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해 정치적 자멸을 자초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이 이번 주 종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3월 중순 이전에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대통령과 그의 지지 세력은 온갖 궤변과 이상한 논리들을 늘어놓으면서 탄핵심판 과정을 흔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의 반 헌법적 행위들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들이 너무나도 차고 넘쳐 그의 탄핵과 형사처벌은 피하기 힘든 운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이 탄핵과 함께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이른바 한국의 ‘보수세력’은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 3명이 잇달아 감옥에 가는 것을 지켜보는 치욕을 당하게 된다. 이명박은 끝없이 돈을 탐하다가 대통령 퇴임 후 ‘뇌물·횡령’ 혐의로 17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박근혜는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후 형사재판을 통해 22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제는 윤석열이 자신의 손으로 기소했던 박근혜의 전철을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이른바 보수가 배출한 3명의 대통령이 이처럼 명예롭지 못한 치욕의 길을 가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이들 3명 모두가 건강한 보수의 가치위에 단단히 서 있는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봐도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은 합리적인 보수의 가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인물들이었다.
몰락한 이들 3명 대통령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공공성의 결여’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집권했던 시기는 한마디로 권력의 공공성이 무너진 퇴행의 시기였다. 이명박은 개인과 가족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대통령이란 자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국가정책 또한 공공성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결정하고 시행했다.
박근혜도 이에 못지않았다. 그에게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을 개인적으로 남용했다”며 엄하게 꾸짖었다. 박근혜는 너무나도 대통령이 되고 싶어 했지만 그 자리가 요구하는 책임과 헌신은 등한시했다. 그 빈 공간을 파고 든 것이 최순실과 문고리 3인방 같은 농단세력이었다.
윤석열의 2년 반은 ‘검찰정권’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자신을 보위하는 요직 곳곳에 검찰출신들을 박아두고 권력을 행사했다.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기소를 통해 처가와 측근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면서 정적들에게는 가혹한 칼을 휘둘렀다. 배우자의 국정개입 의혹은 별개로 하더라도 말이다. 공공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이들이 합리적인 보수의 가치를 지닌 인물들이었다면 정치적 몰락의 길을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합리적 보수는 건강한 가치를 지향한다. 개인의 자유와 소유권, 공동체 합의, 그리고 점진적 변화와 전통 관습을 중요시 한다, 그러면서도 다름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보인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에게 ‘전체주의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우지는 않는다.
이명박과 박근혜 그리고 윤석열을 대통령의 자리로 밀어올린 것은 스스로를 ‘보수’라 지칭하는 기득권 세력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권력과 기득권을 장악해온 세력들은 진정한 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보수의 주류는 친일에 뿌리가 닿아 있다.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와중에 기득권을 유지하고 키워온 친일세력이 반공을 앞세우며 보수라는 이름의 배로 갈아 탄 것뿐이다. 이른바 한국보수의 주류가 극우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데는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합리적 보수 앞에 놓인 정치적 지형은 험난하기 짝이 없으며 이들의 설자리는 지구온난화로 녹아내리고 있는 북극 빙하처럼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합리적 보수는 가치 뿐 아니라 태도에서도 획일적인 극단적 보수, 즉 극우와 구분된다. 아니다 싶으면 진영 내에서도 자기 할 말은 한다.
하지만 극우는 이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자기 의견을 내는 합리적 보수에게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버린다. 합리적 보수의 싹을 자르면서, 진보와의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보수의 적은 진보가 아니라 극우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내란 정국에서 이른바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국민의 힘’ 의원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이다. 탄핵 찬성표를 던졌다가 당내에서 온갖 핍박을 받고 있는 울산출신 젊은 의원 김상욱은 “보수는 자유를 추구하지만, 극우는 전체주의적이고 권위적이며 배타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나타낸다.
윤석열이 탄핵되면 조기대선이 치러진다. 그러면 내란 이후 극우화의 길을 걸어온 국민의 힘은 국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읍소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치와 태도의 합리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설사 어찌어찌 ‘권력 잡기’에 성공을 한다 해도 또 다시 실패의 길로 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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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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