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연주회가 31일 저녁 SF 헙스트 극장에서 열렸다.
베토벤의 소나타 ‘해머클레비어’를 중심으로 연주된 이날 연주회는 마치 손열음의 모습이 베토벤이라는 골리앗과 씨름하는 어린 다윗의 모습과 같았다. 손열음은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은 모차르트와 슈만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었다. 베토벤에 대해서는 연민이 없었고 만인이 우상시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 손열음이 베토벤이 남긴 최고의 난곡 29번(해머클레비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실 그동안의 손열음의 연주 스타일은 쇼팽, 라흐마니노프같은 감성적인 작품보다는 모차르트, 베토벤 등에 어울리는 명쾌한 타건이 일품이었다.
손열음이 선호했든 아니든 이날 베토벤 연주는 선곡 측면에서는 합격점이었다. 물론 손열음에게는 모차르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곡가이지만(손열음이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쳤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은 YouTube에서 2천만 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베토벤의 소나타들도 한국의 어떤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다만 29번은 해석의 난해도나 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할때 손열음이 잘치느냐 못치느냐를 떠나서 실력보다는 도전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얼마전 임윤찬이 같은 헙스트 극장에서 바흐의 ‘골든베르그 변주곡’을 선사하고 돌아갔다.
임윤찬의 연주에 대한 미언론의 평가는 ‘마치 방황하는 어린 천재와 같았다’고 했다. 난곡에 대한 도전정신은 좋았지만 어딘가 지쳐보였고 헤매는 모습이었다는 평이었다. 손열음의 결점은(굳이 유자왕이나 임윤찬같은 톱클래스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하자면) 타건의 매끄러움과 눈부심의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이날의 연주는 곡해석이나 테크닉 여부를 떠나서 압도되지 않은 손열음의 모습은 (기질적으로 자유로운 영혼) 손열음의 캐릭터를 여지없이 보여준 당찬 연주회였다고 볼 수 있었다.
손열음은 늘 알갱이가 견고한 자기만의 소리를 들려준다. 모차르트가 명쾌하게 들려오는 이유이고 베토벤이 베토벤답게 들려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29번은 바흐의 골든베르그 변주곡과 마찬가지로 테크닉상의 매끄러움이 더욱 요구되는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베토벤외에도 이날의 연주회는▶BENDEL Improvisation, on Brahms’s “Wiegenlied”, op. 141 ▶VIARDOT Mazourke ▶TCHAIKOVSKY Romance in F minor, op. 5 ▶LISZT “Am stillen Herd” from “Meistersingern von Nürnberger” by R. Wanger 등 손열음으로선 보여줄 것이 많은 연주회였다.
K- 클래식의 바람을 몰고왔던 주인공 손열음은 연주외에도 독서와 음악감상을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학교 때 이미 릴케, 토마스만, 헷세 등을 읽으면서 지냈으며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도 중2때 독파할 만큼 언어 구조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이를 바탕으로 에세이집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를 저술하기도했던 손열음은 사회 참여에 대한 관심도 높아 고향 원주시와 예술의 전당의 홍보대사로도 활약한 바 있다.
손열음은 SF에 오기전 22일과 23일 볼티모어 심포니와 바르톡의 협주곡 3번을 협연하여 절찬받았다. 올 39세가 되는 손열음은 2025년이 가장 바쁘다. 독주회 스케줄외에 런던 BBC 심포니, 뒤셸도르프 심포니, 아일랜드 내셔널 심포니, 나폴리 필하모니, 세인트루이스, 콜로라도, 로스앤젤레스 필 하모니, 스카티쉬 챔버, 버밍햄 심포니 등과의 협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보폭은 작았지만 큰울림으로 걸어온 손열음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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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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