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를 필두로 한 전국적인 테크놀로지 붐 때문에 이제까지 하이텍 분야에서 모든 주요 연구를 선도해온 정부 연구소들이 두뇌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민간 및 창업회사들의 유혹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국립연구소들이 잃는 노른자위 인력들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정부 연구소에서 연봉 9만달러를 받는 고참연구원들은 개인 회사에 가면 연봉을 50%는 쉽게 더 받는다. 거기에 스탁 옵션 패키지까지 얹으면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문제는 금전적 보상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최근 화제가 된 뉴멕시코소재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소속 과학자 리 웬호 사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까지 내 직업이 세상에서 최고하고 생각하곤 했다는 36세의 컴퓨터 사이언티스트 피트 베크먼은 거의 4년동안 일하던 로스알라미토스를 지난 4월에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과 일하던 지난 4년은 아주 재미있어서 개인 회사보다 30%쯤 돈을 덜 받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못견디겠다"고 말하는 그는 로스알라모스에서 받던 연봉 10만달러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에 스탁옵션까지 받고 뉴멕시코주 산타페 인근에 있는 터보리닉스사에 취직했고 로스 알라모스에서 4명의 동료를 동시에 데리고 갔다.
많은 연구기관 책임자들이 이와 같은 전직자들 때문에 향후 수년간 국방 관련 연구를 포함한 정부 후원 주요 연구의 질이 저하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다가는 조만간 우리가 위탁받은 연구를 수행할 능력이 약화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 일은 천천히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법"이라고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데이빗 페어슨 부소장은 우려한다.
이제까지 로스 알라모스, 로렌스 리버모어와 앨버커키 소재 샌디아 국립연구소의 경우 4% 정도로 유지돼왔던 이직률이 최근 2자리숫자로 증가했으며 특히 컴퓨테이션과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가 가장 심하다. 그래도 아직 민간업체의 평균 이직율 25%에 비하면 훨씬 낮지만 정부측으로서는 안심하지 못한다. 로스알라모스의 컴퓨팅 디비전 소속 과학자들의 이직률은 지난 2년동안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심한 곳이 어드밴스드 컴퓨팅 랩으로 34명의 풀타임 직원중 41%인 14명이 작년에 떠났거나 현재 떠나려 준비중이다. 샌디아의 컴퓨팅 그룹중 일부는 11%, 로렌스 리버모어에서도 12%나 되는 곳이 있다.
연구원의 이직은 한 직원이 떠나면 당연히 발생하는 혼란 외에 국방 관련 연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베크먼 박사의 경우 핵무기 실험 관련 선진 소프트웨어를 연구했었으며 샌디아 소속으로 휴대용 화학무기 및 생물무기 탐지기구를 개발하던 6명의 학자들은 올초 연구소를 떠나 자기들의 발명을 가지고 회사를 함께 차렸다. 무기와 관련되지 않은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떠나는 것도 국방관련 연구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전략적 지원을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샌디아를 떠나 회사를 차린 6명의 학자중 한사람인 데이브 레이크스트로(39)는 리 웬호 사건이 연구원들에게 충격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국립연구소의 매력이 일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떠나는 사람들의 입장을 정리한다. "과거에는 연구비가 국립연구소로 쏟아져 들어와서 똑똑한 학자들이 최선을 다할 환경이 마련됐지만 요즘은 그렇지가 못하며 창업회사등, 외부의 유혹이 너무 많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구소들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있는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고 새로운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취직 보너스에 주거보조까지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구원들도 정부 일을 놓으면서 갈등을 느낀다. 연구원으로서 국가 방위와 차세대 기술 개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수행하던 공민의 의무를 팽개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죄의식을 갖기 때문. 그래서 12년동안 일하던 NASA 에임스를 떠난 로널드 라이즈먼은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를 마칠때까지 NASA 일을 파트타임으로 계속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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