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히스패닉이 떠오른다
▶ 2000년 인구센서스
히스패닉이 무서운 기세로 미국사회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2000년도 인구조사결과 흑인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소수계 그룹으로 떠오른 히스패닉은 앞으로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부분에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000년도 자료에 따르면 3,530만5,818명의 인구를 지닌 히스패닉집단의 구매력은 4,580억 달러로 98년의 2,730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10년 사이에 무려 57.9%의 증가율을 보인 인구와 불과 2년새 1.5배가량 늘어난 구매력은 히스패닉의 위상이 빠른 속도로 강화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들의 최대 밀집지인 캘리포니아는 주민 3명당 한 명이 스페인어 구사자이다. UC버클리의 주얼 테일러 깁스 교수는 "2021년에는 히스패닉이 백인을 밀어내고 캘리포니아의 최대 인종그룹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히스패닉계의 급부상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흑인과 히스패닉간의 주도권 다툼도 예상되는 후유증 가운데 하나다.
일부 학자들은 숫한 희생을 치러가며 공민권 투쟁을 벌였던 흑인세력과 소수계의 최대 그룹으로 떠오른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심한 마찰을 빚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인이 밀집한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히스패닉의 집단촌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한인과 히스패닉은 같은 동네로 이사와 어깨를 맞대고 살아가는 ‘이웃사촌’이다. 센서스국은 12일 "지난 2000년에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히스패닉이 미국내 최대 소수계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발표했다. 센서스국의 발표에 맞춰 한인들의 가까운 이웃인 히스패닉의 실체를 더듬어 보았다.
인구 현황히스패닉 인구가 미 전체 인구의 12.5%를 기록했다. 12.3%를 차지한 흑인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공식적으로 미국내 최대 소수계로 떠오른 것이다.
2000년도 인구조사에서 공식 집계된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는 3,530만5,818명. 90년 이후 10년 간의 인구 증가율은 무려 57.9%에 달한다. 미국내 히스패닉 인구는 이미 캐나다 전체 인구를 넘어섰다.
그러나 히스패닉 인구 폭발은 이제 경우 맛뵈기를 보인데 불과하다. 히스패닉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는 1차적으로 멕시코와 라틴 아메라카의 타지역에서 들어온 불법, 합법 이민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 따른 것이지만 이들의 높은 출산율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설사 외부에서 들어오는 신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다 해도 미국내 히스패닉 인구의 점유비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US 뉴스&월드 리포트지 최근호의 보도에 따르면 히스패닉 가정의 31%는 5명 이상의 가족을 거느리고 있다. 상당수의 가정이 최소한 3명 이상의 자녀들을 거느리고 있다는 결론이다. 반면 비 히스패닉으로 분류된 흑인들의 경우 5명 이상의 가족을 거느린 가정은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게다가 히스패닉 인구의 70% 이상이 40세 미만이다. 이 같은 사실이 히스패닉 인구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의 주된 근거를 이룬다.
일부에서는 현재 전체 인구 8명당 1명 꼴인 히스패닉 인구가 3명당 한 명으로 늘어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히스패닉이 미국의 최대 소수계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인구 전문가들은 히스패닉 유입 인구와 출산율 등을 근거로 "2050년에는 히스패닉이 미국의 주류 자리를 넘보게 될 것"으로 예견했었다.
히스패닉 커뮤니티가 지난 10년간 기록한 57.9%의 인구 증가율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50년 후 백인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들어맞을 수도 있다.
이들의 집단 밀집지중 하나인 캘리포니아의 경우 2021년에는 히스패닉이 백인을 밀치고 이 지역의 신주류로 들어설 전망이다.
UC버클리의 주얼 테일러 깁스 교수는 "현재 캘리포니아 전체 인구의 3분의1이 스페인어를 사용하거나 스페인의 혈통을 지닌 히스패닉"이라고 밝히고 "2021년에는 이들이 캴리포니아주의 주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히스패닉은 언어와 공통의 문화유산으로 한 덩어리로 취급되는 인종집단이지만 실제로는 경제력의 차이, 출신국, 피부색, 종교 등의 요인에 의해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히스패닉 인구 가운데 주류는 전체의 66.1%를 차지하는 멕시코계이고 그 다음이 14.5%의 점유율을 지닌 중남미 국가 출신들이 꼽힌다. 한편 푸에르토리코가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의 9%, 쿠바가 4%를 차지한다.
소비성향 강해 구매력 폭팔적<경제적 측면>히스패닉은 덩치에 걸맞게 엄청난 구매력을 지닌 집단이다.
입수 가능한 가장 최근 통계인 2000년도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구매력은 4,580억달러로 추산된다. 두해 전인 98년도의 2,730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액수다.
불과 2년 사이에 이들의 구매력이 1.5배 이상 늘어난 것은 급격한 인구증가와 소득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히스패닉 인구의 상당부분이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고 있으나 히스패닉 광고협회에 따르면 이들의 가구당 소득은 지난 5년간 연 7.5%의 성장을 보였다.
