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객관적으로 살기를 소망하는 것 같다. 툭하면 자기는 언제나 객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처럼.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세요!”라고 외치기를 마지않는다. 그러나 말은 그렇게 쉬워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든 일을 주관적으로 판단하고 주관적으로 말한다.
사회의 목탁(木鐸)이라는 언론도 그 바탕은 주관식이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 객관적으로 기사를 작성한다고 주장하지만 모든 논조와 기사의 흐름을 보면 주관적 판단과 생각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시대의 언론은 자기 생각과 자기 결론으로 사회를 이끌고 선도하려는 주관식 사고(思考)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주관을 공공연히 드러낸다.
예컨대 뉴욕 타임스는 진보 쪽이고 Fox News는 우편향임을 다 안다. 지금은 다소 퇴색한 느낌이지만 한국도 조중동은 우파고 한겨례는 좌파라고들 말한다. 또 어떤 언론은 자기회사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닌 중도라고 주장하지만 독자들은 코웃음을 친다. 이런 편 가르기가 없었던 때가 그립다. 이 신문 저 방송을 맘 편히 보고 정말 그들의 견해는 객관적이었다라고 여겼던 때가 불과 얼마 전까지 있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주관식이 맞긴 맞다. 고집과 아집으로 충만한 인간들이 자기 생각을 꺾는다는 일은 결단코 쉽지 않다. 일례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랑”을 대하는 자세도 보면 모두가 주관적이 아닌가.
사랑에 대하여 이러니저러니 답을 내놓기도 하고 주장을 하지만 그 역시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 견해가 대부분이다. 다만 그 견해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납득이 되고 내 생각과 근접하기 때문에 인용도 하고 암송도 하고 즐겁게 그 길을 가려 애를 쓰는 것뿐이다.
자크 프레베르는 “날 만든 것은 사랑”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 날 만든 것은 사랑/날 부순 것도 사랑/날 버린 것도 사랑/날 사랑했던 그대/어디로 가 버렸나. - 결국 사랑이 내 존재 이유라는 주관적 생각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사막에 사는 부족들의 생활을 연구하던 학자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의 노래나 대화 속에는 “물”에 관한 말이나 노래, 대화가 아주 많았다. 그래서 학자가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 노래 속에는 물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는군요. 왜 그럴까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물이 항상 부족하답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부족한 것을 자주 말하지 않나요? 당신들 노래 속에는 사랑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더군요. 아마 사랑이 많이 부족한 모양이지요?”
학자는 그 말에 크게 공감했다는 에피소드다. 프레베르가 말한 것처럼 인생이라는 삶을 만든 것도, 부순 것도 사랑이라는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물이 부족한 사람처럼 우리는 늘 부족한 사랑을 갈구하기에 신은 사랑을 인간의 화두로 지정했는지 모른다.
사랑을 얻기 까지는 그 사랑에 목을 매지만 그 사랑을 쟁취한 후에는 어느새 그 사랑을 망각하고 그 사랑에 발등을 찍혔다고 한탄한다. 그리고 외친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누가 잘못해서 이렇게 됐는지” 하며 다시 사랑을 주관적으로 갈구한다.
인생의 삶에 조언한다는 글을 보았는데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다면 못생긴 여인을 찾고 그 반대의 삶을 살고 싶다면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라고 권유했다.
아름다운 여자와는 평화롭게 살 수 없다는 역설이었다. 한 남자가 정말 객관적으로 못생긴 여자와 결혼했고 그들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었다. 남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여자와 살며 만족하시나요?” 남자가 순간 만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럼요. 내 아내처럼 예쁜 여자가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나는 아주 만족합니다.”
인간에게 주어진 주관적인 생각은 때로 편견이겠지만 그런 편견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온 말이 “내 멋에 산다”는 말이 아닐까. 객관적으로 찬란한 봄에 오늘도 주관식으로 사랑을 누리며 잘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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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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