로지르는 아마존강은 페루에서 시작해 대서양에 이르기까지 서울-부산 거리의 열다섯 배에 달하는 6,840km를 흘러간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에는 자연 맨소랜담으로부터, 샤넬 9의 원료, 자연 비아그라, 반비아그라(정력감퇴제, 피임제) 등 지금까지 발견된 것만 5만여종의 의약품과 영양식들이 서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자연기초 소재, 생태 유전자 자원의 중요성이 급속히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존의 가치는 무한하기만 하다.
민물상어 - 민물돌고래 자생그러나 아마존이 원래 바다, 즉 태평양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원래 바다였으나 1억년 전 안데스산맥이 솟아올라 내륙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바다가 강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서 아마존에는 지금도 상어와 돌고래를 볼 수 있다. 즉 시간이 흐르며 환경에 적응해 민물상어, 민물 돌고래가 생겨난 것이다. 아마존주의 수도 마나우스는 한 때 고무농장으로 돈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번창했던 곳이나 영국판 문익점이 고무씨를 훔쳐 가 말레이시아에 심으면서 하강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수입자유 지역으로 경제적 명맥을 유지하다가 최근 그 같은 특권도 사라져 더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강물 섞이지 않고 흘러 부두로 나가자 거대한 아마존강이 나타났다. 하류의 경우 폭이 42km이고 파도가 높이 8m 정도로 친다니 왜 이 강을 ‘바다강’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갔다. 보트를 타고 얼마를 가자 검은 색의 리오 네그로와 누른 색의 아마존강이 만나 두 강물이 섞이지 않고 나란히 흐르는 장관이 나타났다.
이가포라는 침엽수가 물에 잠기며 나무 성분이 물에 분해되어 검은 색을 내는 리오 네그로는 어떻게 보면 콜라를 풀어놓은 것 같고 그 물에 풍광이 비쳐지면 검은 자개상을 펼쳐 놓은 것 같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에서 오는 이 강은 물살이 느리고 수온이 따뜻한 반면 페루에서 흘러오는 아마존강은 물살이 빠르고 온도가 차서 두 강이 만나 하나가 된 뒤에도 수온과 유속의 차이 때문에 10킬로 가량이나 나란히 따로 흐르는 장관이 빗어지고 있다.
여인숙같은 별5개 정글호텔마나우스를 떠나 리오 네그로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강을 바라보고 있자 폭이 26km라는 이 강이 이처럼 넓은데 아마존강의 하류는 어떻겠느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3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나타나는 것이 아마존의 유일한 별 5개의 정글호텔인 아우스호텔. 전설적인 탐험가 쟈크 쿠스토가 아이디어를 주어서 지었다는 이 호텔은 아마존 정글 속에 환경 친화적으로 7개의 타워에 260개의 객실을 지은 것이다.
별 다섯 개가 무색하게 방은 여인숙 수준이지만 사방에 늘어져 있는 야생 원숭이들로부터 정글 위에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나무를 깔고 난간을 만들어서 지어 안전하면서도 정글을 내려다보며 산책을 할 수 있도록 만든 5km 길이의 산책로 등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 곳만의 자랑이다.
가난해도 인심좋은 원주민아마존의 살인고기인 피랑야 낚시, 아마존 정글의 수목탐험 등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즐긴 뒤 정글 속에 살고 있는 한 원주민 가족을 방문했다. 알베르토(60) 부부를 중심으로 3대가 모여 사는 이 가족은 전형적인 원주민 가족으로 낚시와 농사로 살아가고 있는데 손자, 손녀들은 카누를 타고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너무도 맑은 눈빛과 가난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외부손님이 왔다고 갓 잡은 생선을 계속 기름에 튀겨 내오는 인심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두 달에 걸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은 악어사냥으로 보내게 됐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배를 타고 가며 손전등으로 사방을 비추는 것인데 그러면 악어의 눈빛이 불타는 것처럼 빨갛게 비쳐 악어를 찾을 수 있고 눈에 강한 빛을 받은 악어가 꼼짝 못하는 동안 악어를 잡는 것이다. 그러나 근 두시간 악어가 살만한 곳을 현지 안내인이 사방으로 끌고 다녔지만 악어를 찾지 못해 실망을 해 포기하고 돌아오다가 간신히 악어를 잡아 만져볼 수 있었다.
하루에 축구장 100개 크기 오염몇 년 전만 해도 흔해 빠졌던 악어가 이제는 점점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지구의 마지막 원시림 아마존에도 생태파괴의 영향이 빠르게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개발과 농지개간으로 하루에 축구장 100개 정도의 아마존이 파괴되고 있다지만 이를 나무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노스트라무스 등 지구의 종말에 대해서는 많은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구의 종말이 온다면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생태계의 파괴이다. 그리고 미국은 1인 평균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가장 많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브라질 농민들의 아마존 개발을 비판할 수는 없다.
환경오염 공산품 등에 대해 지구적인 환경세를 부과해 이를 아마존 주민들에게 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환경 보조금으로 지불하는 식의 혁명적인 지구적 사고를 실행하지 않는 한 환경파괴의 딜레마는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지구는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이고 아마존의 운명은 미국의 운명이기도 하다. 그리고 칠레 인디언의 옛말처럼 지구가 인간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지구에 속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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