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중국에 있는 많은 교민과 주재원들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눈과 귀를 기울였다. 모국의 정치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나 불안정한 정세가 하루빨리 해소되기를 기원했다. 한국의 상황이 안정돼야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몇 년간 한중 관계는 유독 부침이 컸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의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윤 전 대통령이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고 한국 외교부가 남중국해 분쟁 관련 논평을 내놓자 중국 정부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윤 전 대통령의 고교 동창 정재호 전 주중대사 역시 한중 관계 개선에 의미 있는 역할도 하지 못하고 짐을 쌌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한중 간 소통 확대가 기대를 모았으나 2년 반 동안 정 전 대사가 중국 외교 채널과 직접 만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지난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반기부터 교류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변화의 기류가 포착됐다. 특히 중국이 한국 측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며 경색됐던 관계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일방적 무비자’ 정책의 시행이다. 지난해 11월부터 15일간 비자 없이 관광, 비즈니스, 가족 방문 등의 목적으로 중국을 찾을 경우 과거처럼 비자 발급을 받지 않도록 하자 중국을 찾는 한국인 수는 늘기 시작했다. 현재는 기간이 30일까지 늘어났고 상하이·칭다오 등의 번화가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많이 눈에 띄고 있다. 내수 침체를 극복하려는 중국 당국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문호를 넓힌 것이지만 한중 관계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이 담긴 조치라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기를 맞는가 싶었지만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으로 양국 관계는 다시 얼어붙은 모양새다. 선거 조작, 탄핵 배후 등 중국을 겨냥한 주장들이 이어지자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불안감은 커졌고 일부는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국 내 한 한국 여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들이 한국 대신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이유에는 이 같은 한국의 상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폭탄 투하로 한국과 중국 모두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각각 25%, 34%(추가 관세 포함 시 54%)의 고율 관세를 때려 맞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이미 중국은 여러 차례 한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단적으로 10월 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참석해 한중 정상회담을 갖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진 차원에서 사전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는 만큼 한중 관계에 전기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에는 한중일 사이에 전과 다른 우호적 흐름이 포착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이 손을 맞잡았다. 당시 3국 장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한중일 3국의 통상장관 회의가 6년 만에 처음 개최됐다는 점, 그것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마련됐다는 점은 여러 면에서 의미심장한 변화로 해석된다. 전 세계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정 공백 상태인 우리나라 역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오직 국익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중에는 한중일 경제협력 역시 활용할 만한 카드가 될 것이다.
<
김광수 서울경제 베이징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3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사랑은 영어를 쨩꼴라 땅에서 배웠는가?Buffer Zone은, 수자원이나 자연보호를 위해 구역을 설정해놓거나, 두 나라간의 경계에 중립지대를 만들어 놓은것을 말하는데 한반도의 비무장지대가 그런것이고. 뭔 대한민국이 Buffer zone이라 강대국의 관심을 가지는건 뭐꼬?딴지거는자 하고 협상해야지 무슨 얘기야.
통일 통일만이 당당하게 할말하며 동등하게 거래를 해야 나라답고 우리것 우리가 지켜야지..통일해 북의 핵을 이용하면 누구도 깔보지 않을 대한인데 어찌들 맨날 쌈박질인고...
트럼프가 당선된후 국제 외교에서 의리나 우방이란 관념은 사라졌다. 각 나라가 살길을 모색해야한다. 한국은 지리학적으로 buffer zone 에 위치해있는 관계로 강대국들간에 관심을 가지는 나라다. 따라서 한국은 이를 이용해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과 협상 줄타기 외교를 벌여 이득을 모색해야만 살아남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