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단순한 표식이었으나 요즘은 다양하게 메시지 전달
자동차 번호판은 원래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서로 다른 차에 서로 다른 번호를 붙여서 경찰의 업무 수행을 돕기 위한 관료적 도구였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 자동차 번호판에서 평범한 검은 글씨만을 보기는 상당히 어렵다. 갖가지 색깔과 구호는 물론 풍경, 대의명분등이 넘쳐난다.
’Greatest Snow on earth’(유타)가 있는가하면 ‘10,000 Lakes’(미네소타)도 있고 ‘Land of Enchantment’(뉴멕시코)는 물론 ‘Keystone State’이면서 동시에 ‘www.state.pa.us’(펜실베니아)이기도 하다.
이제 자동차 번호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것을 단 자동차 주인의 일부가 됐다. 셰릴 홉스 워싱턴 DMV 국장의 말대로 "사람들이 대단히 공적으로 자기 기분을 표현하는 수단"이됐다. 한 주나 한 도시의 프라이드,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가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번호판을 새로 디자인하려면 법석이 벌어진다. 주지사나 주의회가 새로운 것을 제안할 때마다 열띤 토론, 지역간 논쟁, 경연대회, 캠페인, 위협편지까지 난무한다.
대부분의 주들은 현재 일반 번호판에 슬로건이나 풍경들을 담고 있다. 일리노이주에서는 작년에 새로운 번호판을 제정하느라 23만명 이상이 투표를 했다. 당선된 것은 ‘Land of Lincoln’이란 말과 1센트짜리 동전에 나온 것 같은 링컨 대통령의 옆모습이었다.
이웃 위스컨신주에서는 ‘America’s Dairyland’라는 슬로건을 쓴 번호판의 색깔을 노랑과 검정으로 하는데 반대하는 자동차 소유주 수천명이 차량국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 결국 다른 것으로 바꿨다.
인디애나는 5년마다 한번씩 번호판 디자인과 슬로건을 바꿀 것을 주법으로 정하고 있지만 이제까지 보통 3년에 한번씩 바뀌어왔다. 지난 18년간 ‘Hoosier State’’Hoosier Hospitality’’Amber Waves of Grain’등 모두 6가지가 나왔는데 그중에는 ‘Wander Indiana’라는 것도 있었으나 이웃 미시건주에 ‘Stop Wandering Indiana’라 쓰인 빌보드가 등장, 급히 없애버렸다. 그동안 온갖 악담이 적힌 편지를 받아야 했던 차량국 홍보담당 앨빈 헤이즈는 사람들이 번호판에 얼마나 의미를 두는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바로 그 의미 때문에 워싱턴에 사는 새라 샤피로는 지난 3월, 워싱턴 DC의 슬로건을 ‘Celebrate & Discover’ 대신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연방세를 납부하지만 연방의원을 뽑지는 못하는 워싱턴 주민들의 독특한 정치적 입장을 밝히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런 것은 결코 부정적이어서는 안된다는, 번호판 제정의 불문율을 거스르는 것이다. 슬로건은 ‘Vacationland’(메인) ‘Wild, Wonderful’(웨스트 버지니아) ‘Famous Potatoes’(아이다호)처럼 그저 행복무구해야 한다.
그래도 25년전 연방대법원은 뉴햄프셔에 사는 한 부부에게 1960년대부터 이 주 번호판에 등장한 ‘Live Free or Die’를 가리고 다녀도 좋다고 판결한 적이 있으며 라이트 형제가 태어나 자라며 비행에 관해 연구한 곳인 오하이오와 1903년에 키티 호크에서 첫 비행에 성공한 노스 캐럴라이나주는 계속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노스 캐럴라이나가 거의 20년동안 ‘First in Flight’를 내세우는 것이 못마땅한 오하이오가 1998년, ‘Birthplace of Aviation’으로 바꾼데 이어 요즘은 25센트짜리 기념동전에 누가 라이트형제를 넣는가를 놓고 말싸움중이다.
달리는 빌보드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번호판을 재빨리 이용한 주지사도 있다. 탐 리지 펜실베니아주지사가 하이텍의 인기를 이용, 작년 9월에 처음 나온 번호판에 주정부 웹사이트 주소를 넣은 이후 이 사이트 접속건수는 다달이 4배씩 증가, 현재 1억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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