1996년에 연방 센서스국이 발표한 히스패닉 가정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3만7,500달러, 중간소득은 2만9,500달러였다. 가구당 소득이 연 7%대의 연이은 성장을 계속했다고 가정할 경우 히스패닉 인구의 가구당 소득이 2000년도에는 4만달러 선을 가볍게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하다.
특정 인종그룹의 집단 구매력은 인구가 늘어날수록 높아지게 마련이다. 인구 규모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결정된다고 보아 무방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내 최대 히스패닉 시장은 LA고 그 다음이 뉴욕이다. 미국내 10대 히스패닉 시장으로는 LA와 뉴욕 외에 마이애미, 샌프란시스코/샌호세, 시카고, 텍사스의 휴스턴과 샌안토니오, 뉴멕시코의 앨버커키, 맥알렌과 댈러스/포트워스가 꼽힌다.
범위를 20위까지 확대하면 여기에 엘파소, 피닉스, 샌디에고, 프레스노, 새크라멘토, 덴버, 필라델피아, 코퍼스 크리스티, 워싱턴 DC, 보스턴이 추가된다.
히스패닉은 소비성향이 강한 인종그룹으로 정평이 나 있다.
DRI/McGraw Hillds은 지난 94년 LA 지역의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지출액이 2000년에는 899억달러, 2010년에는 1,901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견했었다. 이 같은 예상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보여줄 후속 검증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장기 활황의 여파로 이 지역의 히스패닉 인구가 90년대 초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가구당 평균소득 역시 크게 늘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히스패닉 소비자들의 지출이 결코 예상치 아래로 처지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96년을 기준으로 출신국별로 분류한 히스패닉 가정의 가구당 소득은 쿠바계가 4만5,200달러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중남미 출신 가정으로 4만달러, 멕시코계가 3만6,500달러, 푸에르토리코가 3만3,400달러 순이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같은 히스패닉으로 분류되면서도 플로리다에 밀집해 있는 쿠바인들은 스스로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타국 출신자들과 구분하려 드는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히스패닉은 일반의 부정적인 통념과는 달리 강력한 근로윤리 의식을 지니고 있다. 히스패닉 남성 인구의 취업률은 80%로 타인종 그룹에 비해 단연코 높다. 노동 가능한 남성은 거의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웰페어 의존율 역시 저소득층에 속한 흑인이나 백인에 비해 훨씬 낮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노동부 장관에 지명됐으나 과테말라 출신의 불법체류자를 돌보아주었다는 이유로 낙마한 바 있는 린다 차베스 여사는 히스패닉을 사회의 쓰레기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비록 빈곤층에 속한 인구가 많기는 하나 히스패닉은 훌륭한 문화 유산과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인종집단"이라고 강조했다.
표 무기삼아 선거결과 좌우<정치적 측면>히스패닉 인구의 급부상은 미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드리울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2000년도 대선에서 드러났듯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이제 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파워 그룹으로 성장했다.
인구의 증가에 비례하는 집단 구매력의 성장도 미국사회 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여주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고, 벌써부터 그런 조짐들이 드러나고 있다. 히스패닉의 대중문화 역시 미국 주류문화에 침투, 수용층을 넓혀가고 있다.
한 마디로 지우기 힘든 히스패닉의 지문이 미국 사회의 전 영역에 진하게 찍혀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히스패닉의 부상은 여러 가지 부정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중 하나가 소수계 그룹간의 주도권 다툼이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제까지 소수계의 좌장 노릇을 해왔던 흑인 커뮤니티와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히스패닉간의 충돌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차별 받는 소수인종 집단으로 처절한 민권 투쟁을 통해 소수계의 권리를 확보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흑인 커뮤니티가 ‘무임승차 승객’이나 마찬가지인 라티노에게 순순히 자리를 비워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최대 소수계로 떠오른 히스패닉은 당연히 흑인이 누리는 정도의 권리와 혜택을 요구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의 이해가 충돌하기 쉽다.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가며 공민권 투쟁을 벌였던 흑인은 역사적 투쟁배경을 갖추지 않은 히스패닉이 어느 날 갑자기 수적 우위를 앞세워 자신들을 능가하는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챙기려 드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이런 시각은 나라밖에도 존재한다.
’21세기 일본의 구상’이라는 책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은 아사히신문의 후나바시 요이치 기자는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로 자리를 굳힌 미국의 장래를 예측하면서 "미국의 문제는 안으로부터 올 것"이라며 히스패닉과 흑인간의 인종갈등을 ‘태풍의 눈’으로 지적했다. 히스패닉인구의 급증이 언젠가 미국을 영어와 스페인어를 함께 사용하는 일국이언어 체제의 국가로 만들 것으로 단언한 그는 "20세기의 미국이 백인과 흑인의 갈등사로 점철됐다면 21세기의 미국은 히스패닉과 흑인 사이의 투쟁사로 얼룩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